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진암(識盡庵)/임승택교수님의 초기불교순례

22. 자이나교의 업(業)

이르머꼬어리서근 2013. 3. 13. 12:56

 

 

자이나교에서는 업을 어떻게 보는가.

 

자이나교는 초기불교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개혁적 종교이다.

초기불교와 유사한 가르침을 펼쳤으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도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자이나교는 초기불교와 함께 바라문교의 권위주의에 맞섰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자이나교는 업을 미세한 물질입자의 일종으로 이해했다.

인간이 행한 모든 행위는 미세한 물질입자의 형태로 남아 미래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금욕과 고행을 통해 업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가르쳤다.

 

 

 


자이나교에서는 모든 존재가 순수·청정한 영혼(j-I  va)을 지닌다고 보았다.

그들에 따르면 영혼이란 전지(全知)하며 과거·현재·미래에 대해 막힘없는 앎을 지닌다.

영혼은 스스로 지닌 완전한 능력으로 감관이라든가 추리 따위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사물의 참된 모습을 꿰뚫어 알 수 있다.

 

자이나교에서는 이러한 영혼 본래 상태를 회복하는 데에 수행의 목적을 두었고,

바로 그것을 위해 엄격한 고행의 실천을 권장하였다.

업이란 영혼의 전지한 능력을 가리는 불순물과 같으며,

고행이란 영혼에 달라붙은 업의 불순물을 닦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자이나교에 따르면 업을 구성하는 물질입자는 신체(身)와 언어(口)와 마음(意)에 의한 행위를 통해 생성된다. 그들은 바로 이것이 영혼과 뒤엉킴으로써 ‘업에 의한 육신(業身)’을 형성시킨다고 보았다.

 

그 결과 순수·청정한 영혼이 고통스러운 현상계에 묶이게 되며 윤회의 속박 아래에 놓이게 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자이나교의 업 해석에서 주목할 만한 사항은 인간 존재가 업의 속박에 무력하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엄격한 금욕적 삶을 통해 새로운 업의 축적을 막을 수도 있고, 또한 강력한 고행을 통해 그것을 소진시켜 해탈의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고 보았다.

 

 

 


자이나교에서는 업을 물질입자로 이해했다. 따라서 그것의 유입을 막거나 소진시키기 위한 방법 또한 물리적인 구체성을 지녀야 한다고 보았다. 기존에 지은 업에 대해서는 그것의 정도에 해당하는 만큼의 육체적 고행을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렇게 해야만 완전한 해탈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상계의 속박과 고통은 누적된 업의 총량에 비례하며, 실천·수행에서의 진전과 해탈 역시 그것에 의해 정확히 판가름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방식으로 자이나교는 업에 의한 지음과 받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관념을 각인시켰다.

 

 

 


자이나교에서의 업은 불변적 법칙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어쩌면 자이나교의 끈질긴 생명력은 이러한 고지식한 업 해석과 함께 그것에 의한 속박을 극복하기 위한 철저한 수행의 힘 덕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이나교의 업 해석은 간과할 수 없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업에 대한 지나친 실체화는 내면적인 의도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하였고, 행위의 형식성만을 따지게 만드는 문제점을 노출하였다. 바로 이것은 그들이 저항했던 바라문교의 형식주의적 업 해석과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그리하여 업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존재를 전문적인 출가 고행자들에게 국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와 관련해 붓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누군가 말하기를 ‘사람이 어떤 업을 지었건 그것을 그대로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면

 청정한 삶도 가능하지 않고 바르게 괴로움을 종식할 기회도 얻지 못할 것이다….

 

 여기 어떤 사람이 모자람 없이, 위대하게, 한량없이,

 몸을 닦고, 계를 닦고, 마음을 닦고, 지혜를 닦아 머문다면

 그러한 사람에게도 현세에서 겪게 될 작은 악업의 지음은 있을 수 있다.

 

 그 사람에게는 내세에 경험하게 될 약간의 악업도 남지 않는다.”

 

 

 

 

붓다는 과거의 업에 연연하기보다

그것을 능가하는 많은 훌륭한 업을 짓게 하는 데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이러한 혁신적 업 해석을 통해 소수의 고행자나 바라문 사제들에게 국한되었던

업으로부터의 해탈 가능성을 모든 이들에게 개방시키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