觀音寺/유마경(維摩經)을 읽다

4.보살품(菩薩品)-1: 미륵보살/수기.진여.열반.보리

이르머꼬어리서근 2007. 3. 20. 12:58

 

그 때에 부처님은 미륵보살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나는 그 사람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제가 옛적에 도솔천왕과 그 권속들에게 다시 물러서지 않는 지위에서 행할 일을 설하였더니


그 때에 유마힐이 와서 말하기를, 미륵님,

 

세존께서 당신에게 수기 하기를

이 한 생 마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리라고 하셨나이다.

어느 생으로 수기를 받았나이까?
과거생인가? 미래생인가? 현재생인가?


만일 과거생이라면 과거생은 벌써 지나갔고 

미래생이라면 미래생은 아직 오직 않았고
현재생이라면 현재생은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니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비구들이여, 네가 지금 고대나기도 하고 늙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하시던 것과 같으며


만일 생이 없는 것으로 수기를 얻었다면
생이 없는 것은 곧 부처님의 바른 지위이니  

바른 지위에는 수기를 받을 것도 없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도없거늘
미륵이 어떻게 한생에 성불하리라는 수기를 받았나이까?



진여가 나는 것으로 수기를 받았는가?
진여가 없어지는 것으로 수기를 받았는가?


만일 진여가 나는 것으로 수기를 받았다면 진여는 나는 것이 아니요
진여가 없어지는 것으로 수기를 받았다면 진여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외다.


일체중생이 모두 진여며 일체법이 또한 진여며
성현들도 또한 진여며 미륵까지도 또한 진여이니
만일 미륵이 수기를 받았다면
일체중생도 수기를 받을 것이외다.

왜냐하면 진여라는 것은 둘이 아니며 다르지도 아니한 탓이며



만일 미륵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면
일체중생도 또한 얻어야 할 것이외다.

왜냐하면 일체중생이 곧 보리인 탓이외다.



만일 미륵이 열반을 얻었다면
일체중생도 열반을 얻을 것이니

그 까닭은
여러 부처님께서 모든 중생이 마침내 적멸한 것이 곧 열반이라,
다시 열반에 들 것이 없는 줄을 아시는 탓이외다.



그러므로 미륵님이여,
그러한 법문으로 모든 범천들을 유혹말지니
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말할 이도 없고
또한 물러갈 이도 없나이다.



미륵님,
마땅히 이 범천들로 하여금 보리라고 분별하는 소견을 버리게 할지니
왜냐하면 보리라는 것은 몸으로 얻을 수도 없고
마음으로 얻을 수도 없는 것이외다.



적멸한 것이 보리니
모든 형상을 없앤 때문이며

관하지 않는 것이 보리니
모든 반연을 여읜 때문이며

행하지 않는 것이 보리니
기억하는 생각이 없는 때문이며

끊는 것이 보리니
모든 소견을 버린 때문이며

여의는 것이 보리니
모든 허망한 생각을 여읜 때문이며

막는 것이 보리니
모든 소원을 막는 때문이며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보리니
탐착이 없는 때문이며

따르는 것이 보리니
진여에 따르는 때문이며

머무는 것이 보리니
법의 자성에 머무는 때문이며

이르는 것이 보리니
진실한 자리에 이르기 때문이며

둘이 아닌 것이 보리니
주관의 의식과 객관인 법진을 여읜 때문이며


평등한 것이 보리니
허공과 같은 때문이며

하염없는 것이 보리니
머물고 멸하는 것이 없는 때문이며

아는 것이 보리니
중생들의 마음과 행을 아는 때문이며

모이지 않는 것이 보리니
여러가지 받아 들이는 것이 모이지 않는 때문이며


합하지 않는 것이 보리니
번뇌습기를 여읜 때문이며


처소가 없는 것이 보리니
형상과 빛깔이 없는 때문이며

거짓 이름이 보리니
이름이 공한 때문이며

요술과 같은 것이 보리니
취하고 버릴 것이 없는 때문이며

산란치 않는 것이 보리니
항상 고요한 때문이며

고요한 것이 보리니
자성이 청정한 때문이며

취할 것 없는 것이 보리니
반연을 여읜 때문이며

다르지 않은 것이 보리니
모든 법이 평등한 때문이며

견줄 데 없는 것이 보리니
비유할 것이 없는 때문이며

미묘한 것이 보리니
모든 법을 알기 어려운 때문입니다.
라고 하였읍니다.



세존이시여, 유마힐이 이런 법문을 할 적에 이백 범천들이 무생법인을 얻었나이다.


그러므로 저는 그이에게 가서 병을 위문 할 수 없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