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달빛은 교교하고 사위는 적막에 잠긴 가운데(그 날은 유월 보름날 저녁이었다)
왕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생의 절정, 젊은 시절은 늙음으로 끝나고,
인간의 감관은 가장 필요할 때에 그를 저버린다.
혈기 왕성하고 건장하던 사람도 병이 나면 정력과 건강을 상실하고 만다.
결국 예기치 못했던 죽음이 갑자기 다가와 이 짧은 일생에 종지부를 찍어버린다.
분명 이 늙음과 병듦으로부터,
이 만족할 수 없는 상태로부터 벗어나는 길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러자 젊음과 건강 그리고 수명에 대해 지니고 있던 교만심(mada)이 그에게서 사라졌다.
이 세 가지 마취(교만)가 헛되고 위험한 것임을 알게 되자
그는 자기 자신과 처자, 그리고 고통받는 일체 중생을 위해,
늙고 병들고 고통받고 죽는 것으로부터 궁극적 해방을 기어이 찾아내어 성취하고야 말겠다는
강력한 충동에 사로잡혔다.11)
그가 대각(大覺) 성불로 완성되는 구도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은 이와 같은 깊은 자비심 때문이었다.
위대한 출가를 결심하게 만든 것도, 또 안락한 가정생활이라는 황금새장을 열어젖히게 만든 것도
이 자비심이었다.
사랑하는 아내가 아기를 품에 안고 잠들어 있는 모습에 마지막 눈길을 보내면서도
그 결심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자비심 때문이었다.
꽃다운 젊은 시절 스물아홉 살의 나이에,
사랑하는 아내 야소다라가 그의 하나뿐인 아들 라훌라를 낳은 그 밤에,
그는 아내와 아들․아버지 그리고 권력과 영광이 약속되어 있는 왕좌를 모두 떨쳐버리고 떠나갔다.
이제 수행자의 옷차림을 한 보살12)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삶의 근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숲속의 고독한 생활로 들어섰다.
굴레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평안, 즉 열반을 향한 구도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리하여 위대한 출가는 이루어졌다.
그는 처음에 알라라 깔라마와 웃다까 라마뿌따라는 유명한 두 현자에게 각기 가르침을 구했다.
그들은 선정의 대가들인 만큼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을 다 배우면 높은 선정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리라고
보살은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선정을 닦았고 마침내 그 선정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바라던 최상의 깨달음은 아니었다.
이 두 스승이 가르치는 지식과 선정의 경지를 보살은 만족할 수가 없었다.
보살은 그의 목표가 아직 요원하다는 것을 느꼈다.
두 현자는 제각기 보살이 그들과 같이 머물기를 바랐다.
후계자가 되어 그들의 교단을 이끌어 주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행자 고따마는 이것을 정중히 거절하고 인사를 드린 후 그때껏 그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구극의 진리를 찾아서 떠나갔다.
편력 끝에 그는 마침내 가야 지방의 네란자라 강변에 있는 우루웰라에 도착했다.
그곳의 조용하고, 울창한 숲과 맑은 강물이 마음에 들었다.
부근에는 순박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 있어서 탁발하기에도 안성마춤이었다.
이곳이야말로 깨달음을 추구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장소로 여겨져 여기에 머물기로 작정했다.
그가 워낙 결연한 각오로 정진에 힘쓰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보고 감복한 다섯 수행자들이 같이 정진하고 싶어 동참해 왔다.
그들의 이름은 꼰단냐, 밧디야, 와빠, 마하나마, 아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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