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애(愛)란 무엇인가.
- 무명으로부터 시작되는 십이연기의 지분들 가운데 8번째에 해당하는 항목이다.
- 갈애는 집착(取)의 조건이 되며 또한 자체적으로는 느낌(受)을 조건으로 발생한다.
- 갈애란 타는 목마름으로 물을 구하듯 특정한 대상에 온통 쏠려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 이것으로 인해 집착에 빠져 온갖 실존의 괴로움을 걸머지게 된다.
- “갈애를 기르는 자들은 집착의 대상을 기르는 자들이고,
- 집착의 대상을 기르는 자들은 괴로움을 기르는 자들이며,
- 괴로움을 기르는 자들은
- 태어남과 늙음·죽음,
- 슬픔·비탄·괴로움·불쾌·번민 따위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SN. II. 109).”
갈애는 눈·귀·코 따위의 여섯 감관을 통해 발생한다.
“갈애에는 6가지가 있다.
1) 보이는 것에 대한 갈애,
2) 소리에 대한 갈애,
3) 냄새에 대한 갈애,
4) 맛에 대한 갈애,
5) 감촉에 대한 갈애,
6) 마음현상에 대한 갈애이다(SN. II. 3).”
이렇듯 갈애는 감관에 따라 여섯으로 분류된다.
이와 관련하여 거북이의 사지를 노리는 재칼의 비유가 있다.
“이 거북이가 사지와 목 가운데 어느 하나를 내밀면
바로 그것을 붙잡아 끄집어내 먹어야지.… (SN. IV. 178).”
이렇듯 여섯 감관을 통해 갈애에 붙잡히는 순간 괴로움의 나락에 떨어지게 된다.
갈애는 십이연기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교리적 가르침에서도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
특히 이것은 사성제(四聖諦)에서 괴로움의 원인(集聖諦)으로 직접 거론되며,
1) 감각적 욕망에 대한 갈애(慾愛),
2) 있음에 대한 갈애(有愛),
3) 있지 않음에 대한 갈애(非有愛) 등으로 다시 분류된다(SN. V. 421).
사성제에 대해 십이연기가 지니는 차별성은 바로 그것이 무명에서부터 느낌(受)에 이르는 연쇄적 조건들을 통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힌다는 점이다. 또한 집착(取)과 있음(有) 따위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감각적 욕망에 대한 갈애’란 생리적 욕구와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예컨대 식욕(食慾)이라든가 성욕(性慾) 따위가 그것이다.
물론 적절한 생리적 욕구는 삶을 건강하게 유지시켜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건전한 생리적 욕구에 갈애의 불길이 옮겨 붙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욕망의 불구덩이에 빠져 통제 불능의 상황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감각적 욕망에 대한 갈애’의 종착점은 ‘권태’ 혹은 ‘절망’이다.
십이연기의 마지막 지분에 해당하는 늙음·죽음은 바로 그러한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있음에 대한 갈애’와 ‘있지 않음에 대한 갈애’는 견해(見)의 문제와 관련된다.
전자는 죽고 난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무엇에 대한 견해(常住論)와 연관되어 있다.
후자는 죽고 나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허무주의적 견해(斷滅論)와 맞닿아 있다.
이들은 현재의 자기를 영속화하려는 심리를 반영하거나
혹은 현실의 불만에 대한 자포자기적 경향과 통해 있다.
이들 두 가지로 대변되는 ‘견해에 대한 갈애’는 인류사를 통해
끊임없이 다툼·싸움·논쟁·상호비방·중상모략·거짓말 따위를 조장해 왔다(Sn. 862~877게송).
그렇다면 갈애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앞서 6가지 분류에서 보았듯이
갈애란 눈·귀·코·혀·몸·마음으로 와 닿는 현상들에 대해
즐겁거나 기분 좋은 것으로 간주하여 탐닉할 때 생겨난다.
당연히 갈애를 제거하는 방법은 이와 다르게 관찰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든
세상에서 즐겁고 기분 좋은 것을
1) 무상(無常)하다고 보고,
2) 괴로움(苦)으로 보고,
3) 무아(無我)라고 보고,
4) 질병과 같은 것으로 보고,
5) 두려움으로 본다면
그들은 갈애를 제거한다(SN. II. 1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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