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세존께서 사왓티에 있는 아나타삔디까의 기원정사에 머물고 계셨다.
그때 사리뿟따 존자는 마가다국의 날라까 마을에서
병으로 고통받으며 심하게 앓고 있었는데,
쭌다 사미가 시봉하고 있었다.
사리뿟따는 바로 그 병으로 숨을 거두게 되었다.
그러자 쭌다 사미는 존자의 발우와 가사를 가지고 사위성의 기원정사로 갔다.
그는 아난다 존자에게 다가가 절을 올린 뒤 한쪽 옆에 앉아 말하였다.
"존자시여, 사리뿟따 존자께서 입적하셨습니다.
여기 발우와 가사가 있습니다."
"벗, 쭌다여, 이런 일이라면 세존을 찾아뵈어야 합니다.
우리 가서 세존을 뵙도록 합시다. 세존을 뵙고 이 일을 말씀드려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존자시여."
그들은 세존을 뵈러 길을 나섰다.
기원정사에 도착한 뒤 세존께 절을 올리고 한쪽 옆에 앉았다.
그리고 나서 아난다 존자가 말씀을 올렸다.
"세존이시여, 쭌다 사미가 제게 말하기를 사리뿟따 존자가 돌아가셔서
그의 발우와 가사를 가져왔노라고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말에 온몸에 맥이 쭉 빠져버렸습니다.
사리뿟따 존자가 입적했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정신이 아득해지고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아난다야, 어찌 이러느냐?
사리뿟따가 세상을 떠나면서
너의 계행과 선정과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을 가져가기라도 했다는 말이냐?"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사리뿟따 존자가 세상을 떠나면서
저의 계행과 선정과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존이시여,
사리뿟따 존자는 저를 일깨워주고 격려해주고 기쁘게 해주고 법을 설하는데
지칠 줄 모르는 조언자이자 스승이고 교화자였으며,
자신을 따르는 비구들에게는 도움을 주는 이였습니다.
우리는 사리뿟따가 법을 가르침에 있어서
얼마나 활력과 즐거움과 도움을 주었는지를 잊을 수 없습니다."
"아난다야,
사람은 누구나 가깝고 사랑스러운 것과 언젠가는 헤어져야만하고 갈라져야만 한다는
사실을
내가 이미 가르치지 않았더냐?
태어나서 존재를 이루고 합성되었기에 언젠가는 해체되어야만 하는 것,
그것이 어떻게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수 있겠느냐?
그런 일은 정녕코 있을 수 없다.
아난다야, 마치 거목에서 큼직한 가지가 떨어져나가는 것과 같이
사리뿟따도 이제 이 크고 건실한 비구 승단을 떠나게 된 것이다.
아난다야,
태어나서 존재를 이루고 합성되었기에 언젠가는 해체되어야만 하는 것,
그것이 어떻게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수 있겠느냐?
그런 일은 정녕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아난다야,
밖에서 귀의처를 찾지 말고 네 자신이 섬이 되어라.
네 스스로가 네 자신의 귀의처가 되어라.
다른 귀의처를 찾지 말고 불법을 너의 섬으로 삼고,
불법을 너의 귀의처로 삼아라."
주석서에는 이러한 해설이 나온다.
세존께서는 손을 내밀어 유골이 담긴 천을 들어 손바닥 위에 놓으시고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얼마 전에 열반에 드는 것을 허락해달라고 청했던 비구의 조개빛깔의 유골이다.
수만 겁의 무량한 세월동안 십바라밀을 구족하게 닦아온 사람,
이것이 바로 그 비구이다.
내가 초전법륜을 굴리는 데 있어서 나를 도와주었던 사람,
이것이 그 비구이다.
늘 내 옆자리를 지켰던 사람,
이것이 그 비구이다.
지혜를 펴는 데 있어서
우주법계를 망라하여 나 말고는 그 누구보다도 수승했던 사람,
이것이 그 비구이다.
위대한 지혜를 가졌던 자
그가 이 비구이고,
넓은 지혜와 밝은 지혜와 민첩한 지혜, 꿰뚫어보는 지혜를 가졌던 자가
이 비구이다.
이 비구는 바라는 것 없이 만족할 줄 알았으며
은둔하기를 좋아하고 어울려 다니기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정진력이 넘쳐났으며,
동료비구들을 계도하여 나쁜 일을 그만두도록 하는 자였다.
5백 전생 동안의 공덕으로 얻어놓은 엄청난 재산을 버리고서
집을 떠나 출가하여 지냈던 사람,
이것이 그 비구이다.
나의 문하에서 대지와 같은 인욕심을 지녔던 사람,
이것이 바로 그 비구이다.
뿔을 잘라내버린 황소처럼 남을 해칠 줄 모르는 이,
이것이 바로 그 비구이다.
의지가지 없는 아이처럼 겸허한 마음을 지닌 사람,
이것이 바로 그 비구이다.
비구들이여, 여기 이 유골을 보아라.
위대한 지혜, 넓고 밝고 민첩하고 예리하고 꿰뚫어보는 지혜를 지녔던 사람의 유골을.
바라는 것 없이 만족할 줄 알았으며
은둔하기를 좋아하고 어울려 다니기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정진력이 넘쳐났던 그,
동료 비구들을 계도하여 나쁜 일을 그만두도록 한 그,
여기 그의 유골을 보아라.
그리고 나서 부처님께서는 당신의 위대한 제자를 칭송하여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으셨다.
5백 생 동안 출가하여
가슴속에 지녔던 즐거움을 털어버리고
모든 감관을 잘 다스려
격정에서 벗어났던 사람,
열반에 든 사리뿟따에게 경의를 표하노라.
대지처럼 인욕심이 강하여
자기 마음을 완전히 조복시켰고
자비롭고 다정하며 고요하고 냉철하여
거대한 대지처럼 굳건했던 그 사람,
열반에 든 사리뿟따에게 경의를 표하노라.
의지가지 없는 아이처럼 겸허한 마음을 가지고
한 손에 발우를 든 채 마을에 들어가이 집 저 집 유유히 갈 길 가던 사람,
사리뿟따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으니
열반에 든 사리뿟따에게 경의를 표하노라.
마을에서건 숲속에서건 그 무엇도 해치지 않고
뿔 잘라낸 황소처럼 살아가던 사람,
자신을 완전히 조복시켰던 그 사람,
사리뿟따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으니
열반에 든 사리뿟따에게 경의를 표하노라.
세존께서는 이렇게 사리뿟따 존자의 덕을 칭송하시고
유골을 보존할 사리탑을 짓도록 당부하셨다.
그후 아난다에게 라자가하로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아난다가 비구들에게 알렸고, 세존께서는 많은 비구들과 함께 라자가하로 길을 떠나셨다.
그곳에 도착하셨을 때에는 이미 마하목갈라나 존자도 세상을 떠난 후였다.
이번에도 세존께서는 목갈라나의 유골을 들어보이시고 사리탑을 세우도록 당부하셨다.
그런 뒤 세존께서는 라자가하를 떠나 갠지스 강을 향해
먼 길을 가셔서 욱까쩰라에 도착하였다.
갠지스 강둑으로 나아가신 세존께서는 따라온 비구들과 함께 앉으시고
사리뿟따와 마하목갈라나의 무여열반에 관한 「욱까쩰라경(『상응부』 47:14)을 설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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