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불교 전통을 지역별로 나눈다면 어떠한 형태가 될까.
크게 남방불교와 북방불교라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남방불교는 스리랑카·미얀마·태국 등에서 전해 내려온 불교이다.
반면에 북방불교는 중국·한국·일본 등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불교를 가리키며,
여기에 티베트와 몽골 등의 불교를 포함시킬 수 있다.
남방불교는 스스로에 대해 상좌불교 혹은 빨리불교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하며,
북방불교에서는 대승불교라는 이름을 더욱 선호한다.
이처럼 상이한 명칭들은 특정한 지역과 시대 그리고 문화적 배경의 차이를 포함한다.
세계의 종교사에서 불교만큼 고유의 색채를 흩트리지 않으면서
다른 이질적인 문화를 탄력성 있게 수용·발전해 온 종교란 찾기 힘들다.
이것은 붓다 당시부터 상대방의 됨됨이에 따라
거기에 걸맞은 가르침을 펼쳤던 대기설법(對機說法)의 방식에 근거한다.
다양한 지역불교는 붓다의 가르침을 각자 스스로의 처지에 맞추어 계승해 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도 땅을 벗어난 불교가
붓다의 본래의 의도를 저버리고 각기 다른 가르침이 되어버린 것은 아니다.
서로의 명칭이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각각의 지역불교는 스스로에 대해 붓다의 후계자라는 자긍심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남방불교는 빨리어로 쓰인 삼장(三藏) 문헌의 온전히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빨리어 삼장을 붓다의 원음으로 간주하면서 자신들의 종교적 실천을 위한 지침으로 삼는다.
또한 그들은 율장에 근거한 전통적인 수계 의식을 원형에 가깝게 유지한다.
그들은 승단의 구성원에 대해 예외 없는 엄격한 계율의 준수를 요구해 왔으며,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현전승가(現前僧伽)를 구성하는 오랜 전통을 고수해 왔다.
그리고 이 현전승가를 율장에 기술된 모든 규정들이 그 효력을 발휘하는 기본 단위로 삼아왔다.
한편 북방불교는 붓다의 근본정신을 되살리는 데에 스스로의 존립 근거를 두고 발전해 왔다.
따라서 형식적인 계율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모습으로 지속적인 쇄신의 길을 걸어왔다.
특히 동북아시아의 대승불교는 유식학·중관학·화엄학·선불교 등의 다양한 새로운 교리적 해석들을 꽃피우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선불교는 자립적인 승단 경영의 원칙을 제정하여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라고 할 만큼 수행과 일상을 분리하지 않는 독특한 수행 문화를 정착시켰다.
현존하는 남방불교가 붓다의 원래 가르침에 가까운 전통을 계승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남방불교 교리체계는 다른 부파들의 견해와 교리를 비판하는 와중에 구체화되었다. 이것은 남방불교가 초기불교 당시의 가르침만을 고스란히 전승해 온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더구나 남방불교에서도 세속적 복락을 얻기 위한 주술의 관행들이 목격된다.
이점을 고려할 때 남방불교의 모든 것을 절대시하는 태도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남방불교의 이상적 모습만을 강조할 경우, 그것과 비교되는 다른 지역의 불교를 부당하게 폄하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북방불교는 초기불교에서는 찾을 수 없는 여러 이질적인 요소들을 포함한다.
그러나 북방불교는 여러 차례의 훼불과 종교적 박해를 견뎌 내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북방불교의 끈질긴 생명력은 다종교·다문화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에게 많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각각의 지역불교를 동시에 접할 수 있으며, 서로에게서 발견되는 장점을 취합할 필요가 있다.
붓다는 현실과 이상의 조화로운 삶을 권장하였으며, 출세간의 이상에 집착하여 주변의 여건을 방기하지 않았다. 다양한 지역불교의 양상들은 각자의 현실 위에 이러한 붓다 가르침을 계승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역사를 통해 수많은 나라에서 붓다의 가르침이 바르게 수용되던 시기에는 국가적으로 흥성했던 시간들이 뒤따랐다. 이것은 인도·중국·한국·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목격되는 사실이다. 거기에는 현실과 이상을 아우르는 유연한 가르침과 실천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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