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진암(識盡庵)/임승택교수님의 초기불교순례

52. 바른 언어(正語)

이르머꼬어리서근 2013. 6. 8. 10:36

 

바른 언어란 무엇인가.

 

팔정도의 세 번째 항목으로서 바르게 말하는 것을 가리킨다.

 

특히 도성제에 속한 이것은

사성제에 입각하여 바른 견해에 부합하는 언어를 구사하는 것을 일컫는다.

 

 

바른 언어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바른 언어란 무엇인가.

 

 1) 거짓말로부터 떠나는 것,

 2) 이간하는 말로부터 떠나는 것,

 3) 거친 말로부터 떠나는 것,

 4) 꾸며대는 말로부터 떠나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바른 언어라고 한다.(DN. II. 312).”

 

 

 


팔정도의 여덟 항목은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바른 견해바른 의도지혜(慧)에,

바른 언어바른 행위 그리고 바른 삶계율(戒)에,

바른 노력바른 마음지킴 그리고 바른 삼매선정(定)에 배대할 수 있다.

 

지혜의 영역에 속한 첫 두 항목이 갖추어 질 때 올바른 실천에 매진할 수 있다.

거기에서 바른 언어는 첫 번째 과제로 부각된다.

바른 언어란 단지 거짓말 따위를 하지 않는 소극적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이것은 진실만을 말하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언어란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도구이다. 따라서 이것은 반드시 타인과의 관계를 전제로 한다.

다시 말해 혼자서 살아가는 환경에 처해 있다면 굳이 언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바른 언어를 포함하는 팔정도의 실천은 혼자만의 고립된 수행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초기불교의 수행의 또 다른 면모를 엿보게 된다.

팔정도는 타인과의 관계 문제에서 개방적이다.

모든 인연을 끊고서 홀로 닦아나가는 그러한 수행이 아니다.

 

 

 


잘못된 언어를 삼가고 진실한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바른 지혜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경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바른 견해는 선행하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어떻게 바른 견해가 선행하는가?

 

 잘못된 언어를 잘못된 언어라고 알고,

 바른 언어를 바른 언어라고 안다

 그것이 바른 견해이다(MN. III. 73).”

 

 

이렇듯 팔정도의 항목들은 유기적인 연관성을 지니며,

특히 바른 견해는 모든 실천에서 전제되어야 할 기본이 된다.

여기에서 지혜 혹은 깨달음을 강조하는 불교의 특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된다.

 

 

 


바른 언어 또한 지혜의 성취 여부에 따라 두 가지 차원으로 나뉜다.

 

“비구들이여,

 바른 언어에 대해 나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비구들이여,

 공덕은 있으되 번뇌가 남아 집착의 결과가 따르는 바른 언어가 있다.

 

 또한 비구들이여,

 거룩하고 번뇌가 없는 출세간의 도의 요소에 해당하는 바른 언어가 있다(MN. III. 73-74).”

 

 

전자는 재가자를 비롯하여 아직 완전한 깨달음을 얻지 못한 사람들에게 해당된다.

반면에 후자는 멸성제 혹은 열반을 실현한 이들이 닦는 거룩한 언어이다.

 

 

 

 


대부분의 경우

거짓말이라든가 이간하는 말 혹은 거친 말 따위에는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언어는 스스로의 내면에 숨겨진 부정적 정서와 사고를 알아차리게 해주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바른 언어의 사용이 단순히 윤리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른 언어는 정신적 향상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바른 언어를 구사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바른 언어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부합한다.
이것은 내면의 세계와 외부적 환경의 일치를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바른 언어는 환상이나 허구가 아닌 현실의 세계에 발을 딛고 서게 하는 발판이 된다.

거룩한 바른 언어는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떠난 출세간의 경지에 속한다.

 

이와 같이 번뇌를 벗어난 언어는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료하는 묘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불화와 분열을 막고 지혜와 평화를 증장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