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가하에 계시던 중,
부왕께서 꼭 만나보고 싶어 한다는 전갈을 받은 세존은 까삘라와투로 향하셨다.
그러나 까삘라와투에 이르자 부처님은 곧바로 궁전으로 드시질 않고,
관례대로 도시 밖의 숲에 머무셨다.
다음 날 부처님께서는 발우를 들고 까삘라와투의 거리에 나아가 이 집 저 집 다니며
여법히 탁발을 하셨다.
숫도다나 왕은 그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서 부처님께 달려가 말했다.
“세존이시여! 왜 우리를 부끄럽게 만드십니까?
왜 음식을 구걸하러 다니십니까? 우리 가문에서 일찍이 그런 일을 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에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왕이시여, 대왕과 대왕의 가족들이 대대로 왕의 후예이듯이
나는 옛 부처님들의 후예입니다. 옛 부처님들은 음식을 구걸하며 언제나 탁발생활을 했습니다.”
그러고는 법을 설하여 이렇게 말씀하셨다.
“깨어 있으십시오.
마음을 챙겨 지니십시오.
법다이 사십시오.
법답게 사는 사람들은 이생에서도, 내생에서도 행복하게 삽니다.”
이런 부처님의 말씀을 듣자 왕은 확고하게 법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마침내 그는 법을 이해한 것이다.
그런 연후 부처님께서는 궁전으로 향하셨다.
궁에서는 모든 사람이 부처님께 경배 드리러 나왔으나 야소다라 비만 나타나지 않았다.
부처님은 몸소 그녀에게 갔고, 부처님을 뵙자
그녀는 두 사람 사이에 건널 수 없는 심연이 가로놓여 있음을 깨닫고 부처님 발아래 엎드려 절을 하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전생담을 들려주시며
그 전생에 그녀의 공덕이 얼마나 위대했던가를 낱낱이 자세하게 밝혀주셨다.65)
이런 이야기를 듣자 그녀도 드디어 법을 이해하고 받들게 되었다.
후에 여성승단이 만들어지자 야소다라도 출가하여 최초의 비구니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부처님이 궁전에 계실 동안 야소다라 비는 아들 라훌라에게 제일 좋은 옷을 입혀, 세존에게 보내면서 일렀다.
“라훌라야! 저분이 네 아버지이시다. 가서 너의 상속물을 달라고 하렴.”
라훌라 왕자는 부처님께 다가가 그 앞에 서서 말했다.
“현자시여, 당신의 그늘은 즐겁습니다.”
부처님께서 공양을 마치고 궁전을 떠나자, 라훌라 왕자는 따라가며 말씀드렸다.
“저에게 상속물을 주십시오.”
그 말을 듣자 세존은 사리뿌따에게 일렀다.
“그래, 그럼 사리뿌따여, 이 아이를 승단에 넣도록 하시오.”
그러고서는 사리뿌따에게 수계하는 방식을 자세히 일러주셨다.
“먼저 머리와 수염을 깎고,
황색 가사를 입힌다.
한쪽 어깨에 가사를 단정히 걸친 다음,
수계자는 스님들에게 예배한 후,
스님을 향하여 무릎을 세우고 앉아서 (이 자세가 잘 안 되면 꿇어앉아도 된다.)
두 손을 올려 합장하고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법에 귀의합니다.
승단에 귀의합니다.
두 번째,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두 번째, 법에 귀의합니다.
두 번째, 승단에 귀의합니다.
세 번째,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세 번째, 법에 귀의합니다.
세 번째, 승단에 귀의합니다.66)
5부경67) 중 하나인 『중부』에는 ‘라훌라에게 주는 말씀’이란 제목의 경이 세 개나 실려 있다.
(61, 62, 147경)
어린 라훌라에게 법을 가르치고 있는 이 경들은 한결같이 계율과 선정을 주로 설명하고 있다.
그 중 「마하 라훌라와다경」68)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라훌라야!
자애[慈]69)를 관하는 공부를 닦아라.
자애로운 마음을 닦으면 나쁜 마음이 사라지게 된다.
라훌라야!
더불어 아파함[悲]을 관하는 공부를 닦아라.
더불어 아파하는 마음을 닦으면 잔인한 마음이 사라지게 된다.
라훌라야!
더불어 기뻐함[喜]을 관하는 공부를 닦아라.
더불어 기뻐하는 마음을 닦으면 혐오하는 마음이 사라지게 된다.
라훌라야!
평온함[捨]을 관하는 공부를 닦아라.
평온한 마음을 닦으면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지게 된다.70)
라훌라야!
(육신의) 더러움[不淨]을 관하는 공부를 닦아라.
더러움을 관하는 공부를 닦으면 애욕이 사라지게 된다.
라훌라야!
무상의 개념[無常想 aniccasaññā]71)을 관하는 공부를 닦아라.
무상의 개념을 관하는 공부를 닦으면 아만(‘내가 있다’, ‘나다’라는 생각 asmi-māna)이 사라지게 된다.
라훌라야!
출입식(出入息)을 염하는 공부(ānapāna sati)를 닦아라. 라훌라야!
출입식을 염하는 공부를 닦아 자주 익히면 얻는 바가 많아서 크게 이익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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