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다국의 수도 라자가하는 부처님께서 대각을 이루신 후 맨 먼저 찾으셨던 지역 중의 하나이다.
출가 초기 수행시절에 부처님은 세니야 빔비사라 왕에게 대각을 성취하면
꼭 라자가하 성을 찾겠노라고 약속한 적이 있었다.
빔비사라 왕은 부처님을 뵙게 되자 크게 기뻐하여, 그 자리에서 가르침을 받은 다음 바로 재가신도가 되었다. 부처님을 열렬히 신봉하게 된 왕은 며칠 후에는
자신의 유희공원으로 쓰던 웰루와나 동산을 부처님께 바쳐 머무시도록 했다.
당시 라자가하는 새로운 사조의 중심지로서 많은 철학유파가 번성하고 있었다.
그 중에 산자야라는 사상가가 이끄는 학파가 있어 250명의 추종자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 중 우빠띠사와 꼴리따는 뒤에 부처님께 귀의하여 두 상수제자가 되었으니
사리뿌따와 마하 목갈라나가 바로 그들이다. 그들이 부처님을 만난 인연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라자가하의 거리를 거닐고 있던 우빠띠사는
한 사문의 엄숙한 용모와 고요하고도 위엄있는 거동을 보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
과거 수많은 생을 통해 완성을 성취하고자 노력해 온 우빠띠사의 끊임없는 노력이
이제 바야흐로 결실을 맺을 순간에 이르렀음인지
이 날 따라 그 사문의 모습은 우빠띠사의 마음을 유달리 사로잡았다.
이 사문은 다름 아닌 부처님의 최초의 다섯 제자 중 한 사람으로 아라한과를 성취한 아싸지였다.
우빠띠사는 이 고상한 사문이 누구의 제자이며 어떤 가르침을 받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아라한이 탁발을 마칠 때까지 계속 따라갔다.
“벗이여, 당신의 모습은 우아하고, 당신의 눈빛은 맑게 빛납니다.
누가 당신을 출가하도록 설득했습니까?
당신의 스승은 누구시며, 어떤 법(가르침)을 따르고 계십니까?” 하고 묻자,
아싸지 존자는 많은 말을 하기 꺼리는 듯 겸손하게 말했다.
“나는 교의와 계율을 길게 설명하지는 못하고 그 대의만 간략히 말해 줄 수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우빠띠사의 대답이 주목할 만하다.
“좋습니다. 벗이여, 적든 많든 좋으실 대로 말해 주십시오. 제가 원하는 것도 그 대의입니다.
장황한 말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그러자 아라한은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을 포용하는 연기법을 한마디로 요약하여 게송을 한 수 읊었다.
“원인에서 발생하는 그 모든 것,
그에 관해 여래께서 그 원인을 밝혀주셨네.
또 그것의 멸에 대해서도 설명하셨나니,
이것이 대 사문의 가르침이라네.”
Ye dhammā hetuppabhavā
tesam hetuṁ tathāgato āha
Tesam ca yo nirodho
Evam vādi mahā samano.’
우빠띠사는 이 게송을 듣자 바로 그 뜻을 이해했다.
‘생겨난 것은 모두 소멸하는 것(yamkiñci samudaya dhammam sabbam tam nirodha dhammam)’임을
그 자리에서 깨닫고 깨침의 첫단계(예류과)를 성취했다.
기쁨으로 가슴이 벅찬 그는,
서둘러 친구 꼴리따에게 달려가 아라한을 만난 사실과 가르침 받은 내용을 얘기해 주었다.
꼴리따 역시 친구가 전해 주는 게송을 듣고서 곧바로 깨침의 첫 단계를 얻었다.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은 스승 산자야에게 나아가 부처님을 따르자고 권했다.
그러나 종교지도자로서의 명망을 잃게 될까 두려워한 산자야는 제자들의 권유를 거절했다.
할 수 없이 꼴리따와 우빠띠사는 산자야의 강력한 만류를 무릅쓰고 그를 떠나 웰루와나 정사로 갔다.
부처님에게 귀의할 뜻을 사뢰자 부처님은 그들을 기꺼이 맞아들이며 말씀하셨다.
“오라. 비구들이여!
법은 잘 설해져 있도다.
고귀한 삶을 통해 고를 완전히 없애버리도록 하라.”
그리고 그들을 승단에 받아들이셨다. 그들은 해탈을 성취한 후 부처님의 뜻을 받들어
승단을 이끄는 두 상수제자(上首弟子)가 되었다.
부처님이 웰루와나 정사에 머무실 때 승단에 들어온 또 한 사람의 위대한 제자는
바라문 출신의 현자 마하 까사빠였다.
그는 구경해탈에 이르는 길을 찾기 위해 거대한 부(富)도 팽개치고 출가한 사람이었다.
부처님께서 반열반에 드시자 그로부터 3개월 후,
왕사성 근처의 칠엽굴에서 아라한들의 대회동(1차결집)을 주관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아자따사뚜 왕의 후원을 받아 경과 율을 최초로 정리, 편찬한 그 모임은
불교사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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