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진암(識盡庵)/임승택교수님의 초기불교순례

39. 계율에 대한 가르침 - 내적 비난과 두려움으로부터의 지킴

이르머꼬어리서근 2013. 5. 15. 08:21

 

 

 

계율이란 무엇인가.

 

붓다의 제자로서 지켜야 할 생활규범을 가리킨다.

 

 

 

계율이라는 용어는 빨리어(Pāli) 계(戒, sīla)율(律, vinaya)을 함께 일컫는 복합어이다.

 

이들은 원래 별개의 쓰임을 지닌다.

일반적으로 계란 스스로 맹세하여 지키는 규칙을 의미하며,

율이란 승단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제정된 규약이다.

 

따라서 계는 자율적인 반면에 율은 타율적인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이들은 별개일 수 없다.

계와 율 모두는 각자의 여건 속에서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따라야 할 실천적 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붓다는 일정한 순서에 따라 가르침을 펼쳤다.

 

그는 먼저 보시에 관한 가르침(施論)을 펼쳤다.

그리하여 인색함과 옹졸함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 졌을 때

비로소 계율에 관한 가르침(戒論)으로 넘어갔다.

 

이때의 계율이란 일상을 살아가면서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항목들로 구성되며,

각자 스스로 맹세하여 따르겠다는 결의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결의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 그 사람의 인격을 다듬고 고양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계율은 스스로를 다스리기 위한 방책이 된다.

 

 

 


재가자가 지녀야 할 계율은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첫째, 생명을 빼앗는 행위로부터 물러나는 배움의 항목을 준수하겠습니다.

 둘째, 주지 않은 것을 취하는 행위로부터 물러나는 배움의 항목을 준수하겠습니다.

 셋째, 청정하지 못한 성적 행위로부터 물러나는 배움의 항목을 준수하겠습니다.

 넷째, 거짓된 말로부터 물러나는 배움의 항목을 준수하겠습니다.

 다섯 째, 곡주나 과일주 등에 취한 방일한 생활로부터 물러나는 배움의 항목을 준수하겠습니다.”

 

 

붓다는 이 오계(五戒)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선정(禪定)을 이룰 수 없고 또한 지혜도 계발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계율은 보시의 토대 위해서 지속적으로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는 방법이 된다.

 

특히 맨 처음 수행에 입문한 사람에게

계율의 준수는 그 자체로서 다른 사람을 위한 보시가 될 수 있다.

계율을 지키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위협하거나 어려움에 빠뜨리지 않는다.

이것은 자신과 타인 모두를 보호하여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따라서 붓다는 계율의 준수야말로 두려움과 증오를 가라앉힌다고 말한다.

보시와 계율의 실천은 최소한 인간 이하의 비천한 태생으로 윤회하는 것을 막아 줄 수 있다.

 

 

 


그러나 형식적인 계율의 준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스스로 올바르게 살아가려는 노력이다.

 

 

 

경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것을 해서는 안 된다’고 금하지는 않았지만,

 

 만일 이것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 때,

 그리고 이것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 때,

 

 그것을 범해서는 안 된다.

 

 

 

 또한

 '이것을 해서는 안 된다’고 금하지는 않았지만,

 

 만일 이것을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 때,

 그리고 이것을 하는 것을 금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 때,

 

 그것을 행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계율 이전에 바르게 살아가려는 태도와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율을 서약하는 데는 일정한 형식이 요구된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불(佛)·법(法)·승(僧)의 삼보에 대한 귀의문을 낭송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부처님을 귀의처로 삼겠습니다.

 가르침을 귀의처로 삼겠습니다.

 승가를 귀의처로 삼겠습니다.”

 

이것을 세 번 암송하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자신이 붓다의 제자임을 확인한다.

 

 

이러한 절차에 따라 지니게 되는 계율은

이전에 지은 악업을 파괴하고 인격을 정화하는 힘을 지니며 마음속에 깊이 뿌리를 내려

지속적으로 성장한다고 한다.

 

이후 계율 항목은 교단이 커지고 조직화됨에 따라 더욱 세분화된다.

 

 

 

재가자가 특정 기간에 지키는 8가지 계율(八齋戒),

사미승이 지켜야 할 10가지 계율(沙彌十戒),

비구와 비구니 승단을 위한 구족계(具足戒)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모든 계율 항목은 최초의 오계와 정신적인 뿌리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