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가니까야(長部)/D2.사문과경-출가의 결실 18가지

6-1. 뿌라나 깟사빠 - 죄악도 공덕도 없다.

이르머꼬어리서근 2009. 8. 6. 11:33

 

16.

   "세존이시여,

    어느 때 저는 뿌라나 깟사빠를 만나러 갔읍니다.

    만나러 가서 뿌라나 깟사빠와 함께 환담을 나누었읍니다.

    유쾌하고 기억할 만한 이야기로 서로 담소한 뒤 한 곁에 앉았습니다.

 

 

    세존이시여, 한 곁에 앉아서 저는 뿌라나 깟사빠에게 이렇게 말하였읍니다. 

 

   '깟사빠 존자여 세상에는 여러 가지 기술 분야들이 있읍니다.

 

    즉 코끼리몰이꾼, 말몰이꾼, 전차병,

    궁수, 기수, 군대참모, 보급병, 고위관리, 왕자, 정찰병, 용사, 동체갑옷 입은자,

    하인의 아들, 요리사, 이발사, 목욕 보조사, 제과인, 정원사, 염색인, 직공, 바구니 만드는 자,

    항아리 만드는 자, 경리인, 반지 만드는 자, 그 외에 여러 가지 기술 분야들이 있읍니다.

 

 

    그런 기술의 결실은 지금 여기서 스스로 보아 알 수 있으며,

    그들은 그런 결실로 살아갑니다.

 

    그들은 그것으로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만족하게 하고, 부모를 행복하게 하고 만족하게 하고,

    처자식을 행복하게 하고 만족하게 하고, 친구와 동료를 행복하게 하고 만족하게 하고,

    사문·바라문들에게 많은 보시를 합니다.

 

    그러한 보시는 고귀한 결말을 가져다주고 신성한 결말을 가져다주며

    행복을 익게 하고 천상에 태어나게 합니다.

 

 

     깟사빠 존자여, 당신도 이와 같이

     지금 여기에서 스스로 보아 알 수 있는 출가생활의 결실을 천명하실 수 있습니까?"

 

 

 

17.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묻자 뿌라나 깟사빠는 제게 이렇게 대답했읍니다.

 

   '대왕이여,

    (자기 손으로 직접) 행하고 (명령하여) 행하게 하고

    (남의 손 등을) 자르고 자르게 하고

    (막대기로) 고문하고 고문하게 하고

    (재물 빼앗는 등으로) 슬프게 하고 (다른 이들을 시켜서) 슬퍼하게 하고

    억압하고 억압하게 하고

    생명을 죽이고

    주지 않은 것을 가지고

    문을 부수어 도둑질하고 약탈하고 주거침입을 하고 노상강도질을 하고

    남의 아내를 범하고

    거짓말을 하더라도

    그 사람은 죄악을 범한 것이 아닙니다.

 

 

    만일 날카로운 원반을 가진 바퀴로 이 땅의 생명들을 하나의 고깃덩어리로 만들고

    하나의 고기 무더기로 만들지라도

    그로 인한 어떤 죄악도 없으며 죄악이 생기지도 않습니다.

 

 

    강가 강의 남쪽 기슭에 가서

    죽이고 죽게하고, 자르고 자르게 하고, 고문하고 고문히게 하더라도

    그로 인한 어떤 죄악도 없으며 죄악이 생기지도 않습니다.

 

 

    강가 강의 북쪽 기숡에 가서

    보시하고 보시하게 하고, 공양하고 공양하게 하더라도

    그로 인한 어떤 공덕도 없으며 공덕이 생기지도 않습니다.

 

    보시하고 자신을 길들이고 제어하고 바른 말을 하더라도

    공덕이 없으며 공덕이 생기지도 않습니다.'라고.

     

 

     

18.

   "세존이시여, 참으로 저는 뿌라나 깟사빠에게

    지금여기에서 스스로 보아 알 수 있는 출가 생활의 결실을 물었는데

    그는 업 지음 없음을 설명했읍니다.

 

 

    세존이시여,

    예를 들면 망고 나무에 대해서 물었는데 빵나무를 설명하고

    빵나무에 대해 물었는데 망고를 설명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참으로 저는 뿌라나 깟사빠에게

    지금여기에서 스스로 보아 알 수 있는 출가 생활의 결실을 물었는데

    그는 업 지음 없음을 설명했읍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지만 제게는

   '어찌 나 같은 왕이 나의 영토에 거주하고 있는 사문이나 바라문을 경시할 수 있겠는가.'라는

    이런 생각이 들었읍니다.

 

    그래서 저는 뿌라나 깟사빠의 말을 기뻐하지도 않았고 비난하지도 않았습니다.

    기뻐하지도 비난하지도 않은 채, 마음이 언짢았지만 언짢은 것에 대한 어떤 말도 내뱉지 않고,

    그의 말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냉소하지도 않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