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다시 지세보살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지세보살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사람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옛적에 제가 고요한 집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마왕 파순이 일만이천 천녀를 데리고, 제석천왕 모양으로 풍류를 잡히고 와서
그 권속들과 함께 나의 발에 예배하고 합장하고 한쪽에 서 있거늘
저는 이가 재석인 줄 알고 일러 말하기를,
어서 오시오. 교시가여,
비록 복덕이 있더라도 함부로 수용할 것이 아니요.
오욕락이니 무상한 줄을 알아 선의 씨앗을 심으며
몸과 생명과 재물에 대하여 길이 무너지지 않는 법을 닦을 것이니라.고
하였더니 그가 나에게 말하기를,
정사(正士=보살의 번역)여,
이 일만이천 천녀를 받아 시봉하는 종을 삼으시오.
라고 하기에
저는 교시가여,
이 법답지 아니한 것들로 나를 유혹하지 말라.
그것은 마땅한 것이 아니니라.하였더니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말하기를,
이것은 제석이 아니오, 마왕으로서 당신을 꾀이는 것입니다.
하고 다시 마왕에게 말하기를,
이 천녀들을 나에게 달라. 내가 마땅히 받을 것이다.라고 하자
마왕은 놀라서 두려워 하면서 유마힐이 나를 침노하려한다 생각하고
몸을 감추어 도망가려 하나 몸이 숨겨지질 아니하므로
그의 신통력을 다하여도 갈 수가 없더니
공중에서 소리로 외치기를
파순이여 그 천녀들을 거사에게 주어야 떠나갈 수가 있으리라.라고 하니
마왕은 두려워 하면서 할 수 없이 유마힐에게 천녀들을 내어 주었더이다.
그 때에 유마힐은 천녀들에게 이르기를,
마왕이 너희들을 나에게 주었으니 이제 너희들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라.
하며 그들에게 맞도록 설법하여 천녀들로 하여금 보리심을 발하게 하고
다시 말하기를,
너희들이 이미 보리심을 내었으니
이제부터는 법락을 즐기고 다시 오욕락을 즐기지 말라.
어떤것이 법락입니까?
항상 부처님 믿기를 즐겨하며 법문 듣기를 즐겨하며
스님에게 공양하기를 즐겨하며 오욕락 여의기를 즐겨하며
오음을 원수같이 여기기를 즐겨하며
사대를 독사 같이 보기를 즐겨하며
바깥 경계 즐기며 선정을 닦아 번뇌 않기를 즐기며
번뇌의 때를 여의고 지혜 닦기를 즐기며
보리심을 넓히기를 즐기며
뭇 마군을 항복받기를 즐기며
모든 번뇌 끊기를 즐기며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하게 단장하기를 즐기며
상.호를 성취하기를 즐기기 때문에 모든 공덕을 닦으며 도장을 장엄하기를 즐기며
깊은 법 듣되 두려워 하지 않기를 즐기며
세가지 해탈문을 즐기며 때 아닌 것을 즐기지 않으며
동학(同學)을 가까이 하기를 즐기면서
동학 아닌 이 가운데 미워하는 마음을 내지 않기를 즐기며
나쁜 지식을 멀리 하기를 즐기며
선지식을 친근하기를 즐기며
마음으로 늘 청정한 것을 좋아하기를 즐기며
한량없는 도품의 법을 닦기를 즐기는 것,
이것이 보살의 법락이니라.
그 때에 파순이 모든 천녀들에게 말하기를
내가 너희들과 천궁으로 돌아가고저 하노라.
하자 천녀들은 말하기를
우리들로 이 거사에게 주었는데
우리는 법락으로 매우 즐겁기에 다시는 오욕락을 즐기지 않겠노라.
마왕이 거사여, 이 천녀들을 놓아 주소서.
모든 것을 남에게 보시하는 것이 보살이라 하나이다.
유마힐이 내가 이미 놓았으니 너는 데려가되
그들도 법을 좋아하는 원을 구족하게 할지어다.
그 때에 천녀들이 유마힐에게 말하기를
우리들이 어떻게 마의 궁전에 머무르리까?
유마힐이 여러 누이여,
법문이 있는데 무진등이라고 이름하니 너희들이 배울 것이다.
무진등이라 함은 마치 한 등불이 다음 다음 등에 불붙이어
백.천 등을 밝히어 어두운 데를 다 밝히어 그 밝음이 끊임이 없나니
이와 같이 한 보살이 백.천 중생을 인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발하게 하지만
그 도는 꺼지게 하지 않으며
그 설법을 따라서 일체 착한 법을 더하게 하나니 이것을 무진등이라 하니라.
너희들이 비록 마의 궁전에 있더라도
이 무진등으로써 수 없는 하늘 사람들도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게 하면
부처님 은혜를 갚게 되는 것이며 또한 일체중생을 크게 이익되게 하리라.
그 때에 천녀들이 머리를 조아려 유마힐의 발에 예배하고
마왕을 따라 천궁으로 돌아가 문득 보이지 않더이다.
세존이시여, 유마힐이 이러한 자재한 신통력과 지혜와 변재가 있기 때문에
제가 그이에게 가서 병을 물을 수 없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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