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제(道聖諦)란 무엇인가.
괴로움을 소멸하는 길에 관한 고귀한 진리를 가리킨다.
괴로움이 소멸된 경지란 열반을 의미하며 혹은 깨달음의 완성으로도 바꾸어 말할 수 있다.
도성제는 바로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성제의 최종 위치에 놓인다.
괴로움에 대한 인식(苦聖諦)으로부터 출발한 사성제는
마지막으로 그것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제시한다.
이와 같이 사성제는 도성제라는 실천적 과제를 제시함으로써 그 막을 내린다.
경전에서는 도성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비구들이여,
이러한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이라는 거룩한 진리(苦滅道聖諦)가 있다. 즉
거룩한 여덟 가지 길로서,
1) 바른 견해․
2) 바른 의도․
3) 바른 언어․
4) 바른 행위․
5) 바른 삶․
6) 바른 노력․
7) 바른 마음지킴․
8) 바른 삼매이다." (SN. V. 421-422)
따라서 도성제의 실제 내용은 팔정도(八正道)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는 팔정도를 통해 사성제를 완성하게 된다.
팔정도는 중도(中道, majjhimā paṭipadā)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감각적 쾌락에 빠져 즐거움에 몰두하는 것은
천한 짓이고, 하찮은 짓이고, 범속한 짓이고, 거룩하지 못한 짓으로,
유익하지 못하다.
또한 자신을 괴롭히는 데에 몰두하는 것은
고통스럽고, 거룩하지 못한 짓으로,
유익하지 못하다.
비구들이여,
여래는 이들 두 극단을 가까이 하지 않고 중도를 깨달았느니,…
그것은 다름 아닌 거룩한 여덟 가지의 길이다." (SN. V. 421)
이처럼
중도란 쾌락과 고행이라는 두 갈래의 극단적인 실천방식을 벗어난 팔정도를 가리킨다.
따라서 도성제와 중도의 실제 내용은 팔정도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전법륜경’에서는
도성제를 구성하는 팔정도와 중도로서의 팔정도를 따로 언급한다(SN. V. 421).
중도로서의 팔정도는 사성제에 대한 설명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이전에 나타난다.
따라서 중도의 팔정도는 사성제를 실천해 나가기 위한 예비적 가르침으로서의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도성제로서의 팔정도는 사성제의 맨 마지막 내용에 해당된다.
이것은 사성제의 실천을 갈무리하는 차원에서 행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도로 표현되는 팔정도의 실천은 거문고의 줄에 비유할 수 있다.
예컨대 거문고의 줄은 지나치게 팽팽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느슨하지도 않을 때
비로소 아름다운 선율을 기대할 수 있다(AN. III. 375).
그러하듯이 괴로움을 소멸하기 위한 닦음 또한
쾌락에도 빠지지 않고 고행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적 실천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도성제를 구성하는 팔정도는 사성제의 최종 단계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이것은 고성제와 집성제 그리고 멸성제를 순차적으로 실현한 연후에 닦는 것으로
이미 완성에 이른 수행이다.
한편 후대에 이르러 중도라는 표현은 연기(緣起)의 원리와 결부된다.
그리하여 중도연기(中道緣起)라는 새로운 술어가 등장하기도 한다.
중도연기에 따르면 모든 현상은 타자에 의존하여 존재하므로
낱낱의 독자성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존재 일반의 상호의존적 특성을 분명히 인식하기 위해서는
낱낱의 독존적 측면에 매몰되지 않는 중간자적․초월적 시각이 요구된다.
우리는 이러한 중도적 시각 아래 개개의 현상이 지닌 독특성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
이러한 중도 해석은 대승불교에 이르러 삼라만상의 근본원리를 드러내기 위한 가르침으로까지
확대된다.
그러나 초기불교의 경전에 한정하자면 중도연기의 직접적인 용례는 등장하지 않는다.
중도의 쓰임은 예외 없이 팔정도에 관련되며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방법과 태도를 가리킬 뿐이다.
붓다는 세계의 근본을 규명하려는 이론적 작업보다 현실의 삶 자체에 더욱 관심을 두었다.
그는 사변적 견해의 소유 여부에 상관없이
시시각각으로 와 닿는 괴로움의 현실에 주목하라고 일렀다.
중도로서의 팔정도는 괴로움의 제거하기 위한 실천적 태도를 의미한다.
이것에 대해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은 자칫 팔정도의 실천을 관념화․사변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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