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의도란 무엇인가.
팔정도의 두 번째 항목으로서 마음을 올곧게 쓰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가끔 ‘바른 생각’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그러나 팔정도의 바른 의도란 일반적인 생각이나 사고와 구분되며,
바른 견해를 바탕으로 한 실천적 태도를 가리킨다.
따라서 이것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요구되는 의지 혹은 욕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한역에서는 이것을 바른 의지(正志)로 번역하기도 한다.
경전에서는 바른 의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바른 의도란 무엇인가.
감각적 쾌락으로부터 떠나려는 의도,
성내지 않으려는 의도,
해치지 않으려는 의도이다.
이것을 바른 의도라고 한다(DN. II. 312).”
이와 같이 바른 의도는 불건전한 마음과 대조를 이룬다.
불건전한 마음이 발생하면 일단 바른 견해와 지혜로써 그것의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
삿된 마음의 허구성을 통찰하면 거기에 매이지 않고 초연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는 볼 수 없다.
바른 의도로써 견해와 지혜에 부합하는 행위에 나서야만 한다.
옳고 그름에 대한 분명한 견해는 그 자체로서 행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우리는 이성적 존재인 동시에 감성적 존재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는 많은 부분 감성에 의존하여 살아간다.
때로는 관용과 아량으로 자신과 타인을 감쌀 필요도 있으며 적당한 선에서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한 경우 이성적·합리적 판단만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을 뛰어넘는 담대함과 따스함을 갖추어야 한다.
바로 거기에서 부각되는 것이 바른 의도이다.
감각적 쾌락에 대한 탐닉은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해로움을 끼친다.
지혜를 흐리게 하고 열반으로부터 멀어지도록 만든다.
이러한 사실을 분명히 인식했다면 감각적 쾌락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분명해 해야
한다. 이것이 없다면 쾌락에 이끌리는 상태를 종식시킬 수 없다.
바른 의도는 감각적 쾌락에 쏠린 마음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다.
스스로를 쾌락의 노예 상태로부터 분연히 떨쳐 일어나게 해준다.
성내는 마음과 해치려는 마음은 어떠한가.
이들은 주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폭력적 성향들은 불현듯이 터져 나와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다.
그리하여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주고 결국은 스스로에 대해서도 경직과 고립을 가져온다.
우리는 이러한 상태를 방지하기 위해 자애로운 마음을 길러야 한다.
자애로운 마음이란 모든 존재들이 잘 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는 이것을 통해 더욱 유연해진 마음으로 자신과 타인 모두를 행복으로 이끌 수 있다.
자애로운 마음은 자신과 타인을 동시에 보호한다. 다음의 경구가 그것을 말한다.
“비구들이여,
자기를 보호하면서 남을 보호하고,
남을 보호하면서 자기를 보호한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어떻게 자신을 보호하면서 남을 보호하는가.
익힘과 닦음을 많이 행하는 것에 의해서이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어떻게 남을 보호하면서 자신을 보호하는가.
인내와 비폭력과 자애와 연민의 마음에 의해서이다(SN. V. 169).”
이렇듯 타인을 향해 자애와 연민의 마음을 닦는 것은 결국 나 스스로를 위한 닦음이 될 수 있다.
팔정도의 바른 의도란 바른 견해를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최초의 바른 견해는 지혜를 닦는 것에 해당한다.
반면에 바른 의도는 자비를 닦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닦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어느 한쪽에 치우칠 경우 ‘무정한 사람’ 혹은 ‘어리석은 사람’으로 치부될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전제될 때 우리는 자신과 타인 모두를 위한 원만한 실천에 매진할 수 있다.
바른 의도는 바른 견해와 바른 행위를 잇는 중간적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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