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뿟따 존자가 경전에 대하여 했던 다른 법문들의 요약은 이 글의 끝에 싣도록 하고,
여기서는 그가 설했다고 전해지는 더 광범위한 주석서 성격의 경서들을 고찰해 보겠다.
우선 『닛데사』는 경장의 소부(小部)에 속해 있다.
이 경은 빠알리 삼장 가운데 유일하게 주석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 내용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마하닛데사』는 『숫따니빠따』의 앗타까왁가(詩의 장)의 주석이고,
『쭐라닛데사』는 「빠라야나왁가(피안의장)」와 「칵가위사나 숫따」에 대한 주석인데
역시 『숫따니빠따』에 들어있다.
앗타까왁가와 빠라야나왁가는 『숫따니빠따』의 마지막 두 장이며
빠알리 삼장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임에 틀림없다.
『감흥어』에 보면 소나 장로가 앗타까왁가를 암송했다고 기록되어 있고
『증지부』에는 난다마따라는 여성 재가신도가 빠라야나왁가를 낭송했다고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두 장은 일찍부터 스님들과 재가신도들 사이에서 높이 평가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부처님께서 『숫따니빠따』의 이 두 부분에 대해 설명해 주신 일이 다섯 번 이상이나 된다.
이 두 장이 높이 평가되어 왔다는 사실과 더불어
많은 고어들과 간결한 고문체로 구성되어있는 점을 보아
아주 초기에 이에 대한 주석이 이루어졌으며 그것이 나중에 경장에 포함되었음이 분명하다.
이 두 주석이 사리뿟따 존자에 의해서 설해졌다는 종래의 해석은 매우 타당성이 높다.
오늘날 빠알리 경전에서 발견되는 문장전체는 아니더라도
그 주석의 핵심내용은 사리뿟따 존자가 설한 것이 틀림없다.
『닛데사』가 어휘설명과 문맥해설, 부처님의 말씀에 준거한 인용문
그리고 많은 동의어를 사용한 용어 설명 등
적절한 언어 교육을 위한 자료까지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은
스님들의 체계적인 교육에 이 위대한 장로가 큰 관심을 가졌던 점과 잘 부합되는 것이다.
『마하닛데사』에는
앗타까왁가의 마지막 게송묶음인 「사리뿟따 숫따」에 대한 주석도 실려있는데,
이는 「테라빵하 숫따」라고도 불린다.
이 묶음의 첫머리는 부처님을 칭송하는 게송과 부처님께 드린 일련의 질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석서는 이들을 사리뿟따가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묶음의 첫 연이
삼십삼천에서 아비담마를 설하고 돌아오시는 부처님을 노래하는 것이라고
『마하닛데사』에서 설명하고 있다.
「사리뿟따 숫따」의 그 다음 부분은 사리뿟따가 여쭌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 답변은 부처님께서 해주신 것이 틀림없다.
『무애해도(Pa.tisambhidaamagga)』는 한결 수준 높은 불교 연구의 교본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 논서의 내용은 그 저자로 알려진 사리뿟따의 마음만큼이나 폭넓다.
이 책은 길고 짧은 30편의 논설로 이루어져 있다.
첫번째 논설은 장편으로서 지식(~naa.na)의 일흔 두 가지 유형에 관한 것을 다루고 있고
두번째는 잘못된 사변적 견해(di.t.thi)의 유형을 다루고 있는데
특히 이 두 편에는 사리뿟따 특유의 체계적이며 통찰력 있는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다른 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식에 관한 장'에는 『무애해도』의 특징인 교학 용어가 많이 담겨
있다. 경장 가운데 오래된 부분에서 간단히 다루어진 용어와 교설을 이 장에서는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또한 호흡에 대한 마음챙김, 자비관,
통찰력을 증진시키는 여러 가지 수행법 등 명상에 관한 것도 싣고 있는데
이것은 실수행에 대단히 큰 도움을 준다.
책의 중간 부분에 가면 주제가 다양하게 전개되어 지극히 아름다운 문장으로 여래의 위대한 자비심을 찬미하는 대목도 나온다.
이 논서의 주석인 「정법해설소(Saddhammappakaasinii)」를 쓴 마하나마 장로는
『무애해도』가 사리뿟따 장로의 저작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면서
첫머리 게송에서 이 위대한 장로를 감동적으로 예찬하고 있다.
『무애해도』에서 사리뿟따에 관한 언급이 두 차례 있는데,
한 번은 '신통력에 관한 장'에서 '삼매에 의한 조정력'을 지닌 분으로 나오고,
또 한 번은 '위대한 지혜의 장'(2:196)에서
"사리뿟따만큼 지혜로운 분이라면 부처님의 지혜에 버금가는 사람이다."라고 나온다.
이제 사리뿟따 존자가 부처님 가르침에 가장 중요한 공헌을 했다고 볼 수 있는
아비담마의 편찬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담마상가니(法集論)』 주석서인 『앗타살리니』에 따르면
부처님께서는 삼십삼천계에 임하셔서
온갖 천상계로부터 모여든 천신들에게 아비담마를 설하셨다.
이 모임의 상석에는 도솔천 천신으로 다시 태어난 당신의 어머니 마야 왕비도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그곳에서 아비담마를 설하시던 석 달 동안
날마다 잠깐씩 인간계로 돌아오셔서 탁발을 하시곤 했다.
천상계에서 막 설하신 아비담마 부분의 '방법(naya)'을 사리뿟따에게 전수하신 것도
바로 그 무렵이었다. 『앗타살리니』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부처님께서 분별지를 갖춘 상수제자에게 이렇게 방법을 전수하신 것은
마치 해변에 서서 손을 들어 대양을 가리키는 것과 같았다.
부처님께서 수백 수천가지 방편으로 설하신 가르침이
사리뿟따에게는 비로소 아주 분명하게 되었다."
그 이후 사리뿟따존자는 자신이 전수받은 것을 5백 제자에게 전해 주었다.
이어서 이런 말도 나온다.
"아비담마의 본문순서는 사리뿟따가 정한 것이고,
『빳타나(發趣論)』의 순서 배열도 그가 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존자가 교리의 고유성을 손상함이 없이 순서를정한 것은
법을 배우고 기억하고 연구하고 가르치기에 쉽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앗타살리니』에는 또한 사리뿟따가 아비담마 정본에 다음과 같은 기여를 했다고 써있다.
(1)「아비담마마띠까」와 그에 이어지는 42대구(對句)로 된 「수딴따마띠까」,
이 둘은 일곱 논서의 서문 역할을 한다.
그 42 「수딴따」 대구는 『담마상가니』에 설명되어 있는데
이 또한 존자가 설한 것으로 보인다.
(2)『담마상가니』의 네번째이자 마지막 부분인 아툿다라깐다 즉 '개요'.
(3) 아비담마의 낭송을 위한 배열[誦道].
(4)『발취론』의 수치항목 등.
「아누빠다숫따(『중부』 111)」에는 사리뿟따가 선정의 각 단계를 차례로 거쳐 나와
매 단계마다 일어나는 주된 정신적 현상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분석해낸 것에 대하여
부처님께서 언급하고 계시다.
이 분석은 『담마상가니』에 나오는
선정 의식에 관한 자세한 분석의 선구이자 초본으로 볼 수도 있다.
사리뿟따 존자가 법에 통달했고 해설도 능숙했던 것에 대하여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상응부』 12:32)
비구들이여, 사리뿟따는 법의 진수를 아주 잘 통달하고 있으므로
내가 하루 종일 이렇게 묻고 저렇게 물어도 적절한 말로 막힘없이 대답할 것이다.
내가 하룻밤 동안, 또는 하루낮 하룻밤 동안,
또는 이틀낮 이틀밤 동안,
심지어 이레낮 이레밤 동안
이렇게 묻고 저렇게 물어도
사리뿟따는 그만큼의 시간 동안 적절한 말로 막힘없이 설명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사리뿟따를 황태자에 비유하신 대목도 있다. ( 『증지부』 5:132)
비구들이여,
어느 전륜성왕의 맏아들이 만약 다서 가지 덕을 모두 갖추고 있다면
아버지가 굴리던 통치의 수레바퀴를 제대로 굴릴 것이다.
그래서 그 통치의 수레바퀴는 아무리 악의를 품은 사람이라도 뒤엎지 못할 것이다.
다섯 가지 덕이란 무엇인가? 전륜성왕의 맏아들은
무엇이 이로운 것인지를 알고,
무엇이 법인지를 알고,
무엇이 올바른 방도인지를 알고,
올바른 때를 알고,
그가 다스려야 할 백성을 아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사리뿟따도 이처럼 다섯 가지 덕을 갖추고
여래와 마찬가지로 수승한 법륜을 올바로 굴린다.
그래서 고행자나 비구, 신이나 브라만,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이 법륜은 뒤엎지 못할 것이다.
그 다섯 가지 덕이란 무엇인가? 비구들이여, 사리뿟따는
무엇이 이로운 것인지를 알고,
무엇이 불법인지를 알고,
무엇이 올바른 방도인지를 알고,
올바른 때를 알고,
그가 설법할 대중을 안다.
법의 스승으로서 누렸던 사리뿟따의 위대한 명성은 사후에도 존속되어
후대의 불자들 사이에서 하나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약 300년 후에 쓰여진 『밀린다왕문경』 마지막 구절에 잘 나타나 있다.
이 경에서 밀린다 왕은 나가세나 존자를 사리뿟따 존자와 비교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 부처님 문하에서 법장이신 사리뿟따 존자를 제외하고는
그대만큼 질문에 잘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소."(『밀린다왕문경』 420)
부처님의 위대한 제자 사리뿟따는 그 주옥 같은 가르침으로 오늘날까지 명성을 드날리고 있으며
그의 가르침은 부처님 말씀과 나란히 가장 오래된 불교문헌에 소중하게 간직되어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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