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진암(識盡庵)/사리뿟따 이야기

13. 피안을 찾아서 / 마지막 빚을 갚다

이르머꼬어리서근 2011. 7. 16. 12:51

 

 

이제 우리의 이야기는 부처님께서 무여열반에 드신 해에 이르렀다.

 

세존께서는 웨살리 근처의 마을 벨루와가마에서 우기를 보내시고

안거가 끝나자 그곳을 떠나 몇몇 군데 들러서 사왓티의 기원정사로 돌아오셨다.

 

 

그곳에서 지혜 제일 사리뿟따 장로는 세존께 예를 올리고 나서 그의 거처로 갔다.

장로는 제자들이 절을 하고 나간 후에 거처를 말끔히 청소하고 나서 가죽방석을 깔았다.

그리고 발을 씻고는 결가부좌로 앉아 아라한과의 선정에 들었다.

 

 

사리뿟따는 미리 정해놓은 시간에 선정에서 깨어나 이런 생각을 했다.

 

'정등각자들이 먼저 무여열반에 드는 것일까,

아니면 그분들의 상수제자들이 먼저 무여열반에 드는 것일까?'

 

그리고는 상수제자들이 먼저 무여열반에 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얼마나 더 살 수 있는지 헤아려 보고

남은 기운이 이제 단 일주일을 지탱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어디서 무여열반에 들게 될 것인가?'하고 살피던 중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라훌라는 삼십삼천의 천신들 사이에서 무여열반에 들었고,

 안냐 꼰단냐 장로는 히말라야의 찻단따 호수에서 무여열반에 들 었다.

 

그러면 나는 어디에서 최후를 맞게 될 것인가?'

 

이것을 거듭 생각하는 동안 어머니 생각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자식 일곱이 다 아라한이 되었는데도

 부처님도 불법도 승가도 믿지 않으신다.

 그 믿음을 얻을 만한 근기를 갖추고 계신 걸까, 아닐까?' 

 

그는 이를 관하여 보고 어머니가 예류도에 들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음을 알았다.

그리곤 이런 의문이 들었다.

 

 

 

'어머니는 누구의 가르침을 받아 진리의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인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사리뿟따 자신의 법문을 통해서만

 어머니가 깨달음을 얻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만약 내가 이 일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할 것이다.

"사리뿟따는 그리도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었다.

 예를 들어 고요한 마음의 천신들에게 설법하던 날만 해도

 수많은 천신들이 아라한과를 얻었고,

 더 많은 천신들은 예류, 일래, 불환도를 증득했었다.

 

 또 다른 때에 그 분이 삼보에 귀의하면 얼마나 즐거운지를 말씀해주시자   

 그 말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예류과에 들었고

 수많은 집안이 천상계에 다시 태어나기도 했다.

 

 그런데 자기 어머니는 정견(正見)으로 인도하지 못하다니!"라고 하겠지.

 

그러니 나는 어머니를 사견으로부터 해방시켜드리고

내가 태어났던 바로 그 방에서 무여열반에 들어야겠다.'

 

 

 

이렇게 마음을 정하고 그는

'오늘 당장 세존께 허락을 받고 날라까로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시자인 쭌다 장로를 불러서 이렇게 말했다.

'쭌다여, 내가 날라까로 가고자 하니

우리 5백 비구들에게 의발을 갖추어 떠날 준비를 하라고 해주오.'

 

쭌다 장로는 시키는 대로 행하였다.

 

 

비구들은 그들이 묵던 곳을 정돈하고 의발을 들고서 사리뿟따 장로에게로 왔다.

장로 또한 자신의 침소를 정돈하고 낮에 일보던 곳을 비질하였다.

그리고는 문 앞에 서서 그곳을 돌아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 곳을 보는 것도 이제 마지막이로구나.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으리니.'

 

그리고는 오백 비구들과 함께 세존께 가서 경배한 후 이렇게 말하였다.

 

 

"정각자이시며 일체지자이신 세존이시여,

 허락하여 주소서. 제가 무여열반에 들 때가 되었나이다.

 이제 목숨이 다하였습니다."                

 

 세상의 주인이시여, 위대한 대각세존이시여!

 저는 곧 이 삶에서 풀려납니다.

 다시는 오고 감이 없으리니

 세존을 우러르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입니다.

 

 제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레만 지나면 짐 다 벗고

 이 몸을 누이게 될 것입니다.

 스승이시여, 들어주소서! 세존이시여, 허락하소서!

 

 마침내 제가 열반할 때가 되었나이다.

 이제 저는 삶의 의지를 놓았습니다.                

 

 

 

경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만일 세존께서 "무여열반에 들어도 좋다."고 대답하셨다면

외도들은 그분께서 죽음을 예찬하고 있다고 비난할 것이고,

 

만일 "무여열반에 들지 말라."고 대답하셨다면

윤회의 굴레가 지속되는 것을 예찬하고 있다고 비난할 것이기에,

 

이를 아신 세존께서는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지 않고

"어디에서 무여열반에 들려 하느냐?"하고 물으셨다는 것이다.

 

사리뿟따는 "마가다국 날라까 마을의 제가 태어났던 방에서 열반에 들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리뿟따여, 시의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바를 행하여라.

 하지만 승단의 형제들은 그대 같은 비구를 만날 기회가 다시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법을 설하여 주어라."

 

 

 

이에 장로는 자신의 놀라운 법력을 다 드러내는 설법을 하였다.

법의 가장 높은 경지로 올라갔다가

세간적 진리의 경지로 내려오고,

다시 오르기도 하고 또 내려오며

온갖 직설과 비유를 구사하여 법을 설하였다.

 

설법을 마치고 그는 세존 앞에 엎드려 경배했다.

세존의 다리를 부여안고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저는 세존 앞에 엎드려 경배할 수 있기까지

 무량겁에 걸쳐 십바라밀을 구족하게 닦아왔습니다.

 제 간절한 소망은 이루어졌습니다.

 앞으로는 만날 일도 스칠 일도 없을 것입니다.

 

 이제 그 두텁던 인연도 다하였습니다.

 저는 곧 늙음도 죽음도 없이 평화롭고 복되고 번뇌없이 안온한 곳,

 수만의 부처께서 들어가셨던 그곳, 열반으로 들어갑니다.

 

 저의 말이나 행동이 세존을 기쁘게 해드리지 못한 점이 있다면,

 세존이시여, 용서하소서! 이제 가야 할 시간입니다."

 

 

 

언젠가도 부처님께서는 이에 대답하신 적이 있었다.

"사리뿟따여, 그대의 말이나 행동에 꾸짖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대는 크고 넓고 밝은 지혜를 갖추었으며,

 빠르고 예리하게 통찰하는 지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상응부』 8:7) 

 

이번에도 세존께서는 똑같이 대답하셨다.

"사리뿟따여, 그대의 청을 듣겠노라.

하지만 그대의 말 한마디 몸가짐 하나 거슬린 적이 없었다.

사리뿟따여, 이제 그대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여라."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서,

세존께서 상수제자를 꾸짖는 것처럼 보이는 몇몇 경우에도

실은 제자가 탐탁스럽지 않아서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나

어떤 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처방법을 제시해주는 것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세존의 허락을 받고, 사리뿟따가 엎드려 절하고 일어서자

대지가 포효하며 온 천지가 바다에 이르기까지 한 번 크게 진동했다.

그것은 마치 대지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메루 산 주변 이 첩첩의 산과 거대한 히말라야 산맥을 떠받치고 있는 나로서도

오늘 이처럼 쌓인 엄청난 덕은 감당할 수가 없구나!"

그리고는 크나큰 우레가 하늘을 갈라놓았고

먹장 같은 구름이 나타나더니 큰비가 쏟아져 내렸다.

 

 

 

세존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셨다.

'이제 법장을 떠나보내야겠다.'  

그리고는 법상에서 일어나 당신께서 거처하시는 향실(香室)로 가서 보좌 위에 서셨다.

 

 

 

사리뿟따는 향실을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면서 동서남북에 절하며 이런 생각을 하였다.

 

'제가 아노마닷시 부처님 발아래 무릎꿇어 스승님 만나기를 서원한 것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월, 수십만 겁 전이었습니다.

 

 그 서원이 이루어져 저는 드디어 스승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그때 만나 처음 뵈었고,

 이제 마지막으로 뵈옵는 것입니다.

 이제 다시는 뵈올 기회가 없을 것입니다.'

 

두 손을 합장한 채 세존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뒷걸음으로 그곳을 떠났다.

그러자 그것을 못내 참을 수 없어 대지는 또 한 번 바닷가까지 전율했다.

 

 

그때 세존께서는 주위에 둘러서 있던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가보도록 해라. 그대들의 사형을 따라가보도록 해라."

그 말씀에 사부대중이 바로 기원정사를 떠났고

그곳에는 세존께서 홀로 남아 계시게 되었다.

 

 

또한 그 소식을 들은 사왓티의 시민들도 향과 꽃을 받쳐들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도시를 빠져나갔다.

그들은 슬픔의 표시로 머리카락을 적시고 울며 탄식하며 장로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자 사리뿟따는

"이 길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길입니다."하고 타이르며

그들에게 돌아갈 것을 요청했다.

 

그를 따라오던 비구들에게도 말했다.

"여러분들도 이제 돌아가십시오. 스승님 모시기를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이렇듯 모두 되돌려 보내고 나서 그는 자신의 제자들만 데리고 길을 떠났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은 여전히 장로의 뒤를 따르며 이렇게 한탄했다.

"전에는 장로님께서 먼길을 떠나시곤 했지만 늘 돌아오셨지.

그러나 이번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길을 떠나시는 거야!" 

 

장로는

"벗들이여, 깊이 생각해보시오!

형성되고 조건지어진 모든 것은 진정 스러지기 마련입니다."하며

그들을 되돌려보냈다.

 

 

 

 

이 일주일의 여정 동안에 사리뿟따는 하룻밤을 지내면서

묵을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드디어 고향인 날라까 마을에 도착한 저녁 무렵

그는 마을 어귀에 있는 벵골 보리수나무 근처에 멈추어 섰다.

 

마침 그때 장로의 조카인 우빠레와따가 마을 밖으로 나갔다가

그곳에서 사리뿟따를 보았다.

그는 장로에게로 가서 예를 올리고 그대로 서 있었다.

 

장로가 그에게 물었다.

"할머니께서는 집에 계시던가?"

 

"네, 계십니다. 장로님."

 

"그러면 가서 우리가 왔다고 알려드리게.

 그리고 만일 할머니께서 우리가 어찌 왔느냐고 물으시거든

 이 마을에 하루 묵을 테니 내가 태어났던 방을 쓸 수 있게 해주시고

 5백 비구들이 머물 처소도 마련해 주십사고 전해주게."

 

 

우빠레와따는 할머니에게 가서 말했다.

"할머니, 삼촌께서 오셨습니다."           

 

"지금 어디 있더냐?"

 

"마을 어귀에 계십니다."

 

"혼자더냐, 아니면 누구 함께 온 사람들이 있더냐?"

 

"삼촌께서는 5백 명의 비구들과 함께 오셨습니다."

 

"어찌 왔다더냐?"하고 묻자 그는 장로가 시킨대로 말씀드렸다.

 

 

그러자 사리뿟따의 어머니는 이런 생각을 했다.

'얘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처소를 마련하라는 걸까?

젊어서 비구가 되더니 이제 늙은 나이에 속인으로 되돌아오겠다는 걸까?'

 

 

그러나 어머니는 장로를 위해선 그가 태어났던 방을,

비구들을 위해서는 따로 처소를 마련하였고 횃불을 밝히고 나서 장로를 부르러 보냈다.

 

사리뿟따는 비구들을 데리고 생가의 안뜰을 지나

자신이 태어났던 방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잡고 앉은 후, 비구들에게는 그들의 처소로 가도록 했다.

 

비구들이 물러간 후 곧 장로는 심한 설사병이 엄습해서 큰 고통을 느꼈다.

양동이가 번갈아 몇 차례나 들어오고 나가고 했다.

어머니는 '내 아들의 조짐이 좋지 않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자기방 문기둥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럴 즈음 사천왕들이 "법장께서는 지금 어디 계실까?"라며 서로 물었다고 경에 써있다.

그들이 살펴보니 법장께서 최후의 숨을 거두려고

날라까의 태어났던 방 침대에 누워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 마지막으로 그 분을 뵈러가세."

사천왕은 그 방에 도착하여 장로님께 예를 올리고 옆에 가만히서 있었다.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장로가 물었다.                    

 

"우리는 사천왕입니다, 존자님."

 

"어떻게 오셨습니까?"

 

"병석에 계신 존자님을 돌보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실 것 없습니다. 여기도 돌보는 사람이 있으니 여러분들은 돌아가도록 하시지오."라고

사리뿟따가 말했다.                  

 

 

 

그들이 떠난 뒤, 천신의 왕인 삭까[帝釋]가 같은 뜻으로 찾아 왔고,

그 다음에는 브라만[梵天]의 왕인 마하브라마[大梵天]도 왔다.

존자는 전과 같이 모두를 되돌려보냈다.

 

 

 

이처럼 천상계의 존재들이 왔다가 가는 모습을 보며 브라만 여인인 어머니는

'내 아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떠나는 저들이 누구란 말인가?'하는 의문에 사로잡혔다.

 

어머니는 장로가 있는 방의 문께로 가서 쭌다 장로에게 존자의 건강상태가 어떤지 물었다.

쭌다 장로는 사리뿟따 존자에게 "우바이 노부인께서 오셨습니다."고 말하며

어머니의 질문을 그대로 전했다.

 

"어떻게 이런 시간에 오셨습니까?"

사리뿟따가 어머니에게 물었다.

 

"보시게, 그대를 보러 왔다네. 그런데 제일 먼저 왔던 이들은 누구였소?"

 

"사천왕들이었습니다, 우빠시까여."

 

"그렇다면 그대가 그들보다 더 훌륭하단 말이오?"

 

"그들은 말하자면 절을 지키는 시자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 스승님이 금생에 태어나신 후, 그들은 칼을 들고 스승님을 호위하고 있답니다."     

 

 

"그들이 떠난 후에 왔던 이는 누구였소?"

 

"천신들의 왕인 삭까였습니다."

 

"그렇다면 그대가 천신의 왕보다 더 훌륭하단 말이오?"

 

"그는 비구의 의발을 들고 따르는 사미와 같은 존재지요.

 우리 스승님이 삼십삼천에서 돌아오셨을 때

 삭까왕이 스승님의 의발을 들고 스승님과 함께 지상으로 내려왔답니다."

 

 

"그럼 삭까왕이 돌아간 후에 그 뒤로 왔던 이는 누구였소,

 방안이 온통 빛으로 환해지던데."

 

"우바이여, 그건 당신의 주인이자 스승인 마하브라마였습니다."

 

"그렇다면 아들이여, 그대가 나의 주인이신 마하브라마보다 더 훌륭하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우바이여.

 우리 스승님께서 태어나신 날에 네 명의 마하브라마가

 그 위대하신 분을 황금의 그물로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브라만 여인은 이렇게 생각했다.

'내 아들의 권세가 이 정도라면

 내 아들의 스승이자 주인이신 분의 위력은 얼마나 크단 말인가?'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갑자기 그 여인의 마음에 환희심과 기쁨이 일어 온몸을 가득 차 올랐다.

 

 

그 때 장로는 이런 생각을 했다.

'어머니에게 환희심과 기쁨이 일었으니 지금이 불법을 설해드릴 시간이다.'

그리고는 이렇게 물었다. "우바이여,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요?"

 

"내 아들의 덕성이 그 정도일진대 그 스승님의 덕성은 어떨 것인가 생각하고 있었지요."

 

"나의 스승님이 태어나셨을 때,

 그 분이 세속의 삶을 포기하고 위대한 출가를 하셨을 때,

 그 분이 성도를 하셨을 때,

 그리고 초전법륜을 굴리셨을 때,

 이 모든 때마다 수없이 많은 세계가 전율하고 진동했습니다.

 

 계행, 선정, 지혜, 해탈, 그리고 해탈지견에 있어서 그 분에 필적할만한 이는 없습니다."

 

그리고나서

"참으로  세존은 이런 분이시니(Iti pi so bhagavaa…),"라고 

 경배를 올리는 구절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이렇듯 그는 어머니에게 부처님의 덕성을 근거로 불법을 설명해드렸다.

사랑하는 아들이 해주는 법문이 끝나자 이 브라만 여인은 예류과에 확고히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아, 사랑하는 우빠띠사여, 왜 이제야 말해주는가요?

 불사의 감로 지혜를 왜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내게 말해주지 않았던가요?"

 

이제 존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제 나는 어머니인 브라만 여인 루빠사리에게 나를 키워준 보답을 하였다.

 이제 된 것 같다.'

 

그리고는 "우바이여, 이제 물러가십시오."라는 말로 어머니를 돌려보냈다.

 

 

 

 

어머니가 물러간 후 "쭌다야, 지금 시각이 얼마나 되었느냐?"하고 물었다.  

 

"존자님, 이른 새벽입니다."

 

"비구들을 모두 모이도록 해라."

 

비구들이 모이자 존자는 쭌다에게 말했다.

"쭌다야, 나를 일으켜 앉혀다오." 쭌다는 그대로 했다.

 

그러자 존자는 비구들에게 말했다.

"형제들이여, 나는 44년 동안 여러분과 함께 지냈고 여러분과 행각도 함께 하였소.

 이제까지 내가 말이나 행동으로 여러분을 불쾌하게 한 적이 있다면 용서해주시오."

 

비구들이 대답했다.

"존자님, 비록 저희들이 존자님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랐지만

 존자님께서 저희들을 불쾌하게 하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존자님, 도리어 저희들이 잘못했다면 용서해주소서."

 

 

 

그리고나서 존자는

넓은 가사로 몸을 감싸고 얼굴도 덮고 나서 오른쪽을 아래로 하고 누웠다.

 

그리고는 부처님께서 무여열반에 드시게 될 때 하실 방식으로 선정에 들었다.

 

순차적으로 아홉 단계의 선정에 들었다가

다음에는 역순으로 아홉 단계의 선정에 들었다.

 

그후에 다시 초선에서 순차적으로 제4선에 이르렀을 바로 그때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의 윗머리가 나타났고

그 순간 사리뿟따 존자는 무여열반에 완전히 들었다.

 

 

 

그날이 깟띠까 달의 보름날이었는데

이는 양력으로 시월과 십일월에 해당하는 달이다.

 

 

브라만 노부인은 자기 방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들은 좀 나은가? 말소리가 끊겼네.'

 노부인은 일어나 장로의 방으로 가서 아들의 두 다리를 주물러 주었다.

 그러다가 장로가 죽은 것을 알고 그의 발아래 쓰러져 큰 소리로 한탄하였다.     

 

 

"아, 사랑하는 아들이여! 그대의 덕성을 예전에 미처 몰랐었구나.

 뭘 몰라서 수백의 비구들을 환대하지도 시주하지도 못해 좋은 복을 짓지 못했구나!

 또 절도 하나 짓지 못했으니 그 복도 못 쌓았구나!"

 

노부인은 해가 떠오를 때까지 이렇게 탄식하였다.

해가 뜨자 노부인은 사람을 시켜 금은 세공인을 불러와 보물창고를 열도록 하고는

황금 몇 주머니를 큰 저울에 가득 달도록 했다.

 

그 황금을 금은 세공인에게 주어 장례용 장엄구를 준비하라고 시켰다.

기둥과 아치를 세우고 마을 한가운데에 좋은 목재로 정자를 짓도록 했다.

정자 중앙에는 박공이 장식된 커다란 구조물이 세워졌고

그 둘레에는 아치와 기둥이 모두 금으로 장식된 난간이 둘러쳐졌다.

그런 다음 인간과 천신들이 함께 하는 성스러운 장례식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한 주일 내내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고 난 후

향기나는 갖가지의 나무를 쌓아 화장용 장작더미를 만들었다.

그 위에 사리뿟따 존자의 주검을 올려놓고서 향기나는 나무뿌리 몇 묶음으로 불을 지폈다.

 

밤이 새도록 화장은 계속되었고 대중들은 불법에 대한 여러 법문을 들었다.

그런 후에 아누룻다 장로가 다 타고 남은 불꽃을 향기나는 물로 껐다.

쭌다 장로가 유골을 주워모아서 거름망에 담았다.

 

그리고 나서 쭌다 장로는 생각을 했다.

'나는 더이상 여기서 지체해선 안되겠다.

우리 큰 형님이시며 법장이신 사리뿟따 존자께서 입적하신 것을

정등각자께 말씀드려야겠다.'

 

그는 유골을 담은 천과 사리뿟따의 의발을 들고서 사왓티로 떠났다.

묵어야할 곳에서 하룻밤씩만 머물며 여정을 서둘렀다.

 

 

 

이상의 이야기는

「사리뿟따 상응」의 「쭌다경」 주석서에 쓰여있는 줄거리와

「대반열반경」의 주석서에 실린 같은 내용의 몇 대목을 덧붙인 것이다.

대화 부분은 「쭌다경(『상응부』47:13)」에서 따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