식진암(識盡庵)/임승택교수님의 초기불교순례

46. 멸성제 - '괴로움의 소멸'에 관한 고귀한 진리

이르머꼬어리서근 2013. 6. 1. 16:55

 

멸성제(滅聖諦)란 무엇인가.

 

괴로움의 소멸에 관한 고귀한 진리를 가리킨다.

갈애(愛)를 제거하면 괴로움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전하는 가르침이다.

 

멸성제는 초기불교의 궁극 목적을 드러내는 것으로 열반(涅槃)과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것에 대해 경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비구들이여,

 이러한 괴로움의 소멸이라는 거룩한 진리(苦滅聖諦)가 있다. 즉

 

 갈애의 남김 없는 소멸 · 포기 · 버림 · 벗어남 · 집착 없음이다.

 

 

 


멸성제는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난 경지가 있음을 알려준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괴로움이 그친 이상적인 세계를 생각해보게 된다.

또한 그러한 경지를 스스로 실현하여 머물겠노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멸성제는 우리 자신이 갈애의 속박에 무력하지 않으며
또한 그것의 원인인 느낌에 대해서도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멸성제는 실천·수행의 지표로서의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것으로 우리는 괴로움이라는 어두움 속에서 한 줄기 밝은 빛을 만나는 셈이다.

 

 

 


멸성제는 갈애의 소멸 혹은 포기를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그러한 상태란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갈애는 막강한 지배력을 지니며 억누를수록 강해지는 특성마저 지닌다.

갈애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우선 그것의 원인이 되는 느낌에 주목해야 한다.

애란 갖가지 즐겁거나 괴로운 느낌을 자양분으로 삼아 자라난다.

그러므로 느낌을 잘 대처하여 그것에 물들지 않는다면 갈애의 속박을 방지하거나 약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느낌의 유혹 또한 결코 만만치 않다.

우리는 즐거운 느낌 앞에서 마치 꿀통에 빠져드는 파리처럼 무력해진다.

아무리 잊으려고 애써도 한 번 경험한 그 맛을 떨칠 수 없다.

잊으려는 몸부림마저 그쪽으로 다가서기 위한 술책이 되고 만다.

 

그러한 우리에게 느낌의 유혹을 종식시킬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은 깨달음이다.

자신을 유혹하는 느낌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는 것이다.

따라서 멸성제의 실현에는 기존의 낡은 인식과 사고를 벗어나기 위한 관점의 전환이 요구된다.

 

 

 


깨달음을 통해 느낌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는 구체적인 사례는 어떠한가.

어젯밤에 마신 시원하고 달콤했던 물이 해골에 담긴 빗물이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이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해골에 남겨진 물의 느낌은 더 이상 유혹거리가 되지 못한다.

 

남녀간의 사랑으로 비유를 바꾸어보자. 야릇한 감정이 막 피어날 무렵 어렸을 적 헤어졌던 친남매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모르는 상태에서라면 누가 억지로 말리더라도 그러한 감정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알게 된다면 이성적인 사랑의 감정은 저절로 누그러질 것이다.

 

 

 


이렇듯 갈애를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깨달음 혹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깨달음은 느낌의 유혹과 갈애의 속박을 제거시킬 수 있는 실제적인 힘을 지닌다.

이러한 절차 없이 막무가내로 갈애를 없애려 시도하는 것은 엄청난 의지를 필요로 한다.

 

경전에서는 그러한 방식도 인정하여 ‘갈애를 통한 갈애의 제거’를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방법은 실천·수행의 여정을 어렵고 험난한 것으로 여겨지게 만들 수 있다.

이점을 고려하면 깨달음과 더불어 원만하게 실현되는 멸성제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크건 작건 깨달음이란 붓다의 가르침을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필수적이다.

 

 

 


아래의 경문은 이상의 과정을 잘 집약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사랑스러운 대상, 유쾌한 대상에 대해

 

 무상으로 본다.

 괴로움으로 본다.

 무아로 본다.

 질병으로 본다.

 두려움으로 본다.

 

 그리하면 갈애는 제거된다.

 

 

 

 갈애가 제거되면 집착이 제거되고,

 집착이 제거되면 괴로움도 제거된다.

 괴로움이 제거되면 태어남·늙음·죽음·슬픔·비탄·괴로움·불쾌함·번민으로부터 벗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