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진암(識盡庵)/마음의 다함

예전에 이 마음은 쾌락을 따라 헤매었다.

이르머꼬어리서근 2012. 10. 9. 17:03

 

 

[법구경 게송 326 사누 사마네라 이야기]

 

 

 예전에 이 마음은

 좋아하는 대로 원하는 대로

 쾌락을 따라 헤매었다.

 

 그러나 이제 나도 내 마음을 다잡으리

 갈구리를 쥔 코끼리 조련사가 발정기의 코끼리를 다루듯 하리

 

 

 


 어느 때 사마네라 사누는 나이 많은 빅쿠들에 의해서

 급히 법상에 올라가 게송을 대신 독송한 일이 있었다.

 

 그는 유창하게 게송을 독송하고 나서

 자기가 부처님의 성스러운 게송을 독송한 공덕을

 과거와 현재의 자기의 모든 부모님들께 회향한다고 말했다.

 

 

 

 이때 사누의 전생 어머니는 죽어서 귀신이 되어 있다가

 자기 아들이 공덕을 자기에게 회향하는 것을 알고 매우 기뻐서 이렇게 소리쳤다.   


“내 아들아, 네가 지은 공덕을 나에게 회향하다니 참으로 기쁘구나!

 장한 아들아, 참으로 잘했다.”


 그녀는 전생의 아들의 공덕 때문에 다른 귀신들로부터 존경을 받았고,

 천상의 신들이 모인 자리에 가서도 상좌에 앉을 수 있었다.

 

 


 그 사마네라 사누가 나이가 찼을 때, 그는

 이제 빅쿠가 될 것을 결심해야했지만 세속으로 돌아가 살고 싶을 뿐

 빅쿠가 되고 싶은 마음은 별로 들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머리를 기른 다음 때 묻고 해진 옷을 입고 집으로 돌아가

 자기 어머니(금생의)에게 자기는 빅쿠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세속 옷을 달라고 청했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빅쿠가 상가에서 돌아온 것을 안타깝게 여기며

 아들에게 계속 빅쿠 생활을 하라고 권했다.

 

 그러나 아들의 뜻은 이미 굳어진 뒤여서 어머니의 설득도 소용이 없었다.

 

 아들의 결심을 안 어머니는 그렇다면 배도 고프고 할 테니

 우선 몸을 씻고 음식을 먹은 뒤에 옷을 갈아입으라고 말하고,

 곧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때 사누의 전생 어머니인 귀신은

 사누가 빅쿠 생활을 그만두고 세속으로 돌아가게 되면

 자기의 입장이 난처하게 되어 여러 동료들에게 부끄러우리라 생각하여

 사누가 세속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귀신은 사누의 몸으로 들어갔다.

 


 방에서 어머니가 준비해 올 음식을 기다리던 사누는

 갑자기 방바닥을 뒹굴면서 입에서 거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는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질렀고, 고개를 앞뒤로 돌리며 눈동자를 쉴 새 없이 굴리는 것이었다.


 이 놀라운 광경을 본 어머니는 이웃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이웃 사람들은 사누에게 귀신이 들었다며

 귀신을 쫓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써 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이때 귀신은 여러 사람이 모여들어 사누의 흉측한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사누의 입을 벌려

 

 

“사마네라 사누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부처님의 빅쿠 상가를 떠나 세속인이 되려 하고 있소!

 만약 사누가 그같이 행동한다면 그는 모든 둑카(고통)를 끝내 벗어나지 못할 것이오!” 

 

 하고 외치고 나서 사누의 몸에서 나갔다.

 

 


 정신을 차린 사누는 자기 주위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그에게 기억나는 것은 자기가 방 안에서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뿐이었다.


 사누의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그동안 아들에게 일어났던 일을 모두 말해 주었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네가 빅쿠 상가를 떠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그러면 너는 죽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어머니로부터 엄청난 이야기를 듣고 나서 사누는 그제서야 자기의 생각이 어리석었음을 알고

 어머니로부터 까사 한 조를 받아 수도원으로 돌아가 빅쿠가 되었다.

 

 


 빅쿠가 된 뒤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인사를 올리고

 자기가 지난날 잘못 생각하여 과오를 저지를 뻔했다는 것을 말씀드렸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사누에게 자기의 마음을 억제하고 다스리는 길을 가르쳐 주시기 위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었다.

 

  


여래의 아들이여,

 감각적 욕망을 추구하며

 방황하는 마음을 잘 억제하여 다스리지 못하는 자는 

 항상 둑카 속에 살게 되어 행복을 찾지 못하느니라.

 

 그러므로 너는

 마하웃(코끼리 조련사)이 코끼리를 잘 다루듯이

 네 마음을 잘 억제하고 다스릴지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326.


"지난 과거 네 마음은 정처 없이 방황하며

 좋은 것을 따라가 그를 즐겼었다.

 

 자, 이제는 네 마음을 현명하게 다스려라.


 마치 조련사가 발정한 코끼리를

 뽀족한 쇠끝으로 다스리듯이."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사누 빅쿠는 네 가지의 성스러운 진리를 깨달았고,

 머지 않아 아라핫따 팔라를 성취하였다.

 

 

 

 

 


                                                                                * 출처 : 법구경. 거해스님 편역. 고려원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