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진암(識盡庵)/사리뿟따 이야기

10. 인간 사리뿟따 / 명상수행자

이르머꼬어리서근 2011. 4. 9. 20:36

 

보디삿따(깨달음을 이루기 전의 부처님)

깨달음의 길을 찾아 출가했을 때,

음에는 당대에 빼어난 명상가로 알려진 두 스승의 문하에 들어가

무색정(無色)에서 가장 높은 두 단계인 무소유처정과 비상비비상처정을 증득하셨다

(『중부』 26).

 

사리뿟따는 이와는 달리 처음에 자신의 성향으로 인해 자기나름의 구도의 길을 걸었다.

그는 초의식 영역에 숙달된 분의 문하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철학적 사변과 지적 분석에 탁월한 분의 문하로 들어갔었다.

 

또한 그가 법에 들어설 때도 명상삼매[]의 길을 통해서가 아니라,

인과의 그물망으로 조건지어진 모든 현상과

그것을 뛰어넘어 조건지어지지 않은 상태에 대한 자발적이고 직입적인 통찰[]을 통해서였다.

 

그러한 사리뿟따였지만

일단 부처님의 제자가 되자 곧바로 명상삼매의 모든 단계를 통달하였고

이런 명상의 체험을 바탕으로 완전한 깨달음을 증득하였던 것이다.

 

 

 

사리뿟따가 예류과에서 아라한과로 향상해가는 과정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아누빠다경(『중부』 111)」에서 여러 가지 깨우쳐주는 말씀을 해주신다.

 

세존께서는 사리뿟따가 깨달음을 이루기 위해 두 주 동안 용맹정진하며

"모든 현상이 일어나는 대로 하나 하나 통찰해 나아갔다."고 밝히셨다.

 

 

사리뿟따는 초선, 이선, 삼선, 사선의 사선정과

공무변처, 식무변처, 무소유처, 비상비비상처의 무색정,

그리고 인식과 느낌이 그치는 상수멸아홉 단계 선정을 순차적으로 증득하였다.

 

그는 내관법을 통해 알아차리기에는 너무도 미묘한 마지막 두 단계를 제외하고 선정의 단계마다

그 구성요소를 하나 하나 파악하고, 그것이 어떻게 일어나서 지속되다가 스러지는지를 관하였다.

 

그는 '좋아함도 없고, 싫어함도 없고, 의존하지 않고, 초연하고, 자유롭고, 독립하여

모든 장애를 다 끊은 마음으로' 머물다가 더 높은 단계의 선정을 닦은 후

종국에는 인식과 느낌이 그치는 상수멸에 들게 되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사리뿟따가 실제로 아라한과를 증득했던 것은

그의 조카 디가나카 유행승(流行僧)에게 설법하고 계신 세존의 뒤에 서서

부채질을 해드리고 있던 도중 일어난 일이었다.

 

그때 부처님 법문의 주제는 느낌을 파악하는데 관한 것이었다.

 

부처님께서는 육신의 성질을 설명하시며

디가나카에욕망과 애착과 육신에 대한 걱정이 끊어질 수 있도록 몸을 관하라고 이르셨다.

 

이어서 세존께서는 느낌을 관하는 일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다.

모든 느낌은 무상하고, 조건지어졌으며, 반연하여 일어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해체되고, 스러지고, 사라지고, 끝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셨다.

 

사리뿟따는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세존께서는 이런 것들을 직입적인 앎을 통해서 버리라고 말씀하시는구나.

그 분은 이런 것들을 직입적인 앎을 통해서 떨쳐버리라고 말씀하고 계시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순간, 문득 궁극의 지혜가 일어나

마음은 애착에서 벗어나 모든 번뇌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사리뿟따는 『장로게』에서 아라한과를 증득하게 된 일을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세존이시며 깨달은 분이신 정등각자께서는 다른 이에게 설법하고 계셨다.

법을 설하시는 동안

나는 구극의 가르침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귀기울였다.

나의 귀기울임이 헛되지 않았으니

나는 번뇌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졌도다.

 

― 『장로게』 995-996) ―

 

 

 

사리뿟따는 부처님 제자들 가운데 법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단연 으뜸이었으

아라한에게 흔히 따라오는 비상한 지력과 신통력을 얻으려고

다른 비구들처럼 애쓰지 않았다.

 

『장로게』에서 친구 목갈라나가 뛰어난 능력을 보이고 있는 다섯 가지 신통력에 대해

그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게송의 주석서는

사리뿟따가 신통력을 얻겠다는 서원을 세운 적은 없으나

수제자라면 응당 갖추어야 하는 아라한과를 증득함과 동시에

그 능력이 '저절로' 생기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무애해도(Pa.tisambhidaamagga)』(2:212)에 나오는 「신통력에 관한 장」에

사리뿟따가 '삼매에 의한 조정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되어 있다.

 

그 힘은 어정상적 생리 과정이나 자연 현상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감흥어(Udaana)』(4:4)에는 이러한 능력의 신빙성을 뒷받침해 주는 이야기가 있다.

 

 

 

번은 사리뿟따가 까뽀따깐다라에서 목갈라나와 함께 지내고 있었는데,

새로 깨끗이 삭발하고 보름 달밤에 밖에서 선정에 들어 있었다.

 

그때 어떤 고약한 악귀 하나가 그 위로 지나가다가 잔뜩 심술이 나서 내려와

존자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그러나 아주 깊은 선정에 들어있던 그는 아픈 줄을 몰랐다. 이야기는 이렇게 이어진다.

 

 

마하목갈라나 존자가 그것을 보고 사리뿟따 존자에게 다가와 물었다.

"벗이여, 별일 없소? 어디 아프거나 불편한 데는 없소?"

 

"난 별일 없소, 목갈라나여, 괜찮긴 한데 머리가 좀 아프군요." 사리뿟따가 대답했다.

 

목갈라나가 말했다.

"참으로 놀랍군요, 사리뿟따여! 정말 훌륭하오! 그대의 신통력이야말로 참으로 위대하오!

방금 악귀 하나가 그대의 머리를 세게 내려쳤다오.

 

그 정도 힘이라면 코끼리도 쓰러뜨리고 산봉우리도 부수어 버렸을 거요.

그러나 사리뿟따 당신은 '난 별일 없소, 목갈라나여, 괜찮긴 한데 머리가 좀 아프군요.'라고

말할 뿐이구려."

 

 

그때 사리뿟따가 대답했다.

 "참으로 놀랍소, 목갈라나여! 정말 훌륭하오! 그대의 신통력이야말로 참으로 위대하오!

나는 못난 귀신 하나 못 보는데 무슨 악귀든 다 볼 수 있다니."

 

그러는 동안 세존께서는 천이(天耳)의 신통력으로 두 스님 사이의 대화를 들으시고

사리뿟따를 칭찬하는 '감흥된 말씀'을 하셨다.

 

 

그 마음이 바위처럼 흔들림 없고

애착을 불러일으키는 사물에 집착하지 않으며

화가 날 일에도 화를 내지 않으니

이렇게 마음이 다스려진 이에게

어찌 고통이 올 수 있으리!

 

 

 

가장 높은 목표에 확고히 다다르자,

사리뿟따에게 선정이란 더 높은 성취를 향한 수단이라기보다는 깨달음의 자연스러운 표현이었다.

 

 

 

「사리뿟따 상응」을 보

아난다가 사리뿟따에게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여러 차례 물으니,

리뿟따는 여러 단계의 선정에 들며 하루를 보낸다고 대답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단계에서건 '나'라는 개념으로부터는 완전히 자유롭다고 덧붙이고 있다.

 

"나에게는

'나는 선정에 들어가고 있다거나 나는 선정에 들어있다거나

나는 선정에서 나오고 있다'는 생각은 아예 없었소."라고 말하고 있다

(『상응부』 28: 1-9).

 

 

 

또 한 번은 아난다에게 온갖 익숙한 대상에 대해 생겨나는 식()을 일으키지 않는

특별한 선정상태에 어떻게 들 수 있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지·수·화·풍도, 수·상·행·식도, 이 세상에 관련된 모든 것과

이 세상 너머의 모든 것, 그 어떤 것을 대하여도 대상에 대한 인식이 일어나지 않더라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전혀 아무런 인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열반은 생성과정[]의 완전한 그침'이라는 것이

그에게 남은 유일한 인식이라고 했다(『증지부』 10:7).

 

이 심오한 경지는 바로 사리뿟따가 계속 수행해온 명상의 '공주처(空住處)'를 일컫는 것 같다.

 

 

 

삔다빠따빠리숫디경(『중부』 151)」을 보면,

한 번은 부처님께서 사리뿟따의 모습이 유난히 맑고 밝은 것을 보시고

어떻게 그런 광휘를 지니게 되었느냐고 물어보셨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리뿟따는 공주처를 자주 수행하노라고 말씀드린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것이 바로 대장부가 머물 자리라고 하시며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 

 

주석서에서는 열반의 공() 측면에 집중함으로써 들게 되는 아라한과의 경지와

이 공주처를 같은 것으로 본다.

 

 

 

마하깟사빠 존자의 다음 게송에서도 드러나듯,

사리뿟따가 이 경지에 들어있을 때면

가장 높은 천상의 신들까지도 그를 경배하러 지상으로 내려왔었다고 한다.

 

 

힘있고 영광에 빛나는 수많은 천신들

범천 반열의 수만 천신들이

삼매에 들어있는 위대한 명상가

지혜로운 법장 사리뿟따에게

경배하려고 합장하고 서있네.

"경배드립니다, 오 더없이 빼어난 분이시여

경배드립니다, 오 지고한 분이시여

당신이 들어 머물고 계신 선정의 경지

그것이 어떠한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 『장로게』 1082-84 ―

 

 

 

사리뿟따는 선정 삼매[]에 아주 능숙했는데,

이는 내관 명상[]을 통해 단련된 철저하고도 정확한 분석 능력과 잘 조화를 이룬 것이었다.

 

그는 부처님의 비구 제자들 가운데서 가장 빼어난 대지혜자였으며

지혜를 쓰는데 있어서도 그보다 나은 분은 오직 세존뿐이었다.

 

사리뿟따의 지혜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그의 자유자재한 사무애해(四無碍解)로서,

이것은 그가 수계한 직후 두 주 동안에 이루어낸 것이었다.

 

 

벗들이여, 내가 의()무애해법()무애해, 사()무애해 그리고 변()무애해

하나도 빠짐 없고 빈틈없이얻어낸 것은 수계한 후 보름 동안이었습니다.

 

나는 이 사무애해를 여러 방식으로 설명하였고,

가르치고 알렸으며,확립하여 드러내었고, 말하여 밝혔습니다.

 

누구든 의심이나거나 불확실한 점을 내게 물으면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이미 이 경지를 모두 통달하신 스승님도 여기 계십니다.

 

― 『증지부』 4:170 ―

 

 

 

 

첫째,

의무애해교설의 요의, 즉 교설의 함축된 의미와

거기서 파생된 의미에 대한 분명한 직관력

특정한 원인에서 생기는 결과에 대한 분명한 직관력을 말한다.

 

 

둘째,

법무애해교설 자체에 대한 개별적인 통찰

불법의 총체적 구조 속에서 교설이 지니는 상호연관성에 대해 통찰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어떤 결과를 낳는 원인에 대해서도 통찰력을 갖게 해준다.

 

 

셋째,

사무애해언어와 문법과 어원을 능숙하게 이해하는 역량을 말한다.

 

 

넷째,

변무애해법을 설할 때에 다른 사람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위의 세 가지 지혜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사리뿟따는 이상의 사무애해를 갖춤으로써 몸소 법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법을 가르치고 설명하는 데도 아주 뛰어났다.

 

그가 모든 면에서 그토록 다재다능하였기에,

부처님께서는 「아누빠다경(『중부』 111)」의 끝 부분에서

그를 가리켜 당신의 참다운 정신적 아들이요

법륜을 굴리는 일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보조자라고 말씀하신다.

 

 

 

고귀한 계행과 고귀한 삼매와 고귀한 지혜와 고귀한 해탈을

모두 통달하여 완성해낸 사람이 누구인지 찾는다면,

이는 마땅히 사리뿟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여래의 참된 아들이 누구인지 찾는다면,

또 여래의 말씀에서 났고, 법에서 났으며, 법으로 이루어졌으며,

세간적 이익이 아닌 법을 상속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찾는다면,

이는 마땅히 사리뿟따라고 해야 할 것이다.

 

 

비구들이여,

사리뿟따는 여래가 법륜을 굴렸던 것과 똑같이

여래를 쫓아 수승한 법륜을 올바로 굴리는 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