觀音寺/유마경(維摩經)을 읽다

4.보살품(菩薩品)-4: 선덕/보시

이르머꼬어리서근 2007. 3. 22. 11:31

 

부처님께서 장자의 아들 선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선덕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사람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예전에 아버님 계신 집에서, 큰 보시를 베풀고 오는 스님네와

바라문들과 모든 외도와 가난한 이, 미천한 이, 고아들, 거지들을 일혜 동한 공양하노라니,



그 때에 유마힐이 회중에 들어와서 내게 말하기를, 여보시오 선덕님,

대보시회는 당신과 같이 차려서는 아니 됩니다.
마땅히 법으로 하는 보시회를 베풀 것이어늘, 어찌 하여 재물로 보시하는 일을 하리이까?


거사님,
어떻게 하는 것이 법으로 보시하는 것입니까?

법으로 보시하는 것은 먼저도 없고 나중도 없어서
한꺼번에 일체중생에게 공양하는 것이 법으로 보시하는 것이외다.

어떻게 하는 말씀입니까?



보리로써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며,

정법을 가짐으로써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지혜를 섭수함으로써 평등한 마음을 일으키며,

아끼고 탐하는 이를 포섭하므로 보시 바라밀을 일으키고

계율을 범한 이를 교화하기 위하여 지계 바라밀을 일으키며,

내가 없는 법으로써 인욕 바라밀을 일으키고,

몸과 마음을 여읨으로써 정진 바라밀을 일으키며,

보시를 위하여 선정 바라밀을 일으키고,

일체지를 위하여 반야 바라밀을 일으키며,

중생을 교화하면서 한 마음을 지니고

 

세간법을 버리지 아니 하면서 실상법을 여의지 아니하여,

일부러 몸을 받으면서 세속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정법을 보호하므로 방편을 잘 활용하며,

 

중생을 제도함으로써 사섭법을 일으키고,

온갖 높은 이를 공경하여 섬기므로 교만한 마음 없애는 법을 일으키며,

몸과 목숨과 재물에 세가지 견고한 법을 일으키고,

여섯가지 생각하는 가운데서 생각하는 법을 일으키며,

여섯가지 화합하여 공경하는 데서 질박하고 곧은 마음을 일으키고,

올바르게 행하는 착한법으로 깨끗하게 사는 법을 일으키며,

마음이 깨끗하여 즐거워 함으로 성현에게 가까이함을 일으키고,

나쁜 사람을 미워하지 아니 하므로 조복하는마음을 일으키며,

출가하는 법으로 깊은 마음을 일으키고,

말한 것과 같이 행하므로 많이 듣는 마음을 일으키며,

다투지 아니하는 법으로 공한(空閑)한 곳을 가리는 마음을 일으키고,

부처님 지혜에 나아가므로 좌선하는 마음을 일으키며

중생의 얽힌 번뇌를 풀어 주기 위하여 보살행 닦을 마음을 일으키고,

상호를 구족하고 불국토를 정화하기 위하여 복덕업을 일으키며

중생들이 마음을 알고 적당하게 법문을 말하므로 슬기로운 업을 일으키고,

일체 법이 취할 것도 없고 버릴 것도 없는 줄을 알아 한실상의 문에 들어가므로 지혜업을 일으키며,

일체 번뇌와 일체 장애와 일체 나쁜 법을 끊으므로 일체 착한 업을 일으키고,

일체 지혜와 일체 착한 법을 얻기 위하므로 일체 조도법(助道法)을 일으킬지니



좋은 남자여,

이렇게 하는 것이 법으로 보시하는 법회며,
만일 보살이 이러한 법보시 하는 법회에 머물러 있는 이는 대시주가 되며,
일체 세간의 큰 복전이 되나이다.



세존이시여, 유마힐이 이런 법문을 말할 적에

바라문 가운데 2백 사람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며,

저는 마음이 청정하여 처음 보는 즐거움을 얻고 머리를 조아려 유마힐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값비싼 영락을 벗어 드렸더니, 유마힐이 받지 아니 하므로



거사님,

바라건데 이것을 받아서 주고 싶은 이에게 주십시요. 하였더니,

유마힐이 그제야 영락을 받아 두 몫을 내어
한 몫은 그 회중에 있는 가장 못난 걸인에게 주고,
한 몫은 난승여래께 바치니,

여러 회중들이 광명세계에 계시는 난승여래를 뵈오며,
그 진주영락이 저 부처님 위에서 변화하여 네 기둥으로 된 보배 좌대가 되었는데
사면에 장엄을 드리웠으나 서로서로 가리우지 아니함을 보았나이다.



그때에 유마힐이 이러한 신통변화를 나타내고 다시 말하되,

시주가 만일 평등한 마음으로 가장 못난 거지 한 사람에게 보시하되,
만일 부처님께 보시하는 것과 같이 여기어,
  

분별을 내지 아니하고, 대비심이 평등하여 과보를 구하지 아니하면 이것을 일러

구족한 법보시라 하나니라.

 

하더이다.



그때에 성중에 있던 가장 못난 걸인도 그의 신통력을 보며 그의 법문을 듣고,
역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옵기, 나는 그이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이렇게 여러 보살들이 제각기 부처님을 향하여 지나간 인연과
유마힐이 말하던 것을 여쭈옵고,
모두 그이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노라고 사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