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識)이란 무엇인가.
오온의 다섯 번째 항목으로서
지각(想)이나 지음(行) 따위와 더불어 정신현상에 속한 경험의 갈래를 일컫는다.
곧 어떠한 현상에 대해 ‘인식하는 작용’ 혹은 ‘식별하여 아는 작용’을 가리킨다.
“의식하는 것을 일컬어 의식이라고 한다.
의식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신 것도 의식하고
쓴 것도 의식하고
단 것도 의식하고
떫은 것도 의식하고
떫지 않은 것도 의식하고
짠 것도 의식하고
싱거운 것도 의식한다.
이와 같이 의식하는 것을 가리켜
의식이라고 한다(SN. III. 87).”
의식은 문헌에 따라 다양한 용례를 보인다.
특히 이것은 후대의 대승불교에 이르러 형이상학적 주체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초기불교에서 말하는 의식이란
외부의 대상에 대한 인식적 반응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경우의 의식은 감관의 종류에 따라 통상 여섯으로 구분된다.
“여섯 가지 의식의 무리가 있다.
1) 눈의 의식,
2) 귀의 의식,
3) 코의 의식,
4) 혀의 의식,
5) 몸의 의식,
6) 마음의 의식이다(SN. III. 61).”
이들은 각각에 상응하는 감각대상들에 대한 정신적 반응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최초의 감각적 의식은 감각대상에 직접적으로 의존한다.
이들은 느낌(受)이라든가 지각(想) 따위가 개입되기 이전의 것이다.
따라서 이 단계의 의식에는 아직 온전한 경험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이것은 이후에 전개될 구체적인 인식의 조건으로 기능할 뿐이다.
예컨대 파란색 물체를 마주했을 때 최초로 발생한 눈의 의식(眼識)은 단지 어떠한 빛깔의 존재를 알아챌 뿐 그것이 파란색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다.
아직 느낌(受)이라든가 지각(想) 혹은 지음(行) 따위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식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구체화되는 특성을 지닌다.
“의식(識)은 물질현상(色)을 수단으로 삼아 분명해지고 확립된다.
물질현상을 대상으로 삼아, 물질현상을 기반으로 삼아,
즐거움의 자리로 삼아 성장하고 증가하고 풍만해진다.
[의식은] 느낌(受)을 수단으로 삼아…,
[의식은] 지각(想)을 수단으로 삼아…,
의식은 지음(行)을 수단으로 삼아 분명해지고 확립된다.
지음을 대상으로 삼아, 지음을 기반으로 삼아,
즐거움의 자리로 삼아 성장하고 증가하고 풍만해진다(DN. III. 228).”
이렇듯 의식은 느낌이라든가 지각 따위의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분명해진다.
이와 같이 숙성의 과정을 거친 의식은 최초의 감각적 의식과 다르다.
이것은 구체적인 경험내용과 함께 다양한 마음현상을 수반한다.
따라서 희로애락을 경험하는 정신적 주체로 여겨질 수 있다.
혹은 정신적 실체 혹은 내면의 영혼과 같은 것으로 오인될 수도 있다.
실제로 초기불교 경전에는
의식을 두고
윤회의 여정을 통해 거듭 태어나는 영혼과 같은 것으로 잘 못 이해했던 사례가
언급되기도 한다(MN. I. 256).
영혼으로 오인된 의식은 집착의 대상이 된다.
이것이야말로 영원히 존재하는 ‘나’라는 그릇된 견해를 부추긴다.
그러나 이것은 의식에 집착한 상태 즉 식취온(識取蘊)에 빠져 있는 경우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하여
붓다는
조건(緣)이 없으면
어떠한 의식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MN. I. 259).
또한 이것에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닦을 것을 권한다.
“의식을 자아로 관찰하지 않고,
자아가 의식을 소유한다거나,
자아가 의식이라거나,
의식 안에 자아가 있다거나,
‘나는 의식이라거나, 나의 의식이다.’라고 관찰하지 않는다.…
그러한 이에게는 근심·슬픔·괴로움·불쾌·절망이 일어나지 않는다(SN. III.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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