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진암(識盡庵)/사리뿟따 이야기

4. 법을 찾아서 / 숙세의 서원

이르머꼬어리서근 2010. 8. 4. 17:33

 

 

위의 부처님 말씀은 불교 사상의 근본적인 교의를 분명히 나타내고 있다.

 

현재의 우리 모습과 우리 생의 운명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것은

단순히 우리의 육체적 탄생으로 시작되는 금생이라는 짧은 기간에

우리가 무엇을 의도하고 무엇을 행했는가의 결과만이 아니라,

 

무시(無始) 이래의 윤회과정 속에 쌓이고 쌓인

과거 경험세계의 깊은 연원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상수제자 사리뿟따의 이야기도 당연히 머나먼 옛날에 시작된 것이며

그 내막은 전설의 형태로 우리에게 전해져 온 것이다.

전설이긴 하지만 황당무계한 상상력이 빚어낸 허구가 결코 아닌 것이다.

오히려 그런 전설들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로 축소 환원시키기엔

너무나 심원하고 보편적인 원칙들을 웅변으로 서술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런 큰 원칙들은, 설화적 사실들을 신성한 원형으로,

그리고 다시 그 원형을 종교적 이상으로 바꿀 때 비로소 적절한 의미전달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특별한 이야기는 수만 겁의 과거 속으로 엄청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에 사리뿟따 존자가 될 존재는 부유한 브라만 가정에 태어나 사라다(Sarada)라고 불린다.

동시에 미래의 목갈라나도 부유한 가정에 태어나 시리왓다나(Sirivaddhana)라고 불린다.

 

두 가정은 서로 잘 알아 두 소년은 함께 놀고 가까운 친구가 된다.

사라다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굉장히 많은 유산을 물려받는다.

그러나 머지않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운명을 고독 속에 곰곰이 생각해 본 후에

그는 모든 재산을 버리고 해탈의 길을 찾아서 출가할 결심을 한다.

 

라다는 친구 시리왓다나에게 가서 구도의 길에 함께 동참할 것을 청한다.

그러자 아직도 세속의 일에 너무 강하게 집착하고 있던 시리왓다나는 거절한다.

 

지만 사라다는 그 결심이 확고했다. 그는 모든 재산을 버리고 집을 떠나

덥수룩한 머리로 고행의 삶을 살아간다.

 

별 어려움없이 곧바로 그는 세간에서 명상으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과 신통력을 통달했고

한 무리의 제자를 거느리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그의 수행처는 많은 고행자 무리의 거처가 되었다.

 

 

 

그 때에 아노마닷시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 분은 고따마 부처님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열 여덟 번째가 되는 부처님이시다.

 

어느 날 아노마닷시 부처님은 선정에서 깨어나 세상을 향해 '지혜의 그물'을 펼치시어

고행자 사라다와 그의 일행을 보셨다.

 

이 집단을 찾아가는 것이 많은 존재들에게 크게 유익하리라는 것을 아시고는

당신의 제자들을 뒤로하시고 그들의 수행처를 찾아 길 떠나셨다.

 

사라다는 그 방문객의 육신에서 고귀한 상호(相好)를 보고

즉시 그 분이 정각을 이루신 분임을 알아차렸다.

그는 공손히 그 분에게 상석을 권하고 그의 제자들이 탁발해온 음식으로 공양을 올렸다.

그러는 동안 부처님의 제자들이 그 수행처로 모여들었다.

 

두 상수제자 니사바와 아노마가 이끄는 그 제자들은 모든 번뇌를 벗어난 10만 명의 아라한이었다.

고행자 사라다는 부처님을 공경하여, 꽃으로 장식된 넓은 차양을 펴들고 세존의 뒤에 서 있었다.

 

세존께서는 인식[]과 느낌[] 그리고 다른 정신작용들이 완전히 멈춘 선정의 상태인

멸진정(滅盡定, nirodhasamaapatti)에 드셨다.

 

세존께서는 일주일 내내 입정해 계셨고,

그 동안 사라다는 꽃으로 장식된 차양을 높이 펼쳐들고 서있었다.

 

 

 

일주일이 지나 멸진정에서 깨어나신 부처님께서는

두 상수제자에게 고행자의 무리를 위해 이야기해 주도록 이르셨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고 세존께서 친히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말씀을 끝내시자 사라다 이외의 모든 고행제자들은 아라한과를 성취하였고

부처님께 당신의 승단에 받아주십사고 청했다.

 

그러나 사라다는 아라한과는 물론 다른 어떤 과도 성취하지 못하였다.

그가 상수제자 니사바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니사바의 훌륭한 거동을 보고는

내세에 부처님의 첫번째 상수제자가 되고자하는 서원을 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모임이 끝나자 사라다는 아노마닷시 부처님께 다가가서 발아래 경배하고 이렇게 말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일주일 내내 존경심으로

당신의 머리 위에 꽃의 차양을 받쳐드린 공덕이 있다면,

신들을 지배할 수 있는 힘도, 대범천의 지위도, 그 어떤 보답도 아니고

다만 미래에 정등각자의 상수제자가 되기를 서원할 뿐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그의 서원이 이루어지겠는가를 생각하셨다.

그리고 내세에로 지혜를 펼치시어 그것이 이루어질 것을 아셨다.

 

그래서 사라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대의 서원은 헛되지 않으리라. 수만 겁의 엄청난 시간이 흐른 미래에

고따마라는 이름의 부처가 세간에 출현할 것이다.

그러면 그대는 사리뿟따라는 이름으로 그 분의 상수제자인 법장이 될 것이다."

 

 

 

부처님이 떠난 후 사라다는 그의 친구 시리왓다나에게 가서

고따마 부처님의 두번째 상수제자가 되겠다는 서원을 하라고 재촉하였다.

이에 시리왓다나는 공양 장소를 성대하게 짓도록 하였고, 모든 준비가 끝나자

세존과 비구들을 초청하여 공양을 올렸다.

 

시리왓다나는 부처님과 비구들에게 일주일 내내 공양을 올렸다.

이 잔치 말미에 모든 비구들에게 훌륭한 승복을 올린 후에 이렇게 말씀드렸다.

"저는 이 공덕의 힘을 빌어 벗 사라다가 첫번째 상수제자가 되기로 한

그 부처님의 두번째 상수제자가 되고자 합니다."

 

세존께서 미래를 내다보시고 이 서원이 이루어질 것을 알게 되셨다.

그리고 시리왓다나에게 그가 고따마 부처님의 상수제자가 될 것이고

목갈라나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신통력 있는 비구가 될 것임을 예언하셨다.

 

 

 

두 친구는 저마다 수기(授記)를 받고 난 후에, 각자의 영역에서 선행에 전심전력하였다.

시리왓다나는 재가자로서 승가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돌보았고 다양한 자비행을 베풀었다.

사라다는 고행승으로서 그의 명상생활을 계속하였다.

 

두 사람이 죽어서 시리왓다나는 욕계천에 다시 태어났고,

사라다는 범주처(梵住處, brahmavihaara)에 숙달하여 범천의 세계에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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