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보살)
거사님, 병 있는 보살이 어떻게 그 마음을 조복하나이까?
(유마힐)
병 있는 보살은 이런 생각을 하여야하나니,
나의 이 병은 지난 세상의 허망한 생각과 거꾸로 된 마음과 번뇌로부터 생긴 것이요,
진실한 법이 아니어늘 누가 이 병을 받으리요 할지니라.
왜냐하면,
사대가 화합한 것을 몸이라 이름하거니와,
사대가 주인이 없기에 내 이 몸도 나라고 할 것이 없으며,
또 이 병은 나라는데 고집하므로 말미암아 생긴 것이므로
나라는 고집을 내지 말 것이외다.
이미 병난 근본을 알았을 진댄
곧 나라는 생각과 중생이라는 생각을 덜어버리고 법이란 생각을 일으킬지니다.
마땅히 이러한 생각을 할지니,
여러 법이 모이어서 이 몸이 되었으므로,
생기는 것도 법이 생기는 것이요.
없어지는 것도 법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할지니라.
또 이 법은 서로 아는 것이 아니어서,
생길적에도 내가 생기노라 말하지 아니하고
없어질 적에도 내가 없어지노라 말하지 아니 하나니다.
저 병있는 보살이 법이란 생각을 없애기 위하여서는
마땅히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니,
이 법이란 생각도 뒤바뀐 것은 큰 걱정이니 반드시 여의어야 하리다.
어떻게 여읠 것인가?
나와 내 것이란 생각을 여의어야 하리다.
어떻게 나와 내 것이란 생각을 여읠 것인가?
두 가지 법을 여의어야 하리라.
어떤 것이 두가지 법을 여의는 것일까?
안의 법과 밖의 법을 생각하지 말고 평등한 행을 할 것이니라.
어떤 것이 평등인가?
나라는 것도 평등하고 열반도 평등하니라.
어찌하여 공하다 하는가?
이름만 있으므로 공한 것이며,
그리하여 이 두가지 법이 확정한 성품이 없나니라.
이렇게 평등함을 얻게 되면
다른 병은 아무 것도 없고 공하다는 병만 있나니,
공하다는 병도 역시 공한 것이니라.
이 병 있는 보살이
받을 것이 없는 것으로 모든 받을 것을 받으며,
불법을 갖추지 못하였거든 받는 것을 없애고 증득을 취하지 않느니라.
설사 몸에 괴로움이 있더라도
나쁜 곳에 있는 중생들을 생각하여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며,
내가 이미 조복되었거든 마땅히 일체 중생도 조복하되,
그 병만 제할지언정 법은 제하지 말 것이며,
병의 근본을 끊기 위하여 교화하고 지도할 것이니다.
어떤 것을 병의 근본이라 하느냐?
반연함이 있는 것이니,
반연함이 있으면 병의 근본이 되나니다.
무엇이 반연할 것이냐?
삼계가 그것이며,
어떻게 반연을 끊느냐?
얻을 것이 없어야 하나니,
얻을 것이 없으면 반연이 없어지나이다.
어떤 것이 얻을 것이 없다고 하느냐?
두가지 소견을 여의는 것이며
무엇이 두가지 소견이냐?
안으로 보는 것과 밖으로 보는 것이니,
이것을 여의면 얻을 것이 없어지나이다.
문수사리님,
이것이 병 있는 보살이 마음을 조복하는 것이외다.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을 끊는 것이 보살의 도리니,
만일 그렇지 아니하면 아무리 행을 닦고 번뇌를 다스린다 하여도
지혜의 칼날이 날카롭지 못하나이다.
마치 원수를 이겨야 용맹하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이,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함께 끊는 이라야 보살이라 할 것이외다.
저 병 있는 보살이 또 이러한 생각을 하되,
나의 이 병은 참된 것도 아니고 있는 것도 아니므로
중생의 병도 참된 것도 아니고 있는 것도 아니라 할 것이며,
이렇게 관찰할 적에 중생들에게 대하여
애견대비(愛見大悲)를 일으키게 되면 곧 버려야 하나니,
왜냐하면 보살은 객진(客塵)번뇌를 끊고서 대비심을 일으키는 것이니다.
애견대비는 나고 죽는데 염증이 있는 것이므로,
만일 애견대비를 여의면 고달픈 생각이 없으며, 나는 곳마다 애견대비의 얽힘이 되지 아니하며
나는 곳마다 얽힘이 없어야 중생에게 법문을 말하여 얽힌 것을 풀어줄 수 있으니,
마치 부처님 말씀에
"스스로 얽힘이 있고는 남의 얽힌 것을 풀 수 없거니와
자기에게 얽힌 것이 없고서야 남의 얽힌 것을 풀어줄 수 있다."
하신 것과 같나이다.
그러므로 보살은 얽힘을 일으키지 말지어다.
어떤 것이 얽힘이며, 어떤 것이 풀림인가.
선의 맛에 집착하는 것은 보살의 얽힘이요, 방편으로 나는 것은 보살의 풀림이며,
또 방편이 없는 지혜는 얽힘이요, 방편이 있는 지혜는 풀림이며,
지혜가 없는 방편은 얽힘이요, 지혜가 있는 방편은 풀림이니다.
어찌하여 방편이 없는 지혜를 얽힘이라 하느냐?
보살이 애견하는 마음으로 불국토를 장엄하고 중생을 성취시키면서
공하고 모양이 없고 지음이 없는 법에서 스스로 극복하면,
이것이 방편이 없는 지혜를 얽힘이라는 것이니다.
어찌하여 방편이 있는 지혜를 풀림이라 하느냐?
애견의 마음으로 불국토를 장엄하거나 중생을 성취시키지 아니하고,
공하고 모양이 없고, 지음이 없는 법에서 스스로 조복하여 싫어하지 아니하면,
이것이 방편이 있는 지혜의 풀림이라는 것이니다.
어찌하여 지혜가 없는 방편을 얽힘이라고 하는가?
보살이 탐욕,성내는 것, 비뚠 소견 따위 모든 번뇌에 머물러서,
여러가지 공덕의 씨앗을 심으면,
이것이 지혜없는 방편의 얽힘이라는 것이니다.
어찌하여 지혜가 있는 방편을 풀림이라 하는가?
탐욕, 성내는 것, 비뚠 소견 따위 모든 번뇌를 여의고,
여러가지 공덕의 근본씨앗을 심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면
이것이 곧 지혜 있는 방편의 풀림이라는 것이니다.
문수사리여,
저 병 있는 보살이 이렇게 모든 법을 관할 것이니다.
또 이 몸이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나라고 할 것이 없다고 관하는 것은 지혜요,
몸은 비록 병이 났으나 항상 생사 중에 있어서 일체 중생을 이익케 하면서
게으른 생각을 내지 않는 것은 방편이며,
또 이 몸이 병을 여의지 못하고, 병은 몸을 여의지 못하여,
병과 몸이 새 것도 아니고 낡은 것도 아닌 줄을 관하는 것은 지혜요,
설사 이 몸에 병이 있더라도 영원히 열반에 들려 하지 않는 것은 방편이니
문수사리여,
병 있는 보살이 이렇게 마음을 조복할 것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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