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노래, 그의 이야기/그의 야그

Episode 1: 어떤 얘기

이르머꼬어리서근 2020. 11. 19. 11:54

* Episode 1

 

어떤 노스님이 계셨습니다.

 

하루는 젊은 스님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이렇게 노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스님, 법에 자성이 있습니까?"

 

노스님은 잠자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그는 다시 이렇게 물었습니다.

"스님, 법도 또한 나고 죽습니까?"

 

노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세존께서는 '형성된 모든 것은 소멸한다.'라고 말씀하셨네."

 

젊은 스님은 되물었다.

"법 또한 형성되었다가 소멸한다는 뜻입니까?"

 

노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기 자네 앞에 동전이 하나 있네.

갈애와 괴로움이 동전의 앞면이라면 뒷면은 부처님의 가르친 법과도 같아서

그 둘은 뗄 수 없는 것이라네.

 

세존께서는 법대로 열심히 닦아 갈애와 괴로움을 멸진한다고 하셨다네

 

그래서 말일세, 그 동전의 앞면이 자네 앞에서 천천히 사라졌다고 생각해 보게

그때 법은 어디에 있는가?"

 

젊은 스님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때는 법 또한 없습니다."

 

 

노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세존께서는 그 동전이 없어지듯 그를 보는 자 또한 멸진함을 말씀하셨네.

그와 같이 나와 동전이 쌍멸한 후에

무슨 법이 나고 죽는가?"

 

젊은 스님은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노스님은 잠자코 말이 없는 젊은 스님에게 다시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 법이 자성이 있는가?"

 

젊은 스님은 다시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노스님은 다시 그에게 물었습니다.

"왜 그대는 말이 없는가?"

 

젊은 스님은 또한 말이 없었습니다.

 

노스님은 다시 그에게 물었습니다.

"내 앞에 말없이 앉아 있는 그대는 누구인가?"

 

 

젊은 스님은 이 물음에 아무 말없이 일어나서 노스님께 삼배하고 물러나 길을 떠났습니다.

가는 길에 나무 그늘에 앉아 그는 지나간 일들을 생각했습니다.

 

한때 누가 '자네는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나는 업일세"라고 대답했던 일을 생각했습니다.

한동안은 '자네는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나는 오온이라네.'라고 대답했던 일을 생각했습니다.

그후 아주 오랫 동안은 "자네는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나는 연이생(緣而生)일세"라고 대답하며

만족스러워 했던 일을 생각하며 가만히 웃었습니다.

 

그날 이후 그는 다시는 자신을 연이생(緣而生)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길로 어느 산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하루에 한 번 탁발하러 나오는 일 외에는 나오는 일이 없었습니다.

공양하는 마을 사람들이 "스님은 누구십니까? 법명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도

그는 합장하여 절할 뿐 말이 없었습니다.

낡은 누더기에 영락없는 거지 행세로 탁발 나온 스님을 아이들이 놀려대거나

돌맹이를 던지며 장난치더라도

는 환한 미소로 웃을 뿐 아무 말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나 동네 아이들은 그를 '바보스님', '벙어리스님'이라고 불렀습니다.

 

 

 

※ 이 글은 2015.6.9일 「뿌리에 대한 법문 경」 (M1) 후기를 쓰면서 느낀 바가 있어

   그 말미에 적어본 글인데, 여기에 옮겨온 것입니다. (*http://blog.daum.net/ibakdal/173715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