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yoga)란 무엇인가.
고대 인도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수행 전통을 가리키는 말이다.
불교 또한 넓게 보아 요가적 흐름의 한 갈래로 귀속시킬 수 있다.
흔히 대승불교의 유식학파(唯識學派)를 일컬어 유가행파(瑜伽行派, yogācāra)라고도 부른다. 이것을 그대로 번역하면 ‘요가의 실천’이 된다.
이러한 용례는 요가라는 명칭이 종교라든가 학파의 구분을 넘어 일반적으로 통용되었음을 의미한다. 몸과 마음을 잘 다스려 이상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모든 실천적 모색들을 요가의 범위 안에 포함시킬 수 있다.
요가는 5000년 전부터 행해져 왔던 듯하다. 예컨대 그 무렵의 인더스 문명 유물 가운데에 요가 포즈를 취한 신상(神像)이 발견되었다. 이것은 그때부터 요가가 행해졌음을 시사한다.
한편 요가라는 말의 최초 용례는 기원전 5~6세기 무렵의 우빠니샤드(Upaniṣad) 문헌에 나타난다.
“참나(自我)를 마차의 주인으로 알고 육체를 마차로 알라.
지성(知性)을 마부로 알고
마음(意)을 고삐로 알라.
[다섯의] 감각기관을 말로 알고,
그것의 대상을 말이 달리는 길로 알라....
감각기관이 마음과 함께 쉬고 지성도 작용을 하지 않을 때,
이것을 최고의 경지라고 한다.
이렇게 감각기관을 확고하게 억제하는 것을 요가라고 한다.”
요가란 감각기관·마음·지성 등을 억제하여 동요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것을 가리킨다.
이렇듯 외부적 여건에 동요하지 않도록 내면의 심리와 정서를 억제하고 다스리는 것이
요가의 원래 의미이다.
초기불교 또한 이러한 요가의 가르침에 적지 않는 영향을 받았다.
출가 후 붓다는 당시 유명했던 수행자들을 찾아가 그들의 가르침을 경청했다.
요가의 스승들은 괴로움이 발생하는 이유를 인간의 내면에서 찾았다.
또한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 역시 스스로를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있다고 가르쳤다.
당시 붓다가 배웠던 요가의 방법들은 부정적인 사고와 정서를 가라앉히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예컨대 요가에서는 정서적 동요를 가라앉히는 방법의 하나로서
마시는 숨은 짧게 하고 내쉬는 숨은 길게 하는 호흡법을 가르친다.
혹은 특정한 대상을 지속적으로 떠올려 거기에 몰입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러한 기법들은 생리적·정서적 변화를 일으켜 내면적인 평안의 느낌을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붓다는 그러한 기법들을 짧은 시간 동안에 체득하였고,
또한 그것을 전수해 준 스승들로부터도 인정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훗날 붓다는 이와 같은 요가적 명상을 사마타(止, samatha)로 분류한다.
사람을 일컬어 이성적인 동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실제 모습은 감정적·정서적 요인들에 더 많이 좌우되곤 한다. 특히 탐욕이나 분노 따위에 휩쓸리게 되면 주변의 충고를 거부하고서 비합리적으로 처신하기 일쑤다.
사마타는 그러한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에 일시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붓다는 그렇게 해서 얻어진 고요함이 언제까지라도 계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파하였다. 한때 평온해진 마음이라고 할지라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따라서 붓다는 위빠사나(觀, vipassanā)라는 새로운 명상 방법을 고안하기에 이른다.
위빠사나란
주관적인 바람이나 의지를 배제하고서 있는 그대로를 여실하게 통찰한다는 의미이다.
위빠사나의 실천을 통해 우리는 탐욕과 불만 따위가 발생하고 소멸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하여 탐욕도 분노도 불필요하다는 것을 체득하게 되고, 종국에는 있는 그대로의 진리를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사성제 등의 가르침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교리적 내용에 해당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위빠사나는 사마타를 통해 얻어진 내면의 평안을 확고하게 해줄 수 있다.
이와 같은 붓다의 방법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다른 종파의 명상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렇듯 초기불교의 가르침은 요가라는 토양 위에서 발생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독특한 측면을 지닌다.
실재(reality)에 대한 통찰만이
내면을 다스리는 영속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요가계 전반에 확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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