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진암(識盡庵)/임승택교수님의 초기불교순례

18. 힌두교와 불교

이르머꼬어리서근 2013. 3. 12. 17:58

 

힌두교란 어떤 종교인가.

 

흔히 인도(India, Hindu)에 뿌리를 둔 다양한 신앙 형태의 복합체로 설명한다.

불교 또한 인도에서 출현하였다. 따라서 넓은 의미로 불교를 힌두교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일부 힌두교 추종자들은

붓다를 힌두교의 최고신인 비슈누(Viṣṇu)의 화신(化身)으로 믿는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힌두교의 범위는 고대 바라문의 경전인 ‘베다’의 권위를 인정하고

 그 가르침에 따르고자 하는 종교적 신념들에 한정된다.


따라서 불교라든가 자이나교와 같이 ‘베다’와 다른 독자적인 실천의 길을 모색해 온 종교들은 인도에서 발생했지만 힌두교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힌두교는 고대 바라문교와 구분되는 몇 가지 특징을 지닌다.

 

힌두교가 바라문교에서 유래했고 또한 ‘베다’를 최고의 가르침으로 받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바라문교는 아리안(Āryans)이라는 특정한 종족이 다른 종족들의 종교와 문화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발생시킨 신앙 체계이다.

 

반면에 힌두교는 바라문교에 바탕을 두지만 다른 여러 종족의 토착 신앙을 수용하면서 형성된 종교이다. 일반적으로 힌두교는 굽타(Gupta) 왕조의 성립(A.D. 320년)을 기점으로 한다.

 

그 시기의 인도는 불교가 크게 발흥해 있었으며,

그로 인해 바라문교 내부에서는 스스로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바라문교를 모태로 하는 힌두교는 기본적으로 다신교(多神敎)이다.

 

힌두교의 신봉자들은 보통 그가 태어난 가계에서 대대로 믿어온 가정의 신이나 혹은 그들 스스로가 선택한 신을 믿는다.

 

이러한 힌두교의 신앙적 특징은 다양한 구원의 길을 인정한 데에 있다.

힌두교에서는 어느 하나의 교리적 원칙만을 고집하여 다른 사상을 이단으로 몰지 않는다.

또한 힌두교는 다신교적인 색채가 강하지만 그 내부에는 일신교(一神敎)적 성향이 잠재해 있다.

힌두교에는 다양한 신들의 배후에 최고신의 신 혹은 하나의 단일한 신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강하게 깔려 있다.

 

 

 


이것은 브라흐만(Brahman), 비슈누(Viṣṇu), 쉬바(Śiva)라는 삼신(三神) 일체설에서 잘 나타난다. 최고의 실재인 브라흐만은 창조자로, 비슈누는 유지자로, 그리고 쉬바는 파괴의 신으로 신봉된다. 이들은 단일한 신의 세 측면으로 해석되어 왔다.

 

이러한 관념은 하나의 신이 다양한 신격이나 인물·동물 등으로 나타난다는 인도인 고유의 화신사상(化身思想)과 결부되어 있다. 이와 같이 하나의 신이 다양한 모습으로 그 자신을 드러낸다는 화신사상은 여러 부족 혹은 다른 계급의 신들이 서로 융합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

 

 

 


후대의 대승불교에 등장한 화신불(化身佛) 관념이라든가,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을 지닌

관세음보살 등은 이러한 화신사상의 불교적 수용 결과이다. 화신사상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여러 종교들이 서로 화합할 수 있다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기도 한다.

 

예컨대 라다끄리쉬난(Rādhākrishnan)과 같은 사상가는 힌두교의 포용적 가르침에 기초하여 세계의 모든 종교를 하나로 통섭하는 보편종교(Universal Religion)를 언급하기도 한다.

 

그에 따르면 다양한 양상으로 드러난 모든 종교의 가르침은 결국 하나로 회통될 수 있다.

걷고 있는 길은 다르지만 궁극의 목적지는 같다는 것이다.

 

 

 


붓다 당시 힌두교는 아직 출현하지 않았다.

따라서 초기불교와 힌두교의 직접적인 대비는 곤란하다.

 

특히 힌두교의 화신사상은 대승불교의 가르침에 편입되어 우리에게 그다지 낯설지 않다.

그러나 통합적인 시각만을 강조하는 힌두교의 가르침은

개개의 사물이 지닌 독자성과 차별성을 간과한다는 취약점이 지적되곤 한다.

 

나아가 다신교, 일신교, 제식주의, 금욕주의 등이 혼재한 신앙형태는

미신적인 관습들을 원칙 없이 수용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비판된다.

 

 

 

 

더욱이 바라문이라는 성직자 계급을 정점으로 하는 전래의 계급제도를 용인하면서, 오래도록 피지배 계급에 대한 차별에 앞장서 왔다는 사실은 힌두교가 안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고려할 때 초기불교와 힌두교 사이의 간극은 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