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정진각지 (精進覺支 viriya)
세 번째의 깨달음 인자는 정진력(viriya)이다.
이것 역시 마음에 부수해서 일어나는 정신작용[心所 cetasika]으로
성스러운 팔정도(八正道)의 여섯 번째 항목이며
거기서는 정정진(正精進 sammā-vāyāma)으로 불린다.
부처님의 생애를 살펴보면
그분께서는 도덕적, 정신적 피로에 굴복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대각을 이루신 그 순간부터 열반에 드신 순간까지
그분은 육체적으로 피곤할 때에도 그에 상관하지 않고,
또 길을 방해하는 많은 장애들과 불리한 조건들에도 개의치 않고
인류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지칠 줄 모르고 애쓰셨다.
그분은 중생의 행복을 위해 노력을 늦춘 적이 없으셨다.
육체적으로는 항상 건강한 상태일 수만은 없었지만,
정신적으로는 항상 깨어 있고 활력에 차 계셨다.
그분을 찬양하는 다음과 같은 시구가 있다.
"아, 놀라워라, 정복자여!
모든 존재의 행복譯13)을 위해
모든 산 것들의 평안을 위해
언제나 지치지 않고 노력하는 이여!"
"이 법은 열심히 정진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지 나태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17)
* āraddhaviriyassāyaṁ dhammo nāyaṁ dhammo kusītassa. 『증지부』8법집, Ⅳ권, 234쪽
부처님께서는
당신이 인류의 죄를 대신 떠맡을 의지가 있고
또 그러한 능력도 갖춘 구세주라고 자처하신 적이 없었다.
그와 반대로 각자는 자신이 저지른 악행의 짐을 스스로 져야 한다고 언명하셨다.
부처님의 말씀에 의하면 각자는 스스로, 필요한 노력을 해내야 하고
그래서 자신의 해탈을 스스로 애써 이뤄내야 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단지 길을 드러내 보여주신 분일 뿐,
계시종교식으로 남들의 ‘영혼’을 구제하려 애쓰는 구세주가 아니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낮은 단계의 삶으로부터 끌어올려 주고
궁극적으로 구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사람을 무기력하고, 허약하고, 게으르고, 어리석게 만들기 쉽다.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간접적으로 도움의 손을 내밀어줄 수는 있다.
그러나 고(苦)로부터의 해탈은 자기 자신의 행위 즉 업을 모루로 삼아
그 위에서 스스로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너희가 너희 자신의 섬이 되어라. 너희가 너희 자신의 의지처가 되어라.”18)
* 장부』16「대반열반경」, Ⅱ권, 100쪽
이렇듯 스승께서는 따르는 사람들이 독립․독행의 능력을 얻도록 간곡히 권고하셨다.
부처님을 따르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과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부처님께서는 보살이었을 때에도 용기와 노력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던 분이셨다.
성불을 서원하는 구도자인 보살은 다음과 같은 고무적인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었다.
“퇴전(退轉)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譯14)
정념과 택법각지를 계발하는 사람은
그 다음 단계로 자신의 활로를 열어젖히기 위해 필요한 정진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정진력의 기능은 다음 네 가지이다.
1. 이미 마음에 일어난 불선(不善)을 뿌리 뽑는 노력
2. 아직 일어나지 않은 불선을 예방하여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노력
3. 아직 일어나지 않은 선을 개발하는 노력
4. 이미 일어난 선의 증장을 더욱 촉진시키는 노력 19)
* 『증지부』4법집, Ⅱ권, 15쪽
『중부』의 제20경「심상경(尋相經 Vitakka Sanṭhāna Suttanta)」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마치 숙련된 목수나 그의 도제가
작은 나무못으로 큰 나무못을 쳐내어 제거해버리는 것처럼,
비구가 자신에게 일어난 어떤 관념에 연연한 나머지
탐․진․치와 관련된 악하고 유익하지 못한 생각이 일어날 경우,
그 비구는 이 생각과는 종류가 다른, 유익한 것과 관련된 생각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악하고 유익하지 않은 생각은 사라질 것이고
그 사라짐과 함께 그의 마음은 가라앉고 차분해지고 통일되고 집중될 것이다.”20)
* 실라짜라,『고따마 붓다의 말씀들』에서 번안함.
해당 경의 영어 번역은 The Wheel No. 21(BPS)로 출판되었음.
이렇듯이 청정을 닦는 길은 게으른 사람은 갈 수가 없다.
깨달음(bodhi)을 열망하는 이는 확고한 결심과 함께 불퇴전의 정진력을 갖추어야 한다.
깨달음과 해탈은 절대적으로, 전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다.
“사람은 자신의 단호한 정진력으로 일어서야 하고,
자유의 큰 문을 향한 길을 스스로 가야 한다.
항상, 매 순간, 자기 힘으로 그렇게 가야 한다.
자유의 큰 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지도 않고
누군가 그 열쇠를 갖고 있어 기도와 애원으로 얻어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 문에는 아무런 걸쇠도 빗장도 없다.
혹 자기 자신이 그것들을 만들어 내지 않았다면.”
가르침으로 보나 본보기로 보나 부처님은 불요불굴한 삶의 전형이셨다.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들어보자.
“애써 노력하지 않는 게으른 자,
젊고 힘은 있지만 게으름에 빠져있는 자,
결단력과 생각이 모자란 자,
그런 나태하고 게으른 자는
지혜의 길을, 깨달음의 길을 찾을 수 없으리라.”21)
* 『법구경』게송 280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제자는 생각한다.
“가죽과 힘줄과 뼈만 남을지라도,
피와 살이 말라붙을지라도
결단코 나는 이 추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청정과 깨달음의 길에서 벗어나지도 않을 것이다.”譯15)
* 『중부』70경, I권, 4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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