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진암(識盡庵)/임승택교수님의 초기불교순례

67. 다섯 기능 (五根) - 정신적 향상 가져오는 5가지 심리적 기능들

이르머꼬어리서근 2013. 6. 8. 15:25

 

다섯 기능(五根, pañca-indriyāni)이란 무엇인가.

 

정신적인 향상을 가져오는 5가지 심리적 기능을 가리킨다.

 

 

원래의 말인 빨리어(Pāli) 인드리야(indriya)

막강한 지배력을 지닌 하늘의 신 인드라(帝釋天, indra)에서 유래한다.

인드라처럼 다섯 기능은 바른 실천에 전념하는 사람들에게 최상의 행복을가져다주는 능력을

지닌다.

 

1) 믿음(信),

2) 노력(精進),

3) 마음지킴(念),

4) 삼매(定),

5) 지혜(慧)

 

등이 그것이다.

 

 

이들을 통해

 

1) 불신(不信),

2) 게으름(懈怠),

3) 부주의(放逸),

4) 들뜸(棹擧),

5) 어리석음(無明)

 

따위를 가라앉힐 수 있고,

종국에는 모든 번뇌를 제거하여 닦음의 완성에 이르게 된다(Ps. II. 1).

 

 

 


초기불교의 사념처(四念處)는 몸·느낌·마음·법에 대한 마음지킴과 그것을 통해 이루어지는 통찰의 내용을 망라한다. 이것은 명상의 와중에 주시해야 할 대상들과 그것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깨달음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프로그램화 해놓은 것이다.

 

러나 사념처 관련 경전들에서는

이것을 실천하는 와중에 지녀야 할 내면의 심리적 기능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

 

바로 이 부분을 별도의 가르침으로 드러낸 것이 다섯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잘 계발하고 활용하면 사념처 명상을 원만하게 성숙시킬 수 있다.

 

 

 


첫 번째 기능인 믿음이란 수행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이다.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는 믿음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불(佛)·법(法)·승(僧)의 삼보(三寶)를 믿고서 그것을 지표로 삼아 따라가야 한다.

 

우리는 믿음을 통해 의심에 찌든 마음을 가라앉혀 실천의 여정에 과감히 뛰어들게 된다.

 

 

 

두 번째의 노력은 믿음을 바탕으로 꿋꿋하게 수행에 매진하는 것을 말한다.

해로운 마음이 생겨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로운 마음이 생겨나도록 하기 위해,

이미 생겨난 이로운 마음에 대해서는 더욱 충만히 하기 위해 꾸준히 힘쓰는 것이 노력이다

(Ps. II. 15쪽).

 

 


세 번째의 마음지킴이란 사념처 자체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것은 매순간 깨어있는 마음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며,

몸이나 느낌 따위에 대한 통찰을 진행해 나가는 실제 원리이다.

 

지속적인 마음지킴을 통해 내면의 동요를 가라앉히고

사물의 본성을 꿰뚫는 지혜를 발현시키게 된다.

 

 

 

네 번째의 삼매

마음지킴을 통해 얻게 되는 고요함과 평온의 경지를 가리킨다.

 

 

 

마지막의 지혜

삼매로 얻어진 안정된 마음을 통해 사물의 본성을 꿰뚫어 아는 것을 말한다.

 

 

 

 


이상의 다섯 기능은 수행의 진척에 따라 차례로 계발시켜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그 이후로는 균형과 조화에 힘을 써야 한다.

 

예컨대

믿음은 지혜와 균형을 이루어야 하고,

삼매는 노력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지혜가 수반되지 않는 믿음은 맹목으로 흐르기 쉽고,

믿음이 없는 지혜는 교만으로 이어진다.

 

또한 삼매가 수반되지 않는 노력은 들뜸으로 이어질 수 있고,

노력 없는 삼매는 무기력에 떨어지기 쉽다.

 

한편 마음지킴은 이상의 4가지를 원활하게 해주는 동시에 이들 모두의 조화를 돕는다.

이것은 천칭저울에 비유될 수 있다. 마음지킴은 다른 기능들을 떠받치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는가를 알게 해주는 눈금 역할을 한다.

 

 

 


사실 믿음만을 강조하다보면 지혜를 등한시하기 쉽고,

지혜만을 중요시하다보면 믿음을 잃기 십상이다.

 

또한 노력만을 앞세우다 보면 격앙되기 쉽고,

안정만을 강조하다보면 침체될 위험이 있다.

 

어리석은 믿음도 문제이지만

교만한 지혜 또한 스스로를 망치는 원인이 된다.

 

이것은 깨달음의 여정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의 삶에서도 유념해야 할 교훈이다.

 

이렇듯 초기불교에서는 조화롭고 균형 잡힌 실천·수행을 가르친다.

다섯 기능의 균형이라는 원리를 터득할 때 사념처 명상은 굳건히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