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진암(識盡庵)/칠각지(七覺支)

7. 사각지 (捨覺支 upekkhā) - 평온, 갈애를 꿰뚫어 일체를 여읨

이르머꼬어리서근 2012. 1. 15. 17:03

 

Ⅶ. 사각지 (捨覺支 upekkhā)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 깨달음의 요소 ‘우뻬카(upekkhā)’, 즉 평온함[]이다.

 

아비담마에서는 우뻬카의 뜻을

‘따뜨라맛잣따따(tatramajjhattatā)’, 즉 중립성이라는 말로 요약하고 있다.

 

 

이것은 정신적 평온함을 가리키지 쾌락주의에서의 무관심과 같은 뜻은 아니다.

평온함은 고요하고 집중된 마음의 산물이다.

 

 

 

삶의 우여곡절에 부딪히면서 평정을 유지해내기란 진정 어려운 일이지만,

평온이라는 이 어려운 자질을 기른 사람은 결코 혼란에 빠지지 않는다.

 

그는 이득과 손실, 좋은 평판과 나쁜 평판, 칭찬과 비난, 고통과 행복이라는

세간 특유의 여덟 가지 어려움[八世法 aṭṭha lokadhammā]들을

혼란스럽게 겪으면서도 결코 동요하지 않는다.

 

 

그는 단단한 바위처럼 견고하다.

이것이 아라한다운 태도임은 물론이다.

 

아라한에 대해서 이런 게송이 있다. 
 

선한 분들은 진실로 모든 것에 대해서 욕구를 버린다.

 선한 분들은 갈망에서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

 행복이 오건 고통이 오건  

 현자들은 우쭐대지도 소침해지지도 않는다.”29)

                                                                               * 『법구경』게송 83


 

현자는

취하게 하는 것을 멀리 하고,

매사에 조심하고,

인욕과 청정을 견지하며 마음을 단련한다.

그러한 단련을 통해서 마음이 고요해진다.

 

우리들도 그런 마음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호더 경은 이렇게 대답한다.

 

“물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느냐고요?

 무언가 위대한 일을 해서가 아닙니다.

 

 누군가 물었습니다. ‘성자들은 왜 성자일까요?’라고.

 

 그러자 이런 대답이 나왔습니다.

 

‘그분들은 활하기 어려울 때도 쾌활했고, 참기 힘들 때에 참았습니다.

 사람들이 가만히 있어 주기를 바랄 때에도 그분들은 앞으로 밀고 나갔고,

 사람들이 말해 주기를 바랄 때에도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매우 단순합니다. 그렇지만 매우 어렵습니다.

 정신건강상의 문제이지요.……’”譯25)

 

 

 

시인은 읊는다.
 

삶이 감미로운 노래처럼 흘러갈 때

즐거워하기란 참 쉬운 일이지.

그러나 모든 일이 온통 잘못되어 갈 때

그때에도 미소 지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참 훌륭하다네.

 

 


 

네 가지 잘못된 길[四邪道 cattāro agati]에 관해서는 여러 책에서 언급되고 있다.

 

탐욕(chanda)의 길,

성냄(dosa)의 길,

두려움(bhaya)의 길,

어리석음(moha)의 길

 

이 그들이다.

 

 

 

사람들이 악을 범하게 되는 것은

이들 잘못된 길 중의 하나 또는 몇 개에 유혹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온함을 계발해서 완벽한 중도(中道)에 이른 사람은 이런 잘못된 길을 가는 일이 결코 없다. 그의 청정한 중도가 모든 존재들을 치우침 없는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평온을 기필코 닦겠다면

 

과,

업이 작용하는 원리, 그리고

업의 과보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두는 것이 긴요하다.

 

 

업으로 비추어 볼 때

우리는 일체 유정물에 대해서, 아니 무정물에 대해서마저도

얽매이지 않고 초연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평온에 대해서 가까운 원인[近因]이 되는 것은

모든 존재란 스스로 지은 업의 결과라고 아는 것이다.

 

 

 

산띠데와는 『입보리행론』에 이렇게 쓰고 있다.

     

"누군가 나를 몹시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그런데도 칭찬 좀 들었다고 좋아할 수 있을까.

 

 누군가 나를 칭찬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그런데도 나는 비난의 목소리에만 끄달리고 있어야 하는 걸까.
 

 누구든 진정 자신의 주인이라면

 언제나 미소 짓는다네.

 

 찌푸린 얼굴일랑 걷어치우고

 누굴 만나도 먼저 인사하고

 가진 것은 몽땅 나눈다네.

 온 세상의 친구인 그를 진리가 왕관 씌워주리."30)

 

 

 


 

무상정등각을 이루신 부처님께서 2500년도 더 넘는 오래전에,

완전한 깨달음완벽한 지혜를, 열반을, 불사를 얻으라고

우리들에게 일러주신 칠각지

일별이나마 해 보고자 나는 나름대로 시도해 보았다.

 

이 완전한 지혜의 길, 깨달음의 인자들을 갈고 닦을 것인가

아니면 외면해 버릴 것인가는

우리 각자가 결정할 일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고의 원인을 밝혀내고 부수어 버릴 수 있는 능력을,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 덕분에 갖추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각자가 자신의 해탈을 성취해 내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삶을 있는 그대로 아는 길을 가르쳐 주셨고

각각 혼자의 힘으로 그런 탐구를 해나갈 수 있도록 구체적 지시도 해 주셨다.

이제 인생의 진실이 어떤 것인지 밝혀내고 또 그것을 최대한 선용하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

 

길을 몰라 나아가지 못한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부처님의 가르침에는 모호한 구석이 없다.

필요한 조치는 더할 나위 없이 명백하게 취해져 있다.

눈 있어 볼 수 있고, 마음 있어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에게나 불교는 시종일관 활짝 열려 있다.


 

“그분의 가르침은 참으로 명백해서 잘못 이해될 부분이 하나도 없다.”31)

                                                                                                      * 필딩 홀,『어느 민족의 넋』

 

 

따라서 우리가 진리를 깨닫기 위해 필요한 일은 오직 한 가지,

그 분의 가르침을 각자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 능력껏 공부하고

실생활에 적용해 보겠다는 확고한 결의, 노력, 성실성뿐이다.

 

담마[佛法]는 고에 지친 방랑자에게 손짓하고 있다.

열반의 안식처, 안전지대로 오라고.

그런데, 어찌 우리 칠각지를 닦는 데 열심히 헌신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 나아가지 않겠는가.


 

  "지난날의 성자들을 기억하면서

   그 분들이 어떻게 사셨는지를 상기하면서,

   오늘날 비록 그 분들은 가신 뒤지만

   그래도 평화로운 감로의 길을

   달성할 수 있으리."32)


                                                                         * 『장로게(長老偈)』게송 947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이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 이 「칠각지」글은 사단법인 고요한 소리의

     http://www.calmvoice.org/files/book/wh16.php 에 있는 글을 퍼와서

     그 뜻을 쉽게 파악할까 하여 편집한 것입니다.

 

     이 법문을 해주신 삐야닷시 장로님께, 

     이렇게 훌륭한 번역을 해주신 전채린님에게,  그리고 사단법인 고요한 소리에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