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께서 미륵보살에게 대답하셨다.
"선남자여, 만약 관정(灌頂)의 지위에 있는 찰리왕(刹利王)이 그의 자재로운 힘을 믿고서
다섯 가지의 근본 죄를 범한다면, 그가 닦은 과거의 선근도 다 소멸되어
안온한 곳을 잃어버리고 악취에 떨어져 천인의 즐거움을 멀리 여의게 되느니라.
그 다섯 가지의 근본 죄라고 하는 것은 어떤 것이겠느냐?
관정의 지위에 있는 찰리왕이
만약 그의 국토를 통치하는 자재로운 힘을 믿고서
찰리왕 자신이나 혹은 다른 사람을 시켜서
어떤 탑묘[兜婆]에 안치된 유물과 사방의 승물(僧物)을 탈취한다면,
그것이 첫째의 근본 죄를 범하는 것이니라.
또 관정의 지위에 있는 찰리왕이 그의 국토를 통치하는 자재로운 힘을 믿고서
바른 법을 헐뜯거나 성문승·벽지불승·대승을 버리거나
심지어 다른 사람까지도 억압하여서 그것을 닦지 못하게 한다면,
그것이 둘째의 근본 죄를 범하는 것이니라.
또 관정의 지위에 있는 찰리왕이 그의 국토를 통치하는 자재로운 힘을 믿고서
왕 자신이나 혹은 다른 사람을 시켜서
여래의 법에 따라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법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함부로
그 가사를 벗겨 환속하게 하고 매질을 하고 얽어매고 손발을 베고 목숨을 끊는다면,
그것이 셋째의 근본 죄를 범하는 것이니라.
또 관정의 지위에 있는 찰리왕이 그의 국토를 통치하는 자재로운 힘을 믿고서
5역죄(逆罪)를 저질러, 이른 바
부모와 아라한을 죽이고 스님들의 화합을 깨뜨리고 부처님의 몸에 피를 내는 등의
이와 같은 5무간죄(無間罪)의 하나라도 저지른다면,
그것이 넷째의 근본 죄를 범하는 것이니라.
또 관정의 지위에 있는 찰리왕이 그의 국토를 통치하는 자재로운 힘을 믿고서
왕 자신이 바로 인과응보의 법을 헐뜯어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10악업을 짓거나
혹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그러한 악한 업을 짓게 한다면,
그것이 다섯째의 근본 죄를 범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이것을 관정의 지위에 있는 찰리왕의 다섯 가지 근본 죄라고 하느니라.
만약 이 가운데 한 가지만 범하더라도
그것이 곧 바라이(波羅夷)를 범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곧 과거에 닦은 일체의 선근이 다 소멸되어 안온한 곳을 잃어버리게 되고
악취에 떨어져서 천인의 즐거움을 잃어버리게 되느니라.
허공장보살은 찰리왕을 위해 큰 자비심을 일으켜서 그 국토에 나타나,
그의 근기에 따라 갖가지 형상을 나타내니,
혹은 사문의 형상을, 혹은 바라문의 형상을, 혹은 찰리·거사·장자의 형상을 나타내기도 하느니라.
또한 일체의 지혜와 심오한 대승과 일찍이 없었던 모든 다라니와 인욕의 법을 널리 설하는 등,
이러한 갖가지 묘한 법으로 인도하느니라.
관정의 지위에 있는 찰리왕도
이 법을 들음으로 말미암아 부끄러움과 극한 두려움을 느껴서,
설법하는 이를 향해 모든 죄를 다 드러내어 참회함과 동시에
과거에 범한 죄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느니라.
또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에 편히 머물러서 부지런히 자비심을 닦음으로써
비로소 천인의 즐거움과 열반의 즐거움을 얻게 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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