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부파불교의 교학체계
아비달마의 전개과정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3단계가 상정되고 있다.
그 첫 단계는 아가마 경전 자체 안에
이미 교설을 정리, 조직하거나 해설, 주석하는 소위 "아비달마적 경향"이 나타나 있는 단계이다.
둘째는 이 경향이 발전하여 경전 외에 아비달마로 불리는 별개의 문헌이
독립, 발전되어 갔던 시기이다.
그리고 셋째는 그 결과 아비달마는 단순히 아가마의 내용을 해석,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초로 하여 장대한 교의체계를 수립했던 시기이다.
아비달마 교학은 아가마 교학을 분석하고, 종합함으로써 그 체계를 이루어 갔다.
분석적 방법이란 아가마의 가르침 중 중요한 것을 선택하여 하나 하나 그 의미를 상세히 주석하고 해설하는 것이다.
종합적 방법이란 아가마에 수록되어 있는 갖가지 교설을 정리, 안배하는 것을 말한다.
아가마를 종합하는 수속으로는 수와 관계된 교설을 그 수에 따라 一法, 二法, 三法과 같은 순서로
병렬시키는 방법(소위 "法數"에 의한 정리)이며, 또 하나는 가르침의 내용의 주제에 따라 유별하여 배열하는 방법(소위 "相應"에 의한 정리)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독립한 아비달마는 강력하게 발전하여 새로운 문헌들을 성립시켰다.
부파불교에 있어서의 논장의 체계가 공고히 된 것은 4세기경이 되어서이다.
이들 부파불교들은 대승불교가 출현하여 그 세력을 확산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당당하게 존재하면서 자신의 교학체계들을 발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4세기를 지나면서 부파불교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지적 완성에 도달하여 그 이후에도 인도에서 무려 800여년은 더 존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큰 진전은 없었다.
실론에서 상좌부가 충실히 불교의 전통을 고수하고 있던 방면,
인도본토에서는 상좌부의 맥이 끊어지고 상좌부의 일분파로서 서북부의 간다라와 카쉬미르지방에서 성행하던 설일체유부가 사상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4세기 경 바수반두(世親)는 설일체유부의 교의체계를 간결하게 요약한 논서인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을 저술하였다.
이 책은 명실상부 부파불교의 교학을 대표하는 명저로서 인도에서 뿐만 아니라
중국, 한국에서도 부파교학의 입문서로 연구되었다.
그 내용은 계(界), 근(根), 세간(世間), 업(業), 수면(睡眠), 현성(賢聖), 지(智), 정(定), 피아(破我)의 9품으로 구성되어 있고, 발지론의 입장을 답습하면서 아비담심론에 따라 수정을 가했다.
또 유부 교의를 체계화함에 있어서 비바사사(주석가)의 설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부파 특히 경량부설까지도 참조하여 비판적 태도로 저술한 점에 특색이 있다.
"구사론"이 불교학의 기초이론으로써 오랫동안 평가되어온 것은 그 교의가 정연한 체계로 논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기할 학설은 제법(諸法) 즉, 모든 존재를 5위(位) 75법(法)으로 포괄하려는 논리이다.
75법이란 존재를 분석하여 얻은 요소들의 전체를 가리키며,
이 존재는 색(色), 심(心), 심소(心所), 심불상응행(心不相應行), 무위(無爲)의 다섯 가지 범주에 포괄된다고 말한다.
이와 같이 구사론은 전 존재를 법에 의해서 분류하였는데
그 법을 존재요소로서 실체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푸른 병은 깨어지면 없어진다.
그러나 그 청색이라고 하는 것은 병이 깨어져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고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을 자성(自性)을 갖는 것이라고 하며 법(法)이라고 부른다.
그리하여 유부교학에서는 실재론적 경향을 중시하게 되어
삼세실유 법체항유(三世實有 法體恒有 ; 법의 실체는 과거, 현재, 미래에 있어서 항상 실재한다)를 주장하게 되었고,
이러한 법의 실체화는 후에 대승불교의 용수에 와서 크게 비판받게 되었다.
부파의 가르침 중에서 가장 강력했고, 또한 대승불교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유부의 교설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유부의 유(有)의 철학의 이해 없이는
그 안티테제로서의 반야(般若)의 공(空)의 사상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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