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의 입멸을 그린 『대반열반경』83)은
부처님 생애의 마지막 몇달 동안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빠짐없이 소상하고 실감나게 기록하고 있다.
이제 세존께서는 팔십의 고령에 다다르셨고,
그의 두 수제자 사리뿌따와 마하 목갈라나는 이미 석달 전에 입적했다.
고따미 빠자빠띠, 야소다라, 라훌라도 이미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때 부처님은 웨살리에 계셨다.
우기가 닥쳐오고 있었으므로 많은 비구대중과 더불어 우기를 나기 위해 벨루와로 가셨다.
거기서 중병이 부처님을 엄습하여 심한 통증을 일으켰으나
세존께서는 침착한 가운데 정념을 유지하며 이를 견디셨다.
바로 죽음의 문턱에까지 이르렀지만 승가대중에게 유훈도 남기지 않고 입적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셨다.
그래서 엄청난 의지력으로 병과 싸워 이겨내심으로써 생명의 가닥을 이어 나가셨다.
점차 병환이 호전되어 마침내 완전히 회복되자 그는 시자인 아난다 존자를 불러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이제 나는 늙고 나이도 찼다. 내 여행은 이제 막이 내려지고 있다.
내 수명은 다 되어 이제 여든에 접어들었다.
아난다야!
낡은 수레를 굴리려면, 가외로 신경을 많이 써야 되는 것처럼
여래의 육체도 의지력을 많이 기울여야 간신히 지탱할 수 있다.
여래의 육신이 편안하려면
여래가 바깥 경계에 마음을 써서 속세의 희로애락을 같이 나누어야 하는 이 고된 일을 그만두고
무상정(無相定)84)에 들어 거기에 머물러 있어야만 한다.”
* 무상정(無相定 Animitta samādhi) :
감관의 제어를 이룬 사람이 대상[六境]의 일반적 외형을 취하지 않고
일체 차별상을 여읨으로써 누리는 삼매.
“아난다여! 따라서
그대 자신을 자기의 섬으로 삼을지니라.
그대 자신을 자기의 의지처로 삼을지니라.
남을 의지처로 기대서는 안되느니라.
법을 섬으로 삼고 굳게 붙들지니라.
법을 의지처로 삼고 굳게 붙들지니라.
다른 어떤 피난처에도 의지하려 들어서는 안되느니라.
아난다야!
지금도, 내가 간 다음에도,
누구든지 자신을 섬으로 삼아야 할지며,
자신을 의지처로 삼아야 할지며,
어떤 바깥 피난처에도 의지하려 들어서는 안되느니라.
아난다야!
이렇게 하는 사람들이 바로 내 제자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이 될 것이니라!
다만 그들은 모름지기 향상하려는 의욕으로 충만해 있어야 하느니라.”
벨루와를 떠나 부처님께서는 마하와나로 여행을 하셨고,
거기에서 웨살리 근처에 머물고 있는 승려들을 모두 모이게 하셨다.
“비구들이여!
나는 내가 깨친 대로 법을 그대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대들은 법에 정통하도록 노력해서
이를 닦고, 이에 대해 명상하고, 널리 이를 펴도록 하라.
이 세상에 대한 연민에서, 신들과 인간들의 선과 이익과 행복을 위해서.”
그리고 부처님은 다음과 같은 말씀으로 법문을 마치셨다.
“내 나이 이제 가득 차서 생은 바야흐로 끝나려 한다.
나는 너희들을 떠난다, 오로지 나 자신에 의지하여 나는 가노라!
비구들이여!
부디 방일하지 말고 힘써 마음 챙기며 계율을 잘 지켜라!
결의를 굳건히 다져라! 네 자신의 마음을 빈틈없이 지켜보라!
이 교법과 계율85)을 싫증내지 않고 단단히 붙드는 사람은
생의 바다를 건너가 비탄을 끝내게 될 것이다.”
이제 병에 지쳐, 허약해진 몸으로 세존께서는 힘들게 여행을 계속하셨다.
아난다 존자와 수많은 대중들이 그분을 수종했다.
이렇듯 길고 피곤한 마지막 여행 중에서도 부처님은 남을 보살피는 마음을 결코 잊지 않으셨다.
마지막 공양을 올린 대장장이 쭌다에게 법문을 설하여 제도하시고,
또 도중에 만난 알라라 깔라마의 제자 뿌꾸사를 위해서도 가던 길을 멈추고
일일이 질문에 대답하여 제도함으로써 그를 부처님과 법과 승단을 따르는 제자가 되도록 발심시켜 주셨다.
세존께서는 드디어 꾸시나라 (또는 꾸시나가라)의 말라 족들의 살라나무 숲에 도달하셨다.
바로 그의 길고 먼 여행의 종착지였다.
이곳이 마지막 휴식처가 되리라는 것을 알고 계신 부처님께서는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피곤하구나. 아난다여,
눕고 싶다. 저 두 그루 살라나무 사이에 머리를 북쪽으로 하여 자리를 펴다오.”
그러고서는 정념(正念)과 정지(正知)를 이루신 채
한 다리를 다른 다리에 포개고 오른쪽 옆구리를 바닥에 대고 자리에 누우셨다.
다시 아난다 존자에게 일러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크거나 작거나 본분을 다하는 사람,
법다이 처신하여 올곧게 삶을 사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값진 경의로 여래를 올바로 존경하고, 예배하고, 경모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아난다여!
그대는 크거나 작거나 본분을 다하도록 성실하라.
법다이 처신하여 올곧게 살도록 하라.
아난다여, 이와 같이 노력할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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