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진암(識盡庵)/임승택교수님의 초기불교순례

38. 보시(布施)에 대한 가르침 - 깨달음으로의 첫 걸음

이르머꼬어리서근 2013. 5. 14. 13:18

 

보시(dāna)란 무엇인가.

 

 

베푸는 것을 말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이웃과 함께 나누거나 승가에 바치는 행위를 가리킨다.

 

보시는 남을 행복하게 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기쁘게 한다.

베풀 때 느끼는 즐거움은 그 자체로서 보시의 큰 공덕이 될 수 있다.

나눌 줄 아는 사람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다.

 

굶주림과 가난의 공포에 압도당하지 않으며 항상 주변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발휘한다.

이것은 보시로써 스스로를 길들인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또한 보시에는 좋은 결과가 뒤따른다.

이것은 현세에서 풍족한 삶으로 이끌어주고 내세의 행복을 보장한다.

 

 

 


붓다는 일정한 순서에 따라 가르침을 펼쳤다.

 

1) 보시에 관한 가르침(施論),

2) 계율에 관한 가르침(戒論),

3) 천상세계에 관한 가르침(生天論),

4) 사성제에 관한 가르침(四聖諦)

 

이 그것이다.

 

 

 

 

붓다는 처음 만난 사람을 지도할 때 이러한 순서를 지켰다.

 

우리는 보시를 통해 인색과 탐욕에서 벗어나게 된다.

보다 넓은 눈으로 자신과 주변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붓다는 이러한 내면의 조건을 갖추어 졌을 때 비로소 더 나은 수승한 가르침으로 나아갔다.

 

따라서 보시는 붓다의 가르침을 실현하기 위해 닦아야 할 첫 번째 덕목이 된다.

깨달음의 여정은 보시의 실천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고대 인도의 ‘우빠니샤드’ 경전에서는

욕심에 사로잡힌 사람은 죽음의 신(死神)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고 전한다.

 

“재물에 눈이 어두운 미혹한 이에게는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통로가 드러나지 않는다.

 

 이 세상이 있을 뿐 다른 세상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나의 지배 아래에 떨어질 것이다.”

 

욕심에 빠진 사람은 욕심 너머에 자리하는 평안의 경지를 알지 못한다.

스스로 재물의 노예가 되어 끊임없이 주변을 의심하고 경계하면서 불안에 빠진다.

인색한 사람에게는 가는 곳마다 굶주림과 목마름과 죽음의 공포가 기다린다.

 

 

 


한편 붓다는 보시를 통해 죽음마저 넘어설 수 있다고 가르친다.

 

“험한 길을 함께 가는 좋은 벗처럼

 조금 있어도 나눌 줄 아는 사람은

 죽는 자들 가운데서 죽지 않나니

 이것은 영원한 진리이다.”

 

 

 

 

이렇듯 보시의 공덕은 유한한 삶을 무한한 지평으로 확장시켜 줄 수 있다.

보시로 얻어진 넉넉한 마음은 다른 사람의 이익과 기쁨마저 자신의 것으로 누리게 한다.

 

“베푸는 것은 좋은 것이니

 조금 있어도 베푸는 것이 좋고

 또한 믿음으로 베푸는 것이 좋다.

 

 보시는 전쟁에서 이기는 것에 비유할 수 있으니

 조금 있어도 믿음으로 보시하면

 참으로 다른 사람의 이익에도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보시에는 여러 종류가 있을 수 있다.

 

음식을 베푸는 사람은 힘을 주는 사람이고,

 의복을 베푸는 사람은 아름다움을 주는 사람이고,

 탈 것을 베푸는 사람은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고,

 등불을 베푸는 사람은 밝은 눈을 주는 사람이고,

 살 집을 베푸는 사람모든 것을 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가르침을 베푸는 사람죽지 않음(不死)을 주는 사람이다.”

 

 

 

 

보시란 단순히 재물을 나누어주는 행위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는 각자 처한 여건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베풀 수 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곧 보시이다.

그 중에서도 최고는 가르침을 베푸는 것이다.

 

 

 


경전에서는 베푸는 자와 받는 자가 갖추어야 할 세 가지 덕목에 대해 언급한다.

 

베푸는 자

보시하기 전에 마음이 즐겁고,

보시할 때 마음이 깨끗하고,

보시한 뒤에도 마음이 흐뭇해야 한다.

 

한편 받는 자

탐냄을 여의었거나 탐냄을 다스리는 실천을 하며,

성냄을 여의었거나 성냄을 다스리는 실천을 하며,

어리석음을 여의었거나 어리석음을 다스리는 실천을 해야 한다.

 

 

이러한 덕목이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보시는 자신과 남 모두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보시는 주는 자와 받는 자 모두의 마음을 정화하여 깨달음의 세계에 이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