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진암(識盡庵)/칠각지(七覺支)

5. 경안각지 (輕安覺支 passaddhi) - 몸(受蘊,想蘊,行蘊)의 고요함, 마음(識蘊)의 고요함

이르머꼬어리서근 2012. 1. 15. 14:45

 

 

V. 경안각지 (輕安覺支 passaddhi)


 

잔잔함 또는 고요함, 즉 경안(輕安 passaddhi)譯19)깨달음의 다섯 번째 요소이다.

 

                                   *  경안 : 輕安 또는 로 한역되듯 ‘빳삿디’에는

                                                                                          가뿐함, 제거함의 뜻이 있다.

 

 

경안에는 두 가지가 있다.

 

까야 빳삿디(身輕安 kāya passaddhi)’는 몸의 고요함이다.

여기서 ‘까야’는 육체적인 몸이라기보다는 모든 정신적 영역(cetasika)을 의미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수온(受蘊), 상온(想蘊), 행온(行蘊)의 고요함이다.

 

 

찌따 빳삿디(心輕安 citta passaddhi)’마음의 고요함,

 즉 식온(識蘊)의 고요함을 말한다.

 

 

‘빳삿디’

길 가다 지친 사람이 나무 그늘아래 앉을 때나,

뜨거운 대지에 비가 내려 시원해질 때 경험하는 행복에 비유되기도 한다.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히기는 어렵다.

마음은 흔들리고, 불안정하며, 지키기도 자제하기도 어렵다.

마치 물에서 건져 마른 땅에 내던진 물고기처럼 파닥거린다.

마음은 제멋대로 방황한다.23) 

 

                                                                                    * 『법구경』「마음의 품()」게송 34

 

 

이처럼 마음의 성질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깨달음을 얻고자하는 사람이 자신의 변덕스러운 마음을 진정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은

체계적인 사념(yoniso mana- sikāra)이다.

 

마음의 고요를 닦지 않고서는 집중[]을 성공적으로 계발할 수 없다.

고요해진 마음은 온갖 피상적이고 무익한 것들을 몰아낸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자유를 곧 방종인 줄 알고

또 자기를 제어하는 일이 자기개발을 가로막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와 아주 다르다.

자신이 진실로 바람직한 상태로 되려면 올바른 선에서 제어되고 길들여져야 한다.

자신을 완벽하게 길들이셨기에 조어장부(調御丈夫)란 이름을 누리시는 세존께서는 사람의 마음을 길들이려는 목적으로 법을 가르치신 것이다.24)

 

 

 

마음이 고요해지고 그리고 정연한 향상의 길을 바르게 나아가고 있을 때에만

그 마음은 그것을 지닌 이를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유익한 것이 된다.

어지러운 마음은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부담이 될 뿐이다.

 

이 세상에 벌어지는 모든 불선한 행위들은

정신적 고요, 균형, 안정을 얻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짓이다.

 

고요하다고 해서 약한 것이 아니다.

언제나 고요한 태도를 견지한다면 그는 교양있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주위의 모든 여건이 순조로울 때 마음이 고요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순조롭지 못한 여건에서 마음의 안정을 지니기는 참으로 어렵다.

 

이 얻기 어려운 자질을 증득하는 것이야말로 값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그러한 제어력을 통해서 우리는 인격적 역량을 쌓아 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사람을 현혹시키는 일은

목소리 큰 사람들이 자기만 강하다고 여기거나,

쓸데없는 일에 야단스럽게 바빠하며 자기들만 능력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마음의 고요함을 닦는 사람은

세간 특유의 여덟 가지 어려움[八難, 八世法]譯20)을 겪게 되어도

당황하거나 혼란에 빠지거나 흥분하지 않을 것이다.

 

                                                  * 세간 특유의 여덟 가지 어려움[八難, 八世法] :

                                                     이득손실, 좋은 평판나쁜 평판, 칭찬비난, 고통행복.

                                                    『장부』Ⅲ권 260쪽

             

 

 

그는 오로지 모든 조건 지어진 것들의 일어남과 사라짐,

사물들이 어떻게 생겨났다가 없어지는지를 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마침내 그는 걱정과 불안에서 헤어나

부서지는 것들을 부서지는 성질 그대로 보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어머니에게

왜 슬퍼하지도 고통을 느끼지도 않는지를 묻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는 이야기가 『본생담』에 나온다.


 

 그 아이는 내가 오라고 해서 온 것도 아니고

  가라고 해서 간 것도 아닙니다.

  왔듯이 그렇게 가버린 것인데

  한탄하고, 울고, 통곡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25)


                                                                                                     * 「뱀에 관한 본생담」 354

 

 

고요해진 마음이 주는 이득은 이와 같다.

그런 마음은 잃어도 얻어도, 욕먹어도 칭찬 들어도 동요됨이 없고,

역경에 처해서도 평정을 유지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감각의 세계를 적절한 원근법적 시각으로 조망함譯21)으로써 얻을 수 있다.

 

 

 

이렇듯이 고요함 즉 경안(passaddhi)은

사람을 깨달음으로, 고로부터의 해탈로 이끌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