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진암(識盡庵)/임승택교수님의 초기불교순례

44. 집성제(集聖諦) - '괴로움의 원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

이르머꼬어리서근 2013. 5. 25. 17:43

   

집성제(集聖諦)란 무엇인가.

 

괴로움의 원인에 관한 고귀한 진리를 가리킨다.

 

모든 괴로움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바로 그 원인을 밝히는 가르침이 사성제의 두 번째 항목인 집성제이다.

 

 

 

경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비구들이여,

 이러한 괴로움의 원인이라는 거룩한 진리가 있다. 즉

 

 다른 태어남으로 가는 것이고,

 즐기고 탐내는 것이며,

 여기저기에서 기뻐하는 것인

 갈애(taṅhā)이다.

 

 예컨대

 감각적 쾌락에 대한 갈애(kāma-taṅhā)․

 있음에 대한 갈애(bhava-taṅhā)․

 있지 않음에 대한 갈애(vibhava-taṅhā)이다.”

 

 

 


갈애란 마치 타는 목마름으로 물을 구하듯이 어떤 욕구에 강력하게 이끌리는 상태이다.

그와 같이 무언가를 절박하게 갈구하면서 온통 거기에 빠져 있는 경우를 갈애라고 한다.

 

그러한 상태에서는 원하는 그것 이외의 다른 것을 보지 못한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그것의 획득과 소유에만 골몰하게 된다.

 

이것으로 인해 우리는 집착에 빠져 갖가지 존재의 양상에 붙들리게 된다.

이러한 갈애의 제거는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

 

 

 


물론 우리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의욕(欲, chanda)를 지녀야 한다.

건전한 욕구는 당연히 필요한 것이며 또한 소중히 가꾸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욕구가 지나치면 오히려 자신과 타인을 해치거나 구속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된다.

 

대부분의 불건전한 존재상황이 이렇게 발생한 갈애로부터 야기된다.

바로 이것을 부추기는 대표적인 3가지가 곧 감각적 쾌락·있음·있지 않음이다.

이들은 우리로 하여금 인간사의 온갖 질곡에 젖어들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

 

 

 


감각적 쾌락이란 본능적·동물적 욕구에 해당한다.

특히 성적(性的) 쾌락이 그것이다. 이것에 빠진 사람은 성행위를 탐닉한다.

그리하여 마치 불 속에 뛰어드는 부나비처럼 무모해진다.

 

그러나 쾌락의 순간은 짧으며 또한 중독성을 지닌다.

우리는 강한 쾌감을 체험할수록 더욱 강한 쾌감을 추구하게 된다.

이것은 결국 반복되는 권태와 좌절감을 남길 뿐이다.

 

감각적 쾌락에 대한 갈애는 육체를 향한 과도한 집착을 일으킨다.

육체적 현상 자체가 일시적이고 믿을 만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게 한다.

 

 

 


있음에 대한 갈애는 어떠한가.

우리는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며 더 나은 무언가를 추구한다.

명예라든가 물질적 풍요로움 따위는 그러한 감정을 부추긴다.

 

런데 사실 명예라든가 물질적 풍요로움 자체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들에 대한 갈망으로 인해 현실을 망각하게 된다는 데 있다.

갖가지 허황된 생각들에 이끌려 스스로를 고립시키거나 왜곡된 방향으로 나가는 경우가 여기에서 비롯된다. 있음에 대한 갈애는 이상적 상태에 경도된 과대 망상적 심리의 일종으로 규정할 수 있다.

 

 


있지 않음에 대한 갈애

그러한 과대 망상적 심리가 붕괴되었을 때 나타난다.

이것은 기존에 품고 있던 허황된 생각이 거짓으로 판명될 때 갖게 되는 자기 파괴적 심리이다.


이러한 상태에 빠지게 되면 모든 희망을 단념한 채 오로지 도피만을 꿈꾼다.

일체의 자존감을 상실하고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그것이다.

있지 않음에 대한 갈애는 열등의식과 자괴감을 내용으로 하며,

스스로를 어디에도 발붙일 곳 없게 만드는 상황으로 몰아간다.

 

 

 


물질현상(色)·느낌(受)·지각(想)·지음(行)·의식(識) 따위에 대한

집착을 의미하는 오취온(五取蘊)이란 갈애에 휘둘린 상태에서 마주하는 경험요인들이다.

이러한 갈애로 인해 우리는 오취온이라는 경험세계의 족쇄에 더욱 강하게 붙들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족이란 결코 얻어지지 않으며

끝없는 불만족과 괴리감에 시달리게 될 뿐이다.

 

붓다는 이러한 방식으로 괴로움의 원인이라는 자명한 진리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