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진암(識盡庵)/마음의 다함

시간에 대한 고찰 (1): 겁(劫, kappa)에 대하여

이르머꼬어리서근 2015. 10. 9. 20:51

 

 

겁(劫)이라는 말의 팔리어는 '캅파(kappa)'이다.

 

팔리 「붓다왐사」 자료에는 '캅페 처 사타사하, 차투로 처 아상키예 ······ ' 등의 표현이 나온다.

이는 '4아승지 10만 겁'이라는 뜻이다.

 

 

겁의 길이는

햇 수로 계산할 수 없어 단지 비유로 유추할 뿐이다.

 

예를 들어 길이, 넓이, 높이가 각각 1요자나(* 1요자나는 7마일 정도, 1마일은 1.6km 정도이므로

11km남짓이다)씩 되는 큰 곡물 창고가 있는데, 그 속이 가녀린 겨자씨로 가득 차 있다고 하자.

 

누군가 100년마다 그 창고에서 겨자씨를 하나씩 꺼내 밖으로 다 끄집어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의 시간으로도 겁의 길이를 다할 수는 없다.

 

이런 비유로부터 겁의 길이가 지극히 긴 것을 유추할 수 있다.

 

 

 

1. 겁의 구분

 

겁에는 다음처럼 6가지가 있다.

 

1] 대겁(大劫, Maha-kappa)

2] 아승지겁(Asankheyya-kappa)

3] 간겁(間劫, Antara-kappa)

 

4] 명겁(命劫, Ayu-kappa)

5] 감겁(減劫, Hiyana-kappa)

6] 증겁(增劫, Vaddhana-kappa)

 

 

 

 

1] 대겁(大劫, Maha-kappa)

 

■ 대겁과 아승지겁의 관계

 

먼저 대겁은 4아승지겁으로 되어 있다.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1) 해소(解消)되는 과정의 겁(상왓타 캅파)

2) 해소된 상태로 머무는 겁

3) 부푸는 과정의 겁(위왓타 캅파)

5) 부푼 상태로 머무는 겁

 

각각 1아승지겁씩 걸리므로 모두 합치면 4아승지겁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이것을 1대겁이라 한다.

 

 

 

■ 해소되는 과정의 겁

 

4아승지겁 가운데 '해소되는 과정의 겁'은 큰 비가 내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 큰 비는 하나의 겁이 해소되는 것을 말해준다.

 

겁이 해소되는 것에는 , , 바람에 따른 3가지가 있다.

 

불에 의해서 해소될 때는 화염이 사라질 때까지,

물에 의해서 사라질 때는 물줄기가 사라질 때까지,

바람에 의해서 자라질 때는 폭풍이 사라질 때까지

 

해소되는 과정의 겁이다.

 

 

 

■ 해소된 상태로 머무는 겁

 

'해소된 상태로 머무는 겁'이란

 

불이나 물 또는 바람에 의해 우주가 해소된 순간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우주가 부푸는 것을 알려주는 큰 비가 내릴 때까지의 기간이다.

 

 

 

■ 부푸는 과정의 겁

 

'부푸는 과정의 겁'이란

 

우주가 부푸는 것을 알려주는 큰 비가 내릴 때부터

새로운 우주가 부풀어 해, 달, 별, 혹성이 나타날 때까지의 기간이다.

 

 

 

■ 부푼 상태로 머무는 겁

 

'부푸는 상태로 머무는 겁'이란

 

해, 달, 별, 혹성이 나타난 때로부터

한 우주의 해소을 알려주는 큰 비가 내릴 때까지의 기간이다.

 

 

 

 

따라서 겁의 해소를 알려주는 큰 비에는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어떤 겁에서든 불이나 물, 바람에 의해 우주의 해소가 가까워졌을 때 내리는 큰 비이다.

 

먼저 해소될 우주 전체에 큰 빗줄기가 퍼붓는다.

그때 사람들은 내리는 비를 고마와하며 농사를 짓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축을 먹일 만큼 식물들이 충분히 자랐을 때 그 비는 멈춘다.

이것이 겁의 해소를 알려주는 큰 비이다.

 

다른 하나는 겁이 물에 의해 해소되려 할 때 내리는 큰 비이다.

이것은 일반적인 비가 아니고 대단히 예외적인 것으로, 바위산도 조각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여기서 언급한 4아승지겁은 각각 똑같은 갈이를 지니며 햇수로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겁의 이름을 아승지라고 한 것이다.

아승지겁이란 바로 헤아릴 수 없는 길이의 겁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2] 감겁, 증겁, 간겁

 

부푼 상태로 머무는 아승지겁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살게 되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남에 따라,

그들에게는 정신적인 번뇌인 탐욕과 분노 등이 늘어갔고,

따라서 점점 수명이 줄어들어 심지어는 10살에 죽게되는 경우에 이르렀다.

 

이렇게 수명이 축소되는 기간감겁이라고 한다.

 

 

 

반대로 자비심과 같은 마음으로 건전하고 선한 일들을 지음에 따라

후대인의 수명은 차례차례 2배씩 늘어나 다시 헤아릴 수 없는 나이에 이르게 된다.

 

10살부터 시작해 헤아릴 수 없는 나이에 이르는 수명 증가의 기간을 증겁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중생의 수명은

선업을 지어 헤아릴 수 없는 수명에 이르게 되고, 악업을 지어 10세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수명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한 짝의 기간을 간겁이라고 한다.

 

 

 

 

3] 3가지 간겁

 

이 우주의 시작에 벌어지는 첫 번째 감겁 시기에,

사람들의 수명은 헤아릴 수 없는 나이에서 결국 10세의 나이로 줄어든다.

 

그리고 이때 겁의 변화가 일어나다.

 

 

 

그런데 수명이 줄어든 주된 이유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탐욕이라면,

그때 세상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 그 감겁의 마지막 7일 동안 악인들이 모두 사라지게 죈다.

이처럼 탐욕에 의한 배고픔으로 수명이 줄기까지의 간겁을 '기근의 겁'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수명이 줄어든 이유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우둔함이라면,

그때 세상에는 질병이 만연하게 되어

악인들은 그 감겁의 마지막 7일 동안 모두 사라지게 된다.

이처럼 우둔함에 의한 질병으로 수명이 줄기까지의 간겁을 '질병의 겁'이라고 한다.

 

 

그리고 수명이 줄어든 주된 이유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증오심이라면,

그때 세상애는 무기를 가지고 서로를 죽이는 일이 만연하게 되어

모든 악인들은 그 감겁의 마지막 7일 동안 사라지게 된다.

이처럼 증오심에 의한 살인으로 수명이 줄기까지의 간겁을 '칼의 겁'이라고 한다.

 

 

 

 

수명의 길이가 늘었다가 줄어드는 한 짝을 간겁이라 명명한 이유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부푼 상태로 머무는 아승지겁이 끝나기 전에,

다시 말해 모든 것이 불이나 물, 바람에 의해 해소되기 전에(해소되는 과정의 겁이 시작되기 전에), 수명의 길이가 10살이 될 때는 언제나 모든 악인들이 기근, 질병, 칼 때문에 사라진다.

 

그 시기는 언제나 한 시기의 완전한 붕괴와 다른 시기(의 새로운 시작)의 가운데 위치하므로,

늘었다가 줄어드는 한 짝의 겁을 간겁이라고 한 것이다.

 

 

 

각 간겁의 최후 7일간 벌어지는 재난에 따라서, 비록 그것이 전 지역에 걸친 것이 아니라

한 마을, 한 도시와 같이 제한된 지역에서 벌어졌다 하더라도, 질병의 간겁, 칼의 간겁,

기근의 간겁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질병이 만연하게 되면 우리는 그 지역에 질병의 간겁이 있다고 말하고,

전쟁이 벌어지면 그 지역에 칼의 간겁이 잇다고 말하며, 기근이 있게 되면 그 지역에 기근의 간겁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것은 단지 상징적인 것일 뿐이다. 그 지역에 국한된

사건이 우주적인 것에 비유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 기도할 때 '3가지 겁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대개 이 3가지의

거대한 재앙을 언급하는 것이다.

 

 

 

64간겁(각 간겁은 증겁과 감겁의 짝으로 이루어져 있다.)이 모두 지나갔을 때

부푼 상태로 머무는 아승지겁이 끝나게 된다.

 

그 뒤에는 해소되는 과정의 아승지겁해소된 상태로 머무는 아승지겁,

부푸는 과정의 아승지겁이어지는데,

 

이 겁들에는 인간계든 천상이든 중생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증겁과 감겁의 짝으로 이루어진 상태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부푼 상태로 머무는 겁과 똑같이 그 겁들도 간겁으로 환산할 때 64간겁씩 지속된다.

 

 

 

 

4] 명겁

 

명겁각 시대의 수명의 길이에 따른 기간을 의미한다.

 

만약 그 시대의 수명이 100살에 이르면 100년이 명겁이고,

수명이 1천살에 이르면 1천년이 명겁이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잇다.

"아난다여, 나는 4신족(四神足)을 완전히 수습했노라.

 따라서 내가 원하기면 한다면 1겁 또는 그 이상을 살 수 있느니라."

 

이때의 겁을 명겁이라 이해해야 할 것이다.

명겁은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수명이기 때문이다.

 

「앙굿따라니까야」 주석서 8법부에서는 1겁 또는 1겁 이상을 살 수 있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이렇게 이해한다. 부처님은 원하기만 한다면 100년 또는 그보다 더 오래 살 수 있음을 말한 것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마하시와(Mahasiva) 장로

'명겁은 현겁(賢劫)으로 불리는 대겁을 지칭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부처님으로서의 마지막 삶에 재생하게 하는 업은 수명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연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팔리문헌에는 '아유 팔라카 팔라 사맙파티', 다시 말해 '장수(長壽)의 결과를 성취하게 하는 등지(等至)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이 등지가 수명의 결합작용(Ayu-sankhara)이라는

생명 유지의 과정을 조절하고 통제하여 장수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하시와 장로의 견해는 주석가들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율장 중 「출라왁가」의 '파화합승부(破和合僧部, Sangha-bhedaka-kkhandhaka)'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승단의 분열을 일으킨 자는 지속적으로 괴로움만 겪는 지옥에 재생하여,

 그곳에서 1겁 동안 괴로워하게 된다.'

 

이 진술에 대해 주석서는 '그 검은 가장 극심한 자옥세계인 아비지옥에서의 수명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율장에 복주석서로서 방대한 양의 「테라사칸다티카」에 의하면

아비지옥 중생의 수명은 1대겁의 1/80과 같다고 한다.

또한 그 1/80이라는 세월은 아비지옥 중생의 1간겁에 해당한다고 특별히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아비지옥 중생의 계산법에 의하면 1대겁은 80간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1대겁은 4아승지겁으로 되어 있고, 1아승지겁은 64간겁으로 되어 있음을 상기하자.

 

그렇다면 인간의 계산법으로 할 때, 1대겁은 256간겁에 해당하는 것이 된다.

256을 80으로 나누면 3과 1/5이 된다.

따라서 인간 세계의 3과 1/5간겁이 아비지옥 중생의 1간겁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보면 1아승지겁은 인간세계에서는 64간겁이지만

아비지옥 중생에게는 20간겁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어떤 팔리 분헌들에서 1아승지겁은 64간겁 혹은 20간겁을 포함한다고 해도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두 숫자의 차이는 단지 계산 방법의 차이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의 64간겁과 지옥의 20간겁은 똑같은 시간암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주의할 만한 것은 「위방가」의 주석서인 「삼모하위노다니」의 진술이다.

지분별의 논술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승단의 분열을 야기하는 파화합승의 죄업만이 괴로움을 겪게 한다.

 그 괴로움은 겁 전체를 통해 겪게 된다, 이런 죄업을 지어 겁의 시작 때나 중간에 아비지옥에

 재생한 자는 오직 그 겁이 해소될 때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만일 누군가 오늘 그 지옥에 재생했는데 내일 그 지옥의 겁이 해소된다면

 그는 단 하루만 괴로움을 겪고 내알은 자유로와 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될 가능성은 없다.'

 

이 논술과 관련해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파화합승의 죄업은 대겁의 차원에서 겁 전체 기간 동안 지옥에 머물게 한다.

 그 겁이 해소될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그런데 '겁 동안을 머문다.'는 표현에 대해 「위방가」의 주석서는 단지 겁에 대한 일반적인 의미만을 놓고 주석한다. 즉 '겁 동안 머문다.'는 표현이 특히 '대겁 동안 머문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율장의 「출라왁가」 중 한 게송은

'승단의 화합을 부순 자는 겁 동안 내내 지옥 지옥에서 괴로원한다.'고 단순하게 표현한다,

그러므로 여기서의 겁은 명겁으로 이해해야지 대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카카왓투」의 주석서 열세 번째 절에서 그 게송의 겁이 아비지옥의 명겁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것은 대겁의 1/80에 해당한다고 말하고 있다.

 

 

 

5] 대겁의 분류

 

대겁은 2가지로 나뉜다.

공겁(空劫, Sunna-kappa)불공겁(不空劫, Asunna-kappa)이다.

 

부처님이 출현하지 않은 겁이 공겁인데,

부처님이 존재하지 않아 비어있는 겁이라는 뜻이다.

 

그라고 부처님이 출현하는 겁이 불공겁으로,

부처님이 존재함으로 비어 있지 않은 겁이라는 뜻이다.

 

 

 

공겁에는 부처님의 출현은 없지만

벽지불과 우주적인 제왕인 전륜성왕이 나타날 수 있음

「아파다나」제1품에 나오는 「우팔리테라숫타」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우팔리테라숫타」와 그 주석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안자사'왕의 아들 '캇티야' 왕자가 지금의 겁보다 2겁 앞선 시기에 공원에서 쉬다 물러나면서

데윌라(Devila)라는 벽지불에게 잘못을 저질렀다. 그런데 어떤 문헌을 보아도 그 겁에 부처님이

출현했다는 언급은 없다.

 

「아파다나」의 「밧다지테라숫타」에 대한 주석을 보면, 그 장로가 500명의 벽지불에게 보시하는

이야가가 나오는데, 그것이 모두 바로 공겁에서의 일이다.

 

이 문헌들을 통해 벽지불은 모두 공겁에 출현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여기에 더해 「아파다나」의 「쿠수마사니야테라숫타」에는 '미래에 쿠수마사니야 장로가 된

인물이 지금보다 바로 앞선 겁에 와라다씨라는 전륜왕으로 재생했다.'는 내용이 있다.

 

그리고 같은 문헌의 「티나산타라테라숫타」는 '미래에 티나산타라 장로가 될 인물이 지금보다

2겁 앞선 시기에 미가삼마타 전륜성왕으로 재생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모든 것들이 어떤 공겁에도 전륜성왕이 출현할 수 있음을 제시하는 자료들인 셈이다.

 

 

 

부처님이 출현하는 불공겁은 다음처럼 5가지로 나뉜다.

 

1) 사라(Sara) 겁: 한 분의 부처님이 출현하는 겁을 사라 겁이라고 한다.

2) 만다(Manda) 겁: 두 분의 부처님이 출현하는 겁을 만다 겁이라고 한다,

3) 와라 겁(Vara) 겁: 세 분의 부처님이 출현하는 겁을 와라 겁이라고 한다.

4) 사라만다 겁(Saramanda) 겁: 네 분의 부처임이 출현하는 겁을 사라만다 겁이라고 한다.

5) 밧다(Bhadda) 겁: 다섯 분의 부처님이 출현하는 겁을 밧다 겁이라고 한다.

 

 

바라문 수메다모두 네 분의 부처님이 출현하는 겁에 살았기 때문에 사라만다 겁에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메다는 디팡카라 부처님이 출현하기 전과,

탄항카라, 메당카라, 사라낭카라라는 세 분의 출현한 뒤 아마라와티 시에 나타난 것이다.

 

 

 

 

                                                          * 출처: 대불전경(大佛傳經) - 마하붓다왐사 - 본생부 제1권

                                                             저자: 밍군 사야도

                                                             역자: 최봉수

                                                             출판사: 주)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